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여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14. 23:11

 

 

 

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여섯 번째 이야기 -

 

 

 

아버지.

 

이제 내게 말을 걸 생각이 든 게냐?

 

아버지가 못 마땅한 얼굴로 태경을 바라본다.

 

그래 왜 부르느냐?

 

제게 종가를 물려주십시오.

 

, 뭐야?

 

아버지의 얼굴이 붉어진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이 종가 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집안의 종손이 누구입니까?

 

당연히 네 형인 태창이다!

 

진정 그렇습니까?

 

, 그래.

 

아버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도대체 어디서 무얼 듣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이 집안은 네 형이 앞으로 이끌어 나갈 집안이다.

 

족보에도 그리 쓰여 있습니까?

 

!

 

아버지의 얼굴이 굳는다.

 

족보에도 그리 쓰여 있냐는 말입니다!

 

태경이 악을 쓴다.

 

제가 알기로는 저 양주 댁 아주머니가 이 집안의 본 부인이 아니라 저희 어머니가 이 집안에 본 부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얀 놈!

 

아버지가 던진 벼루에 맞은 태경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 어디서 제 어머니에게 양주 댁이라니!

 

첩실이 그리도 좋으셨습니까?

 

!

 

제 자식에게 벼루를 던질 정도로!

 

태경의 호령이 쩌렁쩌렁 울린다.

 

엄밀히 저는 족보에 남아 있는 진정한 장손이자 종손입니다. 이 집안 아버지처럼 겉으로만 허울이 좋은 그런 종이 호랑이 집안으로 두지 않을 겁니다. 진정 종가란 무엇인지 보여줄 거란 말입니다!

 

웃기지 마라!

 

아버지가 태경을 노려 본다.

 

나도 하지 못하는 걸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게 아버지의 문제입니다.

 

, 뭐야?

 

아버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너 이 녀석!

 

이제 뭘 던지시려고요?

 

태경이 아버지를 노려본다.

 

당신은 더 이상 제 아버지가 아닙니다.

 

!

 

그 때 당신을 살려두는 게 아니었습니다.

 

고얀 놈.

 

누가 더 고얀 놈입니까!

 

태경이 악을 쓴다.

 

그까짓 돈 몇 푼이 아까워서 자신의 본 부인을 골방에서 죽어가게 만든 사람이 더 고얀 놈입니까! 그런 죄인에게 고함을 치는 놈이 더 고얀 놈입니까!

 

!

 

아버지의 얼굴이 굳는다.

 

, 네가 그것을 어찌?

 

제가 그냥 돌 부처로 보이셨습니까? 입을 막고 있다고 하여 귀도 막고 눈도 막았는 줄 아셨습니까!

 

태경이 악을 쓴다.

 

저에게도 귀가 있고 눈이 있고 입이 있습니다. 절대로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입을 막지 않을 겁니다.

 

!

 

당신을 평생 저주할 것입니다.

 

, 고얀 놈!

 

그 더러운 주둥아리를 다무십시오!

 

!

 

지금 당장 나를 종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당신을 죽일지도 모릅니다!

 

태경의 뒤에서 무언가 반짝인다.

 

히익.

 

어머니의 유언입니다.

 

태경의 눈이 차갑게 빛난다.

 

이 집안에는 저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 하시며, 안쓰러워 하시며, 무슨 수를 써서도 이 집안의 종손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

 

그리고 저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이 집안은 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좀스러우니까요.

 

, 태경아!

 

그 순간 양주 댁이 그 강경을 보고 태경을 부른다.

 

그 칼을 내려 둬!

 

아주머니도 이렇게 되고 싶으십니까!

 

!

 

양주 댁이 뛰어 들어온다.

 

위험하잖아!

 

저리 가요!

 

그 순간 태경의 손이 무언가를 스친다.

 

!

 

꾸엑.

 

아버지의 목에서 피가 치솟는다.

 

, 아버지!

 

여보!

 

아버지는 그 순간 즉사했다.

 

, 태경아.

 

하아.

 

양주 댁이 재빨리 태경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서 자신의 앞치마에 닦은 뒤 자신의 손에 쥔다. 그리고 아버지의 피를 양 손에 묻혀서 자신의 얼굴과 몸에 여기저기 바르기 시작한다.

 

너는 아니다.

 

!

 

네 아비를 죽인 사람은 나다!

 

, 아주머니.

 

내가 그랬어!

 

양주 댁이 눈을 부릅뜬다.

 

 

 

이 아이입니다.

 

과연 잘 할 수 있겠는가?

 

.

 

그렇게 종손이 되었다.

 

 

 

오빠 축하해.

 

그래.

 

화영은 조금 이상한 기색을 느꼈다.

 

아저씨 돌아가신 것 때문에 그래?

 

?

 

표정 좀 풀어.

 

그래.

 

태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화영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빠.

 

나 결혼한다.

 

?

 

화영의 얼굴이 굳는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나 결혼해.

 

결혼이라니? , 누구와? 오빠 누구 사귀는 사람도 없었잖아? 그런 말도 없었잖아? 그런데 왜?

 

이제 내가 종손이잖아.

 

!

 

종손에 어울리는 며느리를 구해야지.

 

나는?

 

화영이 태경을 바라본다.

 

나는!

 

넌 아니야.

 

!

 

너는 너무나도 가난해.

 

!

 

종가에 어울리지 않아.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오빠 마음이었구나?

 

화영이 태경을 노려본다.

 

다시는 오빠를 보지 않아.

 

그러던지.

 

.

 

화영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다신 내 얼굴 볼 생각하지 마!

 

보고 싶지 않아.

 

화영이 멀리 사라진다.

 

후우.

 

태경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미안, 미안.

 

태경이 아래 입술을 꽉 깨문다.

 

미안.

 

 

 

, 화영아!

 

영천 댁이 뛰어 들어온다.

 

너 들었니?

 

?

 

태경이가 결혼한다는 거.

 

.

 

아이고.

 

영천 댁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너는 어쩌니?

 

뭘 어떻게 해?

 

다 이 어미 때문이다.

 

영천 댁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다 나 때문에.

 

아니야.

 

화영이 고개를 젓는다.

 

내가 거절했잖아. 그래서 그래.

 

화영아.

 

그래서 그래.

 

화영이 싱긋 웃는다.

 

 

 

신랑 신부 맞절.

 

하아.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정말 결혼하는 구나.

 

화영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오빠.

 

화영이 눈물을 겨우 삼킨다.

 

행복해.

 

그리고 식장을 떠난다.

 

 

 

화영아.

 

화영이 보였지만 잡지 못했다.

 

신랑 신부 맞절.

 

태경은 절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화영아

 

태경의 눈은 자신의 부인이 아닌 화영을 바라보았다.

 

미안해.

 

태경은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말 미안해.

 

태경이 겨우 시선을 돌린다.

 

 

 

바보 같이.

 

태경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과거는 생각해서 뭐 하려고.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연이가 일어났으려나?

 

태경이 지연의 병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