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아흔두 번째 이야기 -
“지연아.”
“아, 아저씨.”
영우가 지연을 부르자 지연이 한달음에 영우에게로 달려간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연아.”
영우의 얼굴이 어둡다.
“준비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
지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무, 무슨 준비 말씀이십니까?”
“태경이 말이다.”
영우가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문다.
“너무 심각하다.”
“!”
“더 이상 심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아, 아저씨.”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하아.”
지연의 눈이 텅 빈다.
“아, 아닙니다. 이리 빨리, 이리 빨리 가실 리는 없습니다.”
“지연아.”
“아저씨.”
지연의 눈이 애절하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제발, 제발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씀을 해주십시오. 제발, 제발.”
지연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인다.
“아직은,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지연아.”
영우가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문다.
“어쩔 수 없다.”
“아저씨.”
영우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
“미안하구나.”
“하아.”
지연이 무너지듯 주저 앉으려는 순간.
‘탁’
“지연아.”
“대연 군.”
대연이었다.
“아저씨 들어가보세요.”
“그래.”
영우는 대연과 지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대, 대연 군.”
지연의 입술이 가늘게 떨린다.
“준비를 하랍니다. 준비를요. 도대체,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하라는 말씀입니까? 예? 아버지, 아버지 건강하십니다.”
“지연아.”
대연이 지연을 꽉 끌어 안는다.
“지연아.”
“대연 군.”
지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무섭습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내가 있잖아. 내가 있어.”
“하지만, 하지만 무섭습니다.”
“지연아.”
“어떻게,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어떻게 합니까?’
“지연아.”
대연이 지연을 토닥인다.
“꽨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걱정을 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내가 이제느 내가 너를 지켜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걱정하지 마, 이제는 내가, 내가 너를 지켜줄게, 지연아, 제발, 제발 그만해.”
“대연 군, 대연 군, 제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아버님이 없던 하늘이 없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잖아.”
“!”
지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지연 양은 내가 없는 세상에서 단 하루도 산 적이 없어.”
“대, 대연 군.”
“그러니까 앞으로는, 앞으로는 내가 지연 양 지켜줄 거야. 나도 지연 양의 하늘이 되고 싶은 사람이니까.”
지연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 내린다.
“다 괜찮을 거야.”
“정말 그럴까요?”
“응.”
대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있으니까.”
“예.”
지연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지요. 그렇겠지요.”
“엄마.”
“응?”
도시락을 준비하던 화영이 고개를 돌린다.
“왜?”
“마음의 준비를 하래.”
“응?”
“마음의 준비를 하래,”
“!”
도시락을 싸던 화영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오늘 지연이에게 그 아저씨 친구인 의사 선생님이 말을 했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대.”
“그래?”
화영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구나.”
“정말인가봐.”
대연이 힘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정말로, 정말로 아저씨 이제 곧 돌아가시는 건가봐. 그런 건가 봐, 이제, 이제 정말인가 봐, 곧 진짜인가봐.”
“그래.”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이구나.”
“어쩌지?”
대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지연이 어쩌지?”
“누구나 다 죽어.”
“아직 너무 어리잖아.”
대연이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문다.
“우리는 아직 너무 어리잖아.”
“네가 있잖아.”
“내가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럼.”
“정말?”
“응.”
화영이 도시락의 뚜껑을 덮는다.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는 건 나이가 상관 있는 일이 아니니까.”
“지연이가 너무 불쌍해.”
“괜찮아.”
화영이 도시락을 보자기에 싼다.
“너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가?”
“응.”
화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자.”
“나도?”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며?”
화영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연 양 위로해야지.”
“정말 싫어.”
“혜지야.”
“오빠도 참.”
결국 성기의 전화 번호를 병환에게 알려주는 헤지다.
“거기에 전화를 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야?”
“선재 씨라면 나쁜 말 하지 않을 거야.”
“나 참.”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거기서 무슨 말을 해?”
“그건 선재가 알아서 하겠지.”
“이해가 안 가.”
“나도 안 가.”
“그런데 왜 그렇게 도와주는 거야?”
“선재 씨니까.”
병환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정말 싫어.”
혜지가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남자가
“너에게는 내가 있잖아.”
“그래도.”
혜지의 눈에 작게 눈물이 고인다.
“그렇게 여자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못되 먹은 년 남자가 되어 있는 건데,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괜찮은 남자인데 왜, 왜 하필이면 그 나쁜 년을 좋아하는 거야?”
“그러게.”
병환이 혜지의 어깨를 토닥인다.
“이해가 안 간다.”
“나 선재 씨면 안 그래. 안 그런다고.”
“나는 그럴 거야.”
“오빠.”
“사랑하니까.”
혜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어떻게, 어떻게 그래?’
“사랑하니까.”
병환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주연 씨를 너무나도 사랑하니까.”
“그럼 더 못 보는 거잖아. 그러면 그 모습 더 못 보는 거잖아. 마음이 아플 텐데, 너무나도 아리고 쓰려서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게 아릴 텐데, 어떻게 그래? 어떻게, 어떻게 그래?”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병환이 혜지의 손을 잡아 준다.
“그러니까 대단하지.”
“미쳤어.”
“그래.”
“정말 미쳤어.”
“그래.”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부러워.”
“그러니까,”
혜지가 눈물을 흘린다.
“그래서 억울해.”
“억울해 하지 마.”
병환이 혜지를 더욱 꼭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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