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여덟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14. 23:12

 

 

 

우리, 사랑해! Season 4

 

- 예순여덟 번째 이야기 -

 

 

 

지연아.

 

.

 

아빠라고 불러 볼래?

 

?

 

갑작스러운 태경의 말에 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지 말고.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아빠.

 

, 아빠.

 

그래.

 

태경이 싱긋 웃는다.

 

앞으로 그렇게 불러주거라.

 

, 하지만 아버지.

 

어허.

 

아빠.

 

지연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왜 갑자기 이러시는 겁니까?

 

그냥 또래의 아이들 같은 말투를 쓰거라.

 

?

 

아빠는 지연이의 그냥 모습이 보고 싶어.

 

!

 

지연아.

 

.

 

지연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 그럴게요. 아빠.

 

그래>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가 이상해지셨습니다.

 

아버지가 이상해지셨다니?

 

, 아주머니.

 

화영이 들어서자 지연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다.

 

그래.

 

화영이 손을 든다.

 

아버지가 이상하시다니?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셔서요.

 

아빠?

 

.

 

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분이시거든요.

 

그래?

 

그래도 좋아요.

 

지연이 싱긋 웃는다.

 

저도 아버지 말고 아빠가 가지고 싶었거든요.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잘 됐네?

 

.

 

지연이 미소를 짓는다.

 

대연아.

 

?

 

지연이랑 잠시 놀고 있어.

 

왜요?

 

엄마 어디 좀 다녀올게.

 

바로?

 

금방 올게.

 

.

 

화영이 다시 병실을 나선다.

 

왜 저러시지?

 

그러게 말입니다.

 

 

 

오빠.

 

화영이 왔니?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왜 말을 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

 

태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뭘 말하지 않아?

 

지연이도 알 건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야, 그래야 덜 놀랄 거 아니에요.

 

싫어.

 

오빠.

 

마음 졸이게 하고 싶지 않아.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마음 아프게 하면서 조마조마하게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오빠. 지연이는 오빠의 가족이에요. 이 정도는 알 권리가 있어요.

 

알 권리라.

 

태경의 표정이 쓸쓸하다.

 

화영아.

 

.

 

너도 내 입장이 되면 알 거야?

 

오빠.

 

알 거야.

 

 

 

우리 내일은 뭘 할까요?

 

내일이요?

 

.

 

선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거 어쩌죠?

 

왜요?

 

저 내일 농활가요.

 

농활이요?

 

.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주연 씨랑 연락을 할 수 없어서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주선한 거라 빠질 수도 없어요.

 

.

 

주연이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저 선재 씨.

 

?

 

저도 가면 안 될까요?

 

주연 씨도요?

 

.

 

선재가 잠시 고민한다.

 

그건 안 될 거 같아요.

 

왜요?

 

다 남자들이거든요.

 

하지만.

 

방도 없어요.

 

선재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저도 주연 씨랑 가면 너무 좋을 거 같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선재 씨가 미안해 할 거 아니죠. 갑자기 내가 따라가고 싶다고 말을 한 거니까 말이에요.

 

같이 갔으면 좋았는데, 미안해요.

 

아니에요.

 

주연이 미소를 짓는다.

 

자꾸 미안해하지 말아요. 선재 씨가 미안할 거 하나도 없다니까요. 그러면 언제 오는 거예요?

 

모레요.

 

화요일이요?

 

.

 

수업 있지 않아요?

 

특별히 빠졌어요.

 

선재가 브이 자를 그린다.

 

수확철 직전이 무지하게 바쁘거든요. 교수님들도 그걸 아시는 거죠.

 

선재 씨.

 

?

 

사실은 수업 듣기 싫어서 가는 거죠?

 

어라?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들킨 거예요?

 

당연하죠.

 

주연이 싱긋 웃는다.

 

나를 속이려고 한 거예요?

 

이런, 주연 씨는 못 속이겠어요.

 

당연한 사실을 여태까지 몰랐던 거예요?

 

아니, 알고 있기는 했는데, 다시 확인하니까 새롭네요.

 

, 선재 씨는 언제나 그렇게 너스레만 떨고 정말 미워요.

 

어라? 내가 주연 씨에게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나를 미워해요?

 

알았습니다. 선재 씨가 저에게 잘못한 거 단 하나도 없다고요. 됐어요?

 

, 주연 씨가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 괜찮아요.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헤헤.

 

선재가 너무나도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지난 일주일간 단 한 번도 짓지 못했던 그 미소를.

 

선재 씨, 그 동안 나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요. 이제는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내가 그 동안 주연 씨 때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는 줄 알고나 있어요?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선재 씨가 나 때문에 무지무지 고생을 했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잘 할게요.

 

주연 씨가 나에게 해줄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언제나 나의 손을 꼭 잡아주는 거, 그리고 내 곁에서 달아나지 않는 거, 그거면 충분해요.

 

그런 게 어디있어요? 선재 씨가 나에게 무지무지 잘못하면 나도 선재 씨를 떠나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지 선재 씨가 나한테 잘하죠.

 

, 그러면 말이에요. 내가 잘못했을 때만, 정말 무지무지 잘못했을 때만 내 곁을 딱 일주일 떠나는 거, 딱 그 정도까지만 내가 허락해줄게요. 그러면 됐죠?

 

, 좋아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하지만 선재 씨, 내가 일주일 동안 선재 씨 곁을 떠나게 만들지 말고, 절대로 나를 화나지 않게 하면 되는 거 알죠? 그게 더 쉽잖아요.

 

알겠습니다. 누구 명령인데 제가 어기겠어요. 저 역시 주연 씨가 무려 일주일이나 제 곁을 떠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 일주일 동안 이번 일주일처럼 마음 고생할 게 뻔하잖아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연을 바라본다. 주연 역시 선재를 바라본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고 주연의 머리카락이 한 올 얼굴로 내려온다. 선재가 가늘고 긴 자신의 손을 이용해서 머리를 쓸어 넘겨준다.

 

나 앞으로도 이렇게 주연 씨의 머리 넘겨주고 싶어요. 항상 내가 넘겨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지금처럼 다른 사람 바라보고 나 아프게 하면 안 돼요? 알았지요? 약속할 수 있는 거죠? 그런 거죠? 주연 씨.

 

, 알았어요. 절대로, 이 세상이 무너지고 변하고, 다시 또 변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내가 선재 씨를 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게요. 선재 씨가 이렇게 늘 나만 사랑해준다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한 눈 팔지 않겠습니다!

 

아주 잘 했어요.

 

선재가 주연의 머리를 쓸어준다.

 

아주 잘 했어요. 주연 씨, 잘 했어요.

 

, 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애 취급 말아요.

 

주연 씨는 언제나 저에게는 작은 아이입니다.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연을 바라본다.

 

그런 아이니까 내가 늘 지켜줄게요. 그럴 거예요.

 

, 선재 씨.

 

주연 씨.

 

선재의 입술이 다가온다. 그리고

 

C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