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네 번째 이야기 -
“어머니!”
시험 성적이 100점이 나온 것을 알면 분명 어머니가 크게 기뻐하실 것이었다. 태경은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오던 순간.
“!”
태경은 멈칫하고 말았다.
“어, 어머니.”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는 성주 댁의 모습에 태경의 얼굴이 굳는다. 하지만 한 발자국도 어머니에게 다가갈 수 없다.
“어머니!”
애타게 외쳐보지만 태경의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머니.”
“태, 태경아.”
그 순간 태경은 성주 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다가갈 수는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다가갈 수가 없었다. 성주 댁은 태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어머니, 어머니.”
“태경아.”
가만히 서서 눈물을 흘리는 것 뿐이 태경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태경아.”
“어머니.”
태경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머니, 어머니.”
“그래.”
성주 댁이 미소를 짓는다.
“괜찮아.”
“!”
“엄마는 괜찮아.”
“!”
태경의 얼굴이 굳는다.
“어, 어머니.”
“태경아.”
성주 댁이 손을 뻗지만 태경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엄마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
“!”
“엄마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지?”
“어, 어머니.”
“너무 미안한데, 우리 태경이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한데, 엄마는 더 이상 못 있어줄 거 같아.”
“!”
태경의 얼굴이 굳는다.
“어머니.”
“태경아.”
성주 댁이 미소를 짓는다.
“엄마의 아들이 되어줘서 너무나도 고마워. 엄마가 나중에는 꼭 태경이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
“!”
“그래서, 그래서 우리 태경이에게 꼭 효도하면서 살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중에 딸을 낳으면 꼭 사랑을 해주어야 해. 알았지?”
“어머니,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저를 두고, 저를 두고 어디를 가신다고 그러세요? 네?”
“태경아.”
성주 댁의 모습은 너무나도 힘겨워 보였다.
“이 집안에서 네 편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내가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래서 너를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않겠니? 엄마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다오. 제발.”
“어머니!”
성주 댁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어머니! 어머니!”
그제야 발이 움직이는 태경이다.
“어머니!”
태경이 한달음에 성주 댁의 옆에 무릎을 꿇는다.
“안 돼요. 안 돼요.”
“태경아.”
성주 댁이 손을 들어 태경의 볼을 쓸어 준다.
“태경이구나.”
“어머니.”
“
성주 댁이 다부진 표정을 짓는다.
“나는 비록 안방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정식으로 호적에 오른 본 부인의 자식이자 진짜 종손은 바로 너야.”
“네.”
“그러니 이 종손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바로 네가 잘 지켜야 하는 거다. 네가 잘 지켜야 해.”
“어머니.”
“절대로, 절대로 네 형에게 빼앗기지 말거라. 이 종가는 정말 이 종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거야. 정말로 이 종가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종가를 지킬 수 있는 거다. 그런 거야.”
“네.”
“우리 태경이는 이 종가를 좋아하지 않니?”
성주 댁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우리 태경이가 이 집안의 종손이 된다면 이 집안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거야.”
“네.”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어머니도 함께 있어주세요. 저 혼자서는 그런 일들을 모두 해나갈 자신이 없어요.”
“아니야.”
성주 댁이 고개를 젓는다.
“더 이상 엄마는 태경이 곁에 있어 줄 수 없어.”
“어머니.”
“우리 태경이 올해 나이가 몇이지?”
“이제 겨우 열 셋이에요. 아직 너무나도 많이 어리다고요. 어머니 없이는, 어머니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아니야.”
성주 댁이 미소를 짓는다.
“우리 태경이는 많이 어른스러우니까, 엄마에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울 정도로 어른스러우니까, 엄마가 없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이 종가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거야.”
“어머니.”
태경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성주 댁에 뺨에 떨어진다.
“어머니가, 어머니가 안 계신데 제가 어떻게 그래요? 제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요?”
“태경이는 그럴 수 있을 거야.”
성주 댁이 태경의 손을 쥔다.
“엄마 아들이니까.”
“어머니.”
“태경아.”
“네.”
성주 댁의 눈이 태경을 바라본다.
“한 번만.”
“?”
태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한 번만 뭐요?”
“한 번만 엄마라고 불러주겠니?”
“!”
“나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네게 어머니 소리 밖에 듣지 못했어. 남들 다 듣는 엄마 소리 한 번 듣지 못했어. 어릴 적부터 너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정말 너무 미안하다.”
“어, 엄마.”
“그래.”
성주 댁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엄마.”
“너무 듣기 좋은 말이다.”
“엄마.”
“응.”
“엄마!”
“그래.”
“엄마!”
더 이상 성주 댁에게 대답이 없다.
“어, 엄마?”
태경이 성주 댁의 얼굴을 바라본다.
“엄마!”
성주 댁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엄마, 엄마, 엄마!”
성주 댁의 손이 점점 차가워진다.
“나보고 어쩌라고요. 나보고 어쩌라고요. 도대체, 도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고, 도대체 저보가 뭘 어쩌라고 이렇게, 이렇게 혼자 가버리시는 거예요? 아무도, 아무도 제 편이 아니라는 거 어머니가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저를 두고 그렇게 가세요? 어머니, 어머니, 엄마! 제발 제가 언제나 엄마라고 불러드리고 다정하게 손을 잡아 드릴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태경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저 오늘 시험에서 만 점 받았어요. 그랬어요? 그러니까 어서 칭찬을 해주셔야지요. 어머니의 그 손길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셔야지요. 그래야지요. 그걸 바라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만 점을 받았단 말이에요. 그러니, 어머니. 어머니.”
태경이 미친 듯이 중얼거린다.
“제발, 제발 눈 좀 뜨세요.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태경의 애타는 외침만이 하늘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뭐라도 좀 먹지 그러니?”
태경은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그런다고 죽은 네 어미가 돌아오는 줄 아느냐?”
“여보.”
“미련한 것.”
태경은 아버지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러지 말고 뭐라도 좀 들어.”
첩이라는 이름으로 본부인을 밀어낸 가증스러운 얼굴을 한 사람이 태경을 향해서 먹을 것을 건넨다.
“어서.”
“됐습니다.”
태경은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로 마다한다.
“하지만.”
“그만 둬요.”
태경의 아버지가 태경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 우리 한 번 줄초상을 치뤄보자꾸나! 어디 제 어머니에게 저리 모질게 굴 수 있는고?”
태경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네 어머니는 지금 네 앞에 있는 분이다.”
“여보.”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아버지가 태경을 노려본다.
“앞으로는 저 분을 어머니라고 부르거라.”
“!”
태경의 얼굴이 굳는다.
“아니.”
아버지의 얼굴이 잔혹하다.
“지금 당장 부르거라.”
“!”
태경의 표정이 사라진다.
“여보.”
“어서!”
태경의 몸이 떨린다.
“어서!”
“그만 둬요.”
“못 부르겠느냐!”
태경의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태, 태경아!”
“아이고!”
모두들 태경을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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