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아홉 번째 이야기 -
“지연아.”
“네?”
지연이 태경을 바라본다.
“왜 그러세요?”
“아빠가 없더라도 잘 살 수 있지?”
“네?”
지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그냥 궁금해서.”
“아빠.”
지연이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행여 그냥이라도 그런 질문은 하지 마세요.”
“응?”
“저, 정말로 놀란단 말이에요.”
“그래.”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
태경이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사과를 한다.
“우리 딸 놀랐다면 사과할게.”
“다음부터는 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
“그래.”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지연아.”
“네?”
“그냥 대답해주지 않겠니?”
“?”
“응?”
“저는 못 살거 같아요.”
지연이 바로 대꾸한다.
“여태까지 아빠 없는 하늘 아래서 산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못 살 거 같아요.”
“어차피 아빠가 먼저 죽지 않을까?”
“그래도.”
지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그건 조금 먼 이야기 잖아요. 그래서 싫어요. 아빠,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알았어.”
태경이 지연의 손을 잡는다.
“그냥 궁금해서 물었어. 그냥.”
“나 어떡하니?”
“오빠 왜요?”
화영이 태경을 보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지연이가 나 없이 못 살겠단다.”
태경이 바닥을 바라본다.
“어떡하니?”
“후우.”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그런 아이에게 갑자기 아빠가 사라지는 고통을 줄 거예요?”
“하지만.”
태경이 아픈 표정을 짓는다.
“어쩔 수 없잖아?”
“그 아이도 준비를 해야죠.”
화영이 태경을 바라본다.
“지난 번에 오빠가 그랬죠? 내가 오빠 입장이라면 이해가 갈 거라고. 하지만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내가, 내가 오빠라면 나는 다 이야기 할 거예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마지막 준비를 시킬 거예요. 그게 너무나도 잔인하고 힘들고, 아픈 일이라는 건 잘 알지만 갑자기 닥치는 것보다는 그게 더 좋은 거잖아요. 갑자기, 갑자기 그 아이들 아프게 하는 거 보다는 낫잖아요.”
“그런가?”
태경이 으쓱한다.
“역시 엄마는 달라.”
“오빠.”
“나는 못 그러겠어.”
태경이 화영을 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나는 정말 못 그러겠어.”
“답답해요.”
“알아.”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 많이 답답한 거.”
“그걸 알면 좀 고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쩔 수 없잖아.”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내 고집.”
“후우.”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정말 미워.”
“킥.”
“!”
음료수를 뽑으러 나왔던 대연의 얼굴이 굳는다.
“무, 무슨 말이야?”
대연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뭐가 비밀인 건데?”
대연의 얼굴이 굳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그럼 오빠 저는 갈게요.”
“그래.”
대연은 황급히 자신의 병실로 들어간다.
“후우.”
화영이 심호흡을 한다. 대연에게 심란한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러면 눈치가 빠른 편에 속하는 대연이 눈치를 챌 것이다.
“그래, 화영아. 숨기자.”
화영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숨겨.”
‘철컥’
대연은 숨을 죽이고 자는 척 한다.
“자네?”
대연은 들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자는 구나.”
화영이 대연의 옆에 앉는다.
“대연아 어떻게 해야 하니?”
화영의 말을 듣고 대연의 귀가 쫑긋하다.
“아저씨가 아프대.”
“?”
“아저씨가 많이 아파.”
“!”
“아저씨가, 아저씨가 곧 죽을 지도 몰라.”
“엄마!”
“대, 대연아!”
화영의 얼굴이 굳는다.
“아, 아직 자고 있던 거 아니었니?”
“아저씨가 왜?”
대연이 화영을 바라본다.
“아저씨가, 아저씨가 어디가 어떤 건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데? 응? 엄마, 무슨 일인 건데?”
“하아.”
화영이 한숨을 내쉰다.
“대연아 어쩌면 좋니?”
“뭐, 뭘요?”
“아저씨가.”
화영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죽을 지도 모른대.”
“!”
대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아저씨가 왜요?”
“흐읍.”
화영이 애써 울음을 참는다.
“위암 말기래.”
“!”
대연의 얼굴이 굳는다.
“마, 말도 안 돼.”
대연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연이는 알아요?”
화영은 고개를 젓는다.
“숨기고 싶으시대.”
“그런 게 어디있어요!”
대연이 소리 친다.
“그건 불공평하잖아요!”
“대연아 진정해.”
화영이 대연의 손을 잡는다.
“아저씨의 부탁이야.”
“어, 어떻게, 어떻게 그래요?”
대연의 눈이 붉어 진다.
“어떻게,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에게까지 숨길 수 있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건 정말 아니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러면 정말로 안 되는 거잖아요. 가족에게는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지연이가 어리잖아.”
“하지만.”
“아저씨도 고민 하셨을 거야.”
화영이 대연의 손을 토닥인다.
“그러니 아저씨의 선택 존중하자.”
“하.”
대연이 침대에 털썩 앉는다.
“그, 그런 게 어디있어요? 어디 있어!”
“대연아.”
화영이 대연을 안는다.
“진정해.”
“엄마.”
대연의 어깨가 떨린다.
“어떡해?”
“그래.”
“지연이 불쌍해서 어떡해?”
대연이 울먹거린다.
“엄마, 걔가 겉으로는 보기에 무진장 강해보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아이 속을 뜯어다 보면 되게 여린 아이에요. 그런 아이를, 그런 아이를 어떻게, 어떻게 해요? 도대체 어떻게 해요?”
“대연아.”
“어떻게 해요.”
“괜찮아 질 거야.”
화영이 대연의 등을 두드린다.
“시간이 치유해줄 거야.”
“하아.”
대연이 한숨을 내쉰다.
“정말 말해주면 안 되는 거예요?”
“응.”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말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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