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여덟 번째 이야기 -
“지연아.”
“네.”
“아빠라고 불러 볼래?”
“네?”
갑작스러운 태경의 말에 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지 말고.”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아빠.”
“아, 아빠.”
“그래.”
태경이 싱긋 웃는다.
“앞으로 그렇게 불러주거라.”
“하, 하지만 아버지.”
“어허.”
“아빠.”
지연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왜 갑자기 이러시는 겁니까?”
“그냥 또래의 아이들 같은 말투를 쓰거라.”
“네?”
“아빠는 지연이의 그냥 모습이 보고 싶어.”
“!”
“지연아.”
“네.”
지연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그, 그럴게요. 아빠.”
“그래>”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네.”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가 이상해지셨습니다.”
“아버지가 이상해지셨다니?’
“아, 아주머니.”
화영이 들어서자 지연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다.
“그래.”
화영이 손을 든다.
“아버지가 이상하시다니?”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셔서요.”
“아빠?”
“네.”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분이시거든요.”
“그래?”
“그래도 좋아요.”
지연이 싱긋 웃는다.
“저도 아버지 말고 아빠가 가지고 싶었거든요.”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잘 됐네?”
“네.”
지연이 미소를 짓는다.
“대연아.”
“응?”
“지연이랑 잠시 놀고 있어.”
“왜요?”
“엄마 어디 좀 다녀올게.”
“바로?”
“금방 올게.”
“네.”
화영이 다시 병실을 나선다.
“왜 저러시지?”
“그러게 말입니다.”
“오빠.”
“화영이 왔니?”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왜 말을 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응?”
태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뭘 말하지 않아?”
“지연이도 알 건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야, 그래야 덜 놀랄 거 아니에요.”
“싫어.”
“오빠.”
“마음 졸이게 하고 싶지 않아.”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마음 아프게 하면서 조마조마하게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오빠. 지연이는 오빠의 가족이에요. 이 정도는 알 권리가 있어요.”
“알 권리라.”
태경의 표정이 쓸쓸하다.
“화영아.”
“네.”
“너도 내 입장이 되면 알 거야?”
“오빠.”
“알 거야.”
“우리 내일은 뭘 할까요?”
“내일이요?”
“네.”
선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거 어쩌죠?”
“왜요?”
“저 내일 농활가요.”
“농활이요?”
“네.”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주연 씨랑 연락을 할 수 없어서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주선한 거라 빠질 수도 없어요.”
“아.”
주연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저 선재 씨.”
“네?”
“저도 가면 안 될까요?”
“주연 씨도요?”
“네.”
선재가 잠시 고민한다.
“그건 안 될 거 같아요.”
“왜요?”
“다 남자들이거든요.”
“하지만.”
“방도 없어요.”
선재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저도 주연 씨랑 가면 너무 좋을 거 같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선재 씨가 미안해 할 거 아니죠. 갑자기 내가 따라가고 싶다고 말을 한 거니까 말이에요.”
“같이 갔으면 좋았는데, 미안해요.”
“아니에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자꾸 미안해하지 말아요. 선재 씨가 미안할 거 하나도 없다니까요. 그러면 언제 오는 거예요?”
“모레요.”
“화요일이요?”
“네.”
“수업 있지 않아요?”
“특별히 빠졌어요.”
선재가 브이 자를 그린다.
“수확철 직전이 무지하게 바쁘거든요. 교수님들도 그걸 아시는 거죠.”
“선재 씨.”
“네?”
“사실은 수업 듣기 싫어서 가는 거죠?”
“어라?”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들킨 거예요?”
“당연하죠.”
주연이 싱긋 웃는다.
“나를 속이려고 한 거예요?”
“이런, 주연 씨는 못 속이겠어요.”
“당연한 사실을 여태까지 몰랐던 거예요?”
“아니, 알고 있기는 했는데, 다시 확인하니까 새롭네요.”
“치, 선재 씨는 언제나 그렇게 너스레만 떨고 정말 미워요.”
“어라? 내가 주연 씨에게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나를 미워해요?”
“알았습니다. 선재 씨가 저에게 잘못한 거 단 하나도 없다고요. 됐어요?”
“네, 주연 씨가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 괜찮아요.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헤헤.”
선재가 너무나도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지난 일주일간 단 한 번도 짓지 못했던 그 미소를.
“선재 씨, 그 동안 나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요. 이제는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내가 그 동안 주연 씨 때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는 줄 알고나 있어요?”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선재 씨가 나 때문에 무지무지 고생을 했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잘 할게요.”
“주연 씨가 나에게 해줄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언제나 나의 손을 꼭 잡아주는 거, 그리고 내 곁에서 달아나지 않는 거, 그거면 충분해요.”
“그런 게 어디있어요? 선재 씨가 나에게 무지무지 잘못하면 나도 선재 씨를 떠나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지 선재 씨가 나한테 잘하죠.”
“음, 그러면 말이에요. 내가 잘못했을 때만, 정말 무지무지 잘못했을 때만 내 곁을 딱 일주일 떠나는 거, 딱 그 정도까지만 내가 허락해줄게요. 그러면 됐죠?”
“음, 좋아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하지만 선재 씨, 내가 일주일 동안 선재 씨 곁을 떠나게 만들지 말고, 절대로 나를 화나지 않게 하면 되는 거 알죠? 그게 더 쉽잖아요.”
“알겠습니다. 누구 명령인데 제가 어기겠어요. 저 역시 주연 씨가 무려 일주일이나 제 곁을 떠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 일주일 동안 이번 일주일처럼 마음 고생할 게 뻔하잖아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연을 바라본다. 주연 역시 선재를 바라본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고 주연의 머리카락이 한 올 얼굴로 내려온다. 선재가 가늘고 긴 자신의 손을 이용해서 머리를 쓸어 넘겨준다.
“나 앞으로도 이렇게 주연 씨의 머리 넘겨주고 싶어요. 항상 내가 넘겨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지금처럼 다른 사람 바라보고 나 아프게 하면 안 돼요? 알았지요? 약속할 수 있는 거죠? 그런 거죠? 주연 씨.”
“네, 알았어요. 절대로, 이 세상이 무너지고 변하고, 다시 또 변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내가 선재 씨를 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게요. 선재 씨가 이렇게 늘 나만 사랑해준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한 눈 팔지 않겠습니다!”
“아주 잘 했어요.”
선재가 주연의 머리를 쓸어준다.
“아주 잘 했어요. 주연 씨, 잘 했어요.”
“치, 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애 취급 말아요.”
“주연 씨는 언제나 저에게는 작은 아이입니다.”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연을 바라본다.
“그런 아이니까 내가 늘 지켜줄게요. 그럴 거예요.”
“서, 선재 씨.”
“주연 씨.”
선재의 입술이 다가온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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