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9. 19. 22:06

 

 

 

우리, 사랑해! Season 4

 

- 스물네 번째 이야기 -

 

 

 

저울질이라니?

 

주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혜지에게 대꾸한다.

 

그러면 아니야?

 

혜지 역시 차가운 목소리로 주연의 말에 화답한다.

 

그래.

 

그래?

 

혜지가 왼쪽 눈썹을 치켜 뜬다.

 

그런데 도대체 내 눈에는 왜 네 행동들이 다 그렇게 보이는 걸까?

 

?

 

너 지금 내 친구 원주연이 아닌 거 같아.

 

혜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거 같아. 선재 씨를 사랑하며 미소를 짓던 주연이는 사라졌어. 한 달, 동거를 하면서 선재 씨 밖에 없다고 하던 그런 주연이는 사라졌어. 너는 성기를 만난 그 순간부터 흔들렸어.

 

아니야.

 

아니라고?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너 어제 동창회에 가서 고등학교 시절 첫 사랑인 성기를 만났다고 선재 씨에게 이야기 할 수 있어?

 

?

 

주연이 멈칫하자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거 봐. 너 말 못 하잖아.

 

그건.

 

다르다고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주연이 아래 입술을 깨문다.

 

다르지 않아! 너는 지금 저울질 하고 있는 거야. 너를 사랑해주고 있는 한 사람과 네가 사랑했던 한 사람 사이에서.

 

조혜지.

 

사실 너는 선재 씨를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잖아. 그저, 그저 선재 씨가 너를 택해주었기 때문이잖아.

 

!

 

주연의 눈이 가늘게 떨린다.

 

뚱뚱하고 못 생긴 너를 선택해준 백마 탄 왕자님이 선재 씨 아니었니? 너 없으면 죽고 못 사는 그런 사람이 말이야. 그런 사람이 네 곁에서 그렇게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네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 거겠지.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바라보면 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거고 아니어도 손해보는 건 없으니까 말이야.

 

헤지가 주연을 바라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선재 씨의 마음은 진심이었어.

 

, 감정도 진심이었어.

 

그런 줄 알았어.

 

?

 

혜지가 차가운 눈으로 주연을 바라본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고, 그런데 보니까 아니더라.

 

뭐가 아닌 건데?

 

네 마음은 그냥 환상이었어.

 

!

 

주연의 얼굴이 굳는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피오나 공주가 챠밍을 만났을 때라고 해야 할까? 너무 완벽한 그의 모습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 물론 피오나 공주는 굳건히 마음을 먹고 흔들리지 않아. 너와 다르게 말이야.

 

조혜지 너 말이 심하지 않니?

 

내가 아니면 또 누가 네게 이런 말을 해주겠니?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잖아!

 

그래?

 

혜지가 입술을 비튼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

 

그래.

 

어째서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

 

주연이 당황한다.

 

, 그게 무슨?

 

내 가장 소중한 친구가 진정한 사랑을 눈 앞에 두고 이상한 길로 빠지려고 하는데 말리지 않는 게 그러면 올바른 거야.

 

내가 뭘 했어?

 

주연이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겨우 단 한 번 함께 있었을 뿐이야.

 

그래?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어제 밤에 네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선재 씨에게 미안한 일이, 그런 일이 하나도 없었니?

 

?

 

없었냐고!

 

주연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혜지가 그것보라는 표정을 짓는다.

 

알겠니?

 

혜지가 주연을 바라본다.

 

네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건지 말이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너는 한 남자의 심장에 못을 박으려고 했어.

 

!

 

물론 아직은 박지 않았지.

 

혜지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가장 친구 하나가 그녀를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남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려고 해.

 

혜지야.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니?

 

혜지가 가만히 주연을 안는다.

 

지금 네 변한 외모로 흔들릴 수도 있어. 하지만, 하지만 선재 씨를 생각해서 더 이상 흔들리지 마.

 

혜지야.

 

혜지가 주연의 등을 토닥인다.

 

네 마음은 잘 알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주연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성기는 그냥, 그냥 추억으로 넘겨? ?

 

주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해?

 

나 자신이 없어.

 

혜지가 몸을 떼고 주연의 얼굴을 바라본다.

 

무엇이 자신이 없어.

 

사실.

 

주연이 살짝 멈칫한다.

 

사실 뭐?

 

어제 성기와 키스 했어.

 

?

 

혜지의 눈이 커다래진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성기가 나랑 사귀재.

 

!

 

나랑, 나랑 사귀자고 했어.

 

원주연.

 

알아. 나도 알고 있다고.

 

주연이 바닥을 바라본다.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선재 씨가 있어.

 

그래, 있어.

 

그런데 어떡하니?

 

주연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나 정말 선재 씨도 너무너무 좋아. 하지만 내 어릴 적 첫 사랑이 더 소중한 걸 어떡해?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혜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 건데?

 

하지만.

 

원주연.

 

혜지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 네가 흔들린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야.

 

어째서?

 

어째서라니?

 

사람의 마음이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

 

.

 

혜지가 코웃음을 친다.

 

네 마음을 네가 어쩔 수 없으면 어쩔 건데?

 

?

 

그럼 누가네 마음을 어쩔 수 있는 건데.

 

혜지가 미간을 모은다.

 

너 정말 이기적인 거 알아?

 

혜지야.

 

그렇게 다정한 척 나를 부르지 마.

 

혜지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나 네가 이렇게 무서운 앤 줄 몰랐어.

 

!

 

혜지의 말에 주연의 얼굴이 굳는다.

 

, 혜지야.

 

그렇게 성기가 좋으면 성기랑 사겨.

 

그런다는 게 아니잖아.

 

그러면 당장 거절했니?

 

, 아니.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네 진심이네.

 

혜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너 같은 애가 가장 무서워.

 

!

 

착한 듯 모두를 죽이는 너 같은 애가.

 

혜지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주연에게서 멀어진다.

 

 

 

이리 매일 아침에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

 

대연이 씩 웃는다.

 

지연이는 내가 오는 게 싫은 거야?

 

그러한 것은 아니고.

 

지연이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대연 군이 힘드시지 않습니까?

 

나는 괜찮아.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오면 지연이 미소를 짓잖아.

 

대연 군.

 

난 그걸로도 충분해.

 

대연이 쑥스러웠는지 왼손 검지로 코 아래를 비빈다.

 

.

 

그럼 어서 가요.

 

그래.

 

대연이 자전거에 타고, 지연이 그 뒤에 올라 탄다.

 

 

 

대연 군.

 

.

 

정말 좋습니다.

 

나도.

 

대연이 미소를 짓는다.

 

지연아 내리막 길이야.

 

.

 

지연이 대연의 허리를 꼭 안고, 대연은 미소를 지으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자전거가 점점 속도를 낼 무렵.

 

, 으왓!

 

대연 군!

 

버스가 자전거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