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두 번째 이야기
“도대체 여기에는 왜 온 거야?”
정적을 깨고 윤호가 무겁고 탁한 목소리로 민용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조카가 운영하는 케이크 샵에도 못 올 만큼 우리 사이가 그렇게 먼 사이였던 가?”
민용이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바라봤다.
“삼촌.”
“그렇게 열 내지 마.”
민용이 테이블에 걸터 앉았다.
“도대체 너 왜 그러는 거야? 이제 더 이상 고등학생 아니잖아.”
“삼촌이야 말로 왜 그러는 거야?”
윤호가 차가운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이제 작은 엄마에게만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다른 여자를 돌아볼 틈이 있어?”
“다른 여자?”
민용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누가 다른 여자라는 거야?”
“삼촌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나는 못 속여.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삼촌의 그 표정에 속는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안 속는다고.”
윤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삼촌 아직도 선생님 좋아하지?”
“무슨?”
민용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너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할래? 네 작은 엄마 들으면 굉장히 슬퍼 하겠다.”
“그럼 여기에는 왜 왔어?”
“뭐?”
민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오다니? 아까도 말 했잖아. 내 조카가 있는 가게에 내가 못 올 사람이야? 우리가 그 정도 사이야?”
“삼촌.”
윤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민용을 바라봤다.
“삼촌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삼촌이 지금 이런 마음 먹으면 정말로 안 되는 거잖아. 도대체 왜 이래?”
“너는 괜찮고?”
민용 역시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너는 서 선생에게 그런 마음 가져도 되는 거야?”
“그래.”
“어째서?”
“어째서라니?”
윤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당연한 거잖아.”
“우리 두 사람 중 그 어느 사람도 더 이상 서 선생에게 다가가면 안 돼. 그렇다면 서 선생이 힘들어질 거라는 거 너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다시 바보 같은 짓을 하려고 그래?”
민용이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서 선생 힘들어질 거라는 거 알잖아.”
“나 혼자라면 안 힘들게 할 수 있어.”
“윤호야.”
“삼촌 제발 이러지 마.”
윤호가 앞치마를 벗었다.
“나 더 이상 어린 애 아니야. 삼촌만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 않으면 우리 충분히 잘 해나갈 수 있어.”
“서 선생 절대로 아프지 않게 할 자신 있어?”
“당연하지.”
윤호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대답을 했다. 그만큼 윤호는 너무나도 간절하고 간절했다.
“그런 마음도 없이 내가 지금 이런 마음 가진 거 같아?”
“응.”
민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지금 서 선생에게 아무런 마음 없어.”
“무슨 뜻이야?”
윤호의 눈이 민용을 바라봤다.
“내가 왜 선생님에게 아무런 마음 없어?”
“그 동안 잘 잊고 살았잖아.”
“그런 척 했을 뿐이야.”
“아니.”
민용은 고개를 저었다.
“너는 서 선생 마음에서 완전히 지웠었어. 너 버리고 간 사람이라고 완전히 잊었었다고, 그런데 괜히 다시 서 선생이 나타나니까 마음이 흔들리는 것 뿐이야. 그 시절의 어린 윤호가 된 거 뿐이야.”
“그런 거 아니야.”
윤호는 단호히 부정했다.
“단 한 번도 선생님 잊은 적 없었어.”
“거짓말 하지 마.”
민용이 윤호를 바라봤다.
“너 서 선생 떠올리지 않고 있었어. 서 선생이라는 사람 완전히 지우고 있었다고 그러면서, 그러면서 왜 아닌 척 하는 거야? 도대체 왜 너의 솔직한 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삼촌이야 말로 인정해.”
“뭐?”
민용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무슨 뜻이야?”
“아직 좋아하잖아.”
윤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아직도 선생님 사랑해서 이러는 거잖아. 아직도 선생님 마음에 담아둬서 그러는 거잖아, 내가 선생님 곁에 있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지금 내게 이러는 거잖아. 그런 거면서, 그러면서 왜 아닌 척 해? 왜 아닌 것처럼 행동해?”
“아니니까.”
“거짓말.”
윤호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왜 삼촌 마음을 숨기려고 해? 왜?”
“내 마음 숨긴 적 없어.”
“숨긴 적이 없다고?”
윤호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
“윤호야.”
“이런 이야기 하지 말자.”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 거짓말 하는 삼촌하고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나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민용이 억울한 듯 윤호를 바라봤다.
“나 정말로 더 이상 서 선생에게 아무런 마음 없어. 네 작은 엄마랑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너 지금 오해하고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거야. 윤호야.”
“그런 게 아니라면, 삼촌 도대체 왜 여기에 온 거야?”
“뭐?”
“서 선생님이 보고 싶었던 거 아니야?”
“!”
민용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삼촌의 마음 단 한 구석도 선생님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 나에게 당당하게 말을 할 수 있어. 지금 이 곳에서 서 선생님을 만났다고 작은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
윤호가 울부짖으며 물었다.
“못 하잖아.”
“…….”
민용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거 봐. 삼촌.”
“하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
민용이 윤호를 보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나 지금 서 선생에게 흔들려.”
“삼촌!”
“내 말 들어.”
민용이 윤호를 바라본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행동할 거야.”
“뭐?”
민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서 선생을 힘들게 하겠다는 거야?”
“사랑하니까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사랑하는게 그 사람 힘들게 하는 거야.”
“아니.”
윤호는 고개를 저었다.
“삼촌만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다면 나와 선생님은 전혀 힘들지 않아. 그 사이에 삼촌이 끼어 드니까,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 사이가 너무나도 아프고 선생님이 힘들어 한 거야.”
“너와 함께하면 그 시간들이 기억나지 않을 거 같아? 서 선생에게 그런 기억 안 떠올리게 할 거 같아?”
“처음에는 힘들겠지.”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게 될 거야. 더 이상 삼촌이 선생님께 아무런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선생님도 힘들어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잖아. 우리 둘이 서로를 원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호히 생각해?”
“뭐?”
민용의 직접적인 물음에 윤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윤호 역시 그 점이 두려웠다. 너무나도.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뭘 확신해?”
“서 선생님이 너를 마음에서 지웠으면 어쩌려고?”
“……..”
윤호는 가만히 민용을 바라봤다.
“그건 너도 모르는 거 아니야?”
“삼촌도 마찬가지잖아.”
윤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삼촌도 확신 못 하는 거 아니야?”
“확신해.”
“뭐라고?”
윤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째서?”
“나는 어른이니까 확신해.”
“삼촌. 그런 건 말도 안 돼.”
“말이 돼.”
민용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너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삼촌, 도대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거야?”
“윤호야.”
민용의 눈이 애절하다.
“나는 네가 힘든 게 싫어.”
“지금 삼촌이 나를 힘들게 해.”
“제발.”
민용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어.”
“어째서?”
“이미 안 되었잖아.”
“하지만, 그러니까 이제는.”
“아니.”
민용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헛된 미련 갖지 마. 두 사람 정말로 될 수 없는 사이야. 진짜로, 진짜로 될 수 없는 사이라고.”
“어째서, 그렇게 확정짓듯이 말을 하는 거야? 혹시 삼촌이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맞지?”
“윤호 너.”
“삼촌, 삼촌에게는 작은 엄마가 있잖아.”
윤호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러니까 나는 좀 내버려 둬.”
“못 그래.”
“어째서?”
“후우.”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서 선생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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