우리, 사랑해! Season 4
- 열여덟 번째 이야기 -
“왜?”
주연이 울상을 짓는다.
“너 돌았니?”
혜지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네가 왜 남자 친구가 없어?”
“어, 어쩌다가 그렇게 돼버렸어.”
“이게 지금 어쩌다가 그럴 게 아니잖아!”
혜지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 지금 나쁜 생각하고 있는 거니?”
“무, 무슨?”
“아니면?”
혜지가 주연의 눈을 바라본다.
“나 네 친구야. 아주 오랜 기간 너를 봐 온 네 친구라고 이 년아. 내가 네 마음 하나 모를 거 같아?”
혜지가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너 지금 이러는 거 무지하게 잘못하고 있는 거야? 알아?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니? 어떻게, 어떻게! 선재 씨는 어떻게 하고?”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주연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자신도 모르게 남자 친구가 없다고 한 마디 한 것 때문에 이렇게 혜지에게 구박을 받을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 어차피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잖아. 그냥 실수야. 실수라고, 내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말을 한 거 같아?”
“어.”
혜지가 단호하게 대답한다.
“너 지금 되게 수상해 보여.”
“
“
“그만 해.”
주연이 아래 입술을 꼭 깨문다.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너야 말로 이러면 안 되는 거지!”
혜지도 지지 않고 주연의 말을 받아 친다.
“선재 씨는, 선재 씨는 어떻게 하고 네가 이럴 수가 있는 거야? 어제였다며? 선재 씨 때문에 그렇게 고생한 게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니고, 몇 주가 지난 것도 아니고 고작 어제였다며? 그런데, 그런데 네가 오늘 어떻게 이래!”
“나도 몰라.”
주연이 세면대를 멍하니 바라본다.
“나도 모른다고.”
“후우.”
혜지가 머리를 쓸어 올린다.
“지금 가서 나 남자 친구 있었어, 하는 것도 웃기니까, 그냥 있어.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는 마.”
“
“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던지 말이야. 지금 네가 남지 친구가 없다고 한 건 선재 씨에게 잘못한 거야. 분명 선재 씨에게 잘못한 거라고.”
주연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너는 지금 선재 씨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너 그만해.”
“
혜지가 주연의 눈을 바라본다.
“네 말이 맞기를 바라.”
주연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네 말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
혜지가 화장실을 나간다.
“후우.”
주연이 화장실 바닥에 쪼그려 앉는다.
“
“주연이는?”
“어.”
혜지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잠깐 통화할 곳이 있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
성기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나저나 너 정말 그 과외 선생님이랑 사귀고 있는 거야?”
“그럼.”
혜지가 싱긋 웃는다.
“너 대단하다.”
“뭘, 이 정도 가지고.”
혜지가 성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너는 여자 친구 없어?”
“내가 무슨.”
성기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너도 알잖아. 나 말도 잘 못하고.”
“왜? 그래도 학교 다닐 때 주연이가 너 얼마나 많이 좋아했는대.”
순간 혜지가 아차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다행인지 불행인지 혜지의 표정을 보지 못한 성기다.
“그거 참 영광인데.”
“영광은.”
혜지가 어색하게 웃는다.
“어? 왔어?”
때마침 주연이 자리로 돌아온다.
“둘이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누고 있었어?”
주연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뭐, 그냥 사는 이야기.”
성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연의 말에 대꾸한다.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안 오나?”
혜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딸랑’
주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친구들이 동창회 장소로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머!”
동창회를 주선한 승혜가 주연을 꼭 안는다.
“주연이 너 엄청 날씬해졌다.”
“그래?”
주연이 멋쩍은 듯 혀를 내민다.
“뭐, 내가 좀.”
“으유.”
승혜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 여자 셋이 즐겁게 이야기 나눠.”
성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게?”
“응. 남자 애들도 이제 오고 있는 걸. 즐거운 시간 보내.”
“그래.”
