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
“그러는 너는?”
“네?”
화영이 고개를 든다.
“저 뭐요?”
“대연이 아버지는 뭐하고 안 오는 거야.”
“저도 없어요.”
화영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제가 팔자가 그렇죠 뭐.”
“아니 왜?”
“그러게요.”
화영이 미소를 짓는다.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곁을 보니까 그 사람이 사라져 있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혼자죠. 뭐.”
“그래.”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혼자서 힘들었겠구나.”
“힘들긴요.”
화영이 미소를 짓는다.
“아이들 보면 힘든 거 하나도 없죠.”
“아이가 몇이야?”
“셋이요.”
“셋?”
태경의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무슨 애가 그렇게 많아?”
“그러게요. 낳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네요.”
화영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막내는?”
“막내는 이제 초등학생이요. 학교 다니죠.”
“그래.”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오빠, 지연이 어떡해요? 우리 대연이 때문에.”
“아니야.”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드리니까 약간의 타박상만 있을 뿐이지 큰 문제는 없다고 하시더라고.”
“그래도 의식이.”
“찾을 거야.”
태경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너는 우리 지연이를 잘 모르겠지만 지연이를 잘 아는 내가 봤을 때, 지연이 반드시 일어날 거야. 그 녀석 보기에는 어리고 그렇게 여려 보여도 한다면, 반드시 하는 녀석이거든. 그러니까 일어날 수 있을 거야.”
“그래야죠.”
화영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나는 언제나 오빠에게 죄만 짓고 사는 거 같아요.”
“그런 말 하지 말아.”
태경의 화영의 손을 잡아 준다.
“나야 말로 너에게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늘 미안하기만 하다.”
“아니에요.”
화영이 입술을 꼭 깨문다.
“그냥, 오빠를 보면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바보 같이 오빠의 얼굴을 보니까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아니야.”
태경이 화영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는 나에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우리 어릴 적 있었던 일은 그냥 지나간 사고일 뿐이야.”
“오빠.”
“너무 신경 쓰지 마.”
태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너 아직 아침 안 먹었지?”
“네?’
“너 지금 얼굴이 너무 창백하다.”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랑 같이 구내 식당이라도 좀 가자. 너 뭐라도 좀 먹어야 겠어.”
“하지만 대연이랑 지연이,”
“괜찮아.”
태경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될 아이들이면 우리가 눈 앞에 이렇게 버티고 서 있어도 어떻게 되고, 어떻게 되지 않을 아이들이라면 우리가 밥을 먹고 온다고 해도 굳건히 버티고 있을 아이들이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될 일이 없어.”
“그렇겠죠?”
“그럼.”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오빠 종가는 어떻게 된 거예요?”
“어?”
육개장을 먹던 태경이 고개를 든다.
“무슨 종가?”
“오빠 종손이었잖아요.”
“그거?”
태경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 끝났지.”
“네?”
화영의 눈이 커다래진다.
“다 끝나다니요?”
“종가가 그냥 폭삭 망해버렸어.”
“!”
화영의 얼굴이 굳는다.
“그, 그게 정말이에요?”
“다 내 탓이지.”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괜한 생각하지 말고 어서 밥이나 먹어.”
“하지만.”
“어서.”
태경이 화영의 남아 있던 밥을 화영의 육개장 속에 모두 말아 버린다. 그리고 화영의 숟가락으로 그 밥들을 잘 말아서, 한 수저 떠서 화영에게 건넨다.
“먹어.”
“하아.”
화영이 한숨을 내쉬며 그 밥을 받아 먹는다.
“내가 이런 거 받아 먹어도 되는 건지.”
“그럼.”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언제나 내 좋은 동생 아니니.”
“오빠.”
화영의 눈이 촉촉하다.
“주연 씨 뭐 먹고 싶어요?”
“학교에서 뭐 먹을 거 있나요?”
주연이 싱긋 웃는다.
“그냥 우리 토스트나 먹어요.”
“그 정도로 괜찮아요?”
“선재 씨와 함께라면 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런 사람인데 어떻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주연 씨 어서 가요.”
“네.”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Rrrrr Rrrrr’
그 순간 주연의 전화벨이 울린다.
“잠시만요.”
“네.”
액정을 확인하던 주연의 얼굴이 굳는다.
“왜요?”
“아, 아니에요.”
주연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어서 가요.”
그리고 주연이 전화를 열었다 닫는다.
“누구 전화인데요?”
“모르는 사람 전화요.”
“아.”
선재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네.”
선재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요즘 이상한 전화 많이 오죠.”
“그러니까요.”
주연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Rrrrr Rrrrrr’
그 순간 다시 전화 벨이 울린다.
“!”
“!”
선재와 주연의 시선이 어색하게 부딪친다.
“전화 받아요.”
“선재 씨.”
“먼저 가게 들어가 있을게요.”
선재가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네.”
주연도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선재가 마음 속 깊숙이서 한숨을 내쉰다.
“주연 씨.”
멀리서 통화를 하는 주연이 보인다.
“후우.”
도대체 주연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선재는 어려웠다.
“여보세요?”
주연이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나야.”
성기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흐른다.
“왜?”
“점심 먹자고 했잖아.”
성기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주연은 난감해진다.
“나 점심 먹을 사람 있어.”
“이런, 나 퇴짜 맞은 거야?”
“성기야.”
주연이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문다.
“미안해.”
“흐음.”
성기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정말 안 돼?”
“응?”
“그래?”
그 순간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들린다.
‘빵’
“?”
주연이 고개를 돌린다.
“!”
“주연아!”
그 곳에는 성기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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