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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 [마지막 이야기]

권정선재 2009. 2. 18. 00:25

 

 

 

추억에 살다.

 

 

마지막 이야기

 

 

 

나는, 절대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네가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하셔야 해요.

 

윤호가 민정을 다그쳤다.

 

말 해야 한다고요.

 

어째서?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하기가 싫은데, 내가 말을 하기가 싫은데 왜 그래야 해?

 

선생님.

 

그만 좀 보채.

 

민정이 고개를 도리질쳤다.

 

나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지금 내가 한 가지 대답을 하다면 결국에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게 되고 마는 거잖아. 나 그런 거 정말로, 진짜 싫단 말이야.

 

민정이 윤호를 바라봤다.

 

내게 이런 걸 시켜야 겠니?

 

.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을 사랑하니까.

 

하아.

 

그 동안 그리워했으니까.

 

윤호의 눈은 너무나도 순수했다.

 

제발 대답해주세요.

 

윤호야.

 

부탁이에요.

 

윤호가 고개를 숙였다.

 

제발, 제발.

 

!

 

민정은 윤호의 발 끝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지금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으면 미칠 거 같아요.

 

나 정말로 싫어, 진짜로 싫어.

 

선생님 부탁이에요.

 

윤호가 무릎을 꿇었다.

 

들려주세요.

 

윤호야.

 

선생님 말 들려주세요.

 

윤호가 간절히 말했다.

 

제발이요.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못 해.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나는.

 

해줘.

 

!

 

민정과 윤호가 고개를 돌렸다.

 

민정이 너, 윤호가 원하는 대답 해주라고.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민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 신지야. 너 이렇게 돌아다녀도 괜찮아?

 

그러니까 돌아다니지.

 

신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도 윤호 원하고 있잖아.

 

신지가 씩 미소를 지으며 민정을 바라봤다.

 

지금 너도 윤호 많이 원하고 있잖아.

 

, 신지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네 마음을 속이려고?

 

신지가 씩 미소를 지었다.

 

네 마음 속이면 안 되는 거잖아. 다른 사람 상처 주는 거 먼저 생각하지 마.

 

신지가 민정의 손을 잡았다.

 

우선 너를 생각해.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신지 너 까지 왜 그러니?

 

너를 위해서야.

 

신지가 힘있게 손을 잡아 주었다.

 

너를 위해서.

 

후우.

 

신지를 통해서 온기가 전해오자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선생님.

 

윤호가 여전히 간절한 눈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선생님의 대답 너무나도 궁금해요.

 

하아.

 

민정이 심호흡을 했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

 

제발, 부탁입니다.

 

윤호가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선생님 마음 속에서 지운 적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거 맹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제발 제 마음 받아주세요.

 

윤호야.

 

너무나도 궁금하네.

 

!

 

!

 

, 오빠.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자판기에 몸을 기댔다.

 

나도 너무나도 궁금해.

 

삼촌.

 

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민용을 불렀다.

 

정말 이러기야?

 

그래.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내가 뭘?

 

서 선생 마음 흔들기 말이야.

 

민용이 씩 미소를 지었다.

 

신지 너도 참 대단하다.

 

?

 

대답을 들으러 오다니.

 

민용이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좋아. 민정아.

 

신지가 민정을 바라봤다.

 

어서 대답을 해.

 

, 무슨 대답?

 

윤호가 말을 했잖아.

 

민정이 윤호를 내려보았다.

 

네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 말이야.

 

, 나는.

 

민정이 눈을 감았다.

 

아무도 선택 못 해.

 

민정의 입가가 가늘게 떨렸다.

 

내가 누군가를 선택하면 누군가는 아플 거잖아.

 

아니.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말을 하면 한 사람이 아프겠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두 사람이 아플 거야. 그러니까, 어서 대답을 해 줘.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민정을 바라봤다.

 

지난 오랜 시간 우리들이 억지로 끌고 왔던 그 모든 이야기들 이제 여기서 끝낼 필요가 있잖아.

 

신지야.

 

나는 네 편이야.

 

신지가 씩 웃었다.

 

지금 네가 누구를 선택하건 난 네편이야.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윤호야.

 

민정이 윤호를 바라봤다.

 

이 선생님.

 

이번에는 민용을 바라봤다.

 

신지야.

 

마지막으로는 신지를 바라봤다.

 

나 있잖아.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아무도 선택 못 하겠어.

 

선생님.

 

윤호가 민정을 불렀다.

 

진심으로 사랑해요.

 

윤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절대로 아프지 않게 해드릴 자신 있어요.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윤호야, 제발 이러지 마.

 

선생님.

 

윤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대답 하는 게 어때요?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윤호도 그래야 포기를 할 텐데.

 

이 선생님.

 

민정이 슬픈 눈으로 윤호와 민용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민정아.

 

그래.

 

신지가 다시 한 번 손을 잡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대답을 해야 하는 거겠지?

 

.

 

.

 

흐음.

 

세 사람이 민정을 바라봤다.

 

내가 지금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은 말이야.

 

민정이 살짝 침을 삼켰다.

 

그 사람은…….

 

민정이 입을 조그맣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