성기가 멀어진다. 주연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성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주연의 모습을 불안한 듯 바라보는 혜지다.
“대연 군 덥지 않으십니까?”
“덥기는.”
대연이 새빨개진 얼굴로 대꾸한다.
“얼굴을 보아하니 많이 더우신 듯 한데, 여기서 쉬었다 가시지요.”
“하지만.”
“어서요.”
지연의 부드러운 다그침에 자전거를 세우는 대연이다. 대연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다.
“그리 더우시면 진작 자전거를 세우시지요. 왜 이리 자전거를 계속 무리하시며 모신 겁니까?”
“네가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잖아.”
대연이 씩 웃는다.
“나는 네가 좋아하는 걸 해줄 수 있다면 내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상관 없어. 네가 웃을 수 있다면 말이야.”
“대연군은 참 바보시군요.”
“어?”
지연의 말에 대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대연 군이 힘이 드신 데, 제가 즐거운 듯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고 계신 겁니까?”
지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대연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저를 잘못 보신 겁니다.”
“지연아.”
“제가 대연 군의 자전거를 타고 미소를 짓는 것은 대연 군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대연 군이 이토록 고생을 하면서 자전거를 태워주는 건 저 역시 원하지 않습니다.”
“알았어.”
대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지연이 무섭다.”
“네?”
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이제는 너 되게 무서워졌다고.”
대연이 싱긋 웃는다.
“예전에는 대연 군, 대연 군 하면서 따라오던 귀여운 여자 친구였는데.”
“!”
지연의 얼굴이 붉어 진다.
“그, 그만 놀리십시오.”
‘퍽’
“아, 아프거든.”
“대연 군 괜찮으십니까?”
예상 외로 강하게 들어간 펀치에 당황하기는 지연 역시 매한가지다.
“역시 지연이 네 손은 매워.”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대연 군.”
지연이 가볍게 대연을 흘겨 본다.
“알았어. 그만 놀릴게.”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나 이제 체력 다 회복 되었는데 이쯤에서 다시 달릴까?”
“흐음.”
지연이 싱긋 미소를 짓는다.
“대연 군.”
“어?”
“저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자전거 타는 법?”
“예.”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야 뭐 어려운 건 아니지만.”
대연이 뒷머리를 긁적거린다.
“내가 그렇게 좋은 선생님은 되지 못할 텐데.”
“괜찮습니다.”
지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가르쳐 주시렵니까?”
“뭐, 상관 없지.”
대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그렇게 못 하냐?”
하지만 20분도 지나지 않아서 배우겠다고 한 것과 가르치겠다고 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워낙에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 지연과, 워낙 운동을 잘 하는 대연은 자전거에 한해서는 궁합이 전혀 맞지 않았다.
“대, 대연 군 놓으시면 안 됩니다!”
“이쯤에서는 놓아주어야 한다고.”
대연이 놓은 지 4초도 지나지 않아서 지연의 자전거가 넘어진다.
“괜찮아?”
“그러니 놓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연이 울상을 짓는다.
“미, 미안.”
대연이 황급히 지연에게 달려가 자전거를 세운다.
“다친 곳은 없어?”
“다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지연이 다시 일어나 자전거에 올라타려고 하자 대연이 말린다.
“그만해.”
대연이 고개를 젓는다.
“네가 워낙 성격이 한 번 하겠다고 하면 반드시 꼭 해야 하는 성격인 건 아는데 이건 아니야.”
“하지만, 저도 자전거를 타서 대연 군을 태워 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대연 군만 고생을 하시는 걸요?”
대연이 고개를 젓는다.
“나는 네가 내 허리를 안아 주는 게 좋은 걸.”
“대, 대연 군.”
지연의 볼이 붉어 진다.
20살. 여자
소원? 지금의 이 행복함이 영원이 갔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내가 더 쉽게 컨트롤 할 수 있기를, 지금의 내 마음은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너무나도 어려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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