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늘에 부탁한다.
커다란 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은 똑같이 말한다. 왜 하필 나냐고, 저렇게 수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내가 아파야 하냐고, 처음에 내가 그들을 볼 때, 나는 그들이 이상했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면 안 되냐고?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그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고. 당신이면 안 돼는 이유가 있는 거냐고. 하지만,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었다. - by 윤호
“이거 사람할 일이 아니다.”
유선생이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보람있잖아.”
윤호가 싱긋 웃으며 커피를 건넨다.
‘삐삐삐’
“이 봐라.”
유선생이 호출기를 보인다. 응급실이었다.
“!”
대형 교통사고인가보다.
“이선생님, 유선생님.”
박간호사가 뛰쳐나온다.
“무슨 일이에요?”
“수학여행 중에 차가 두 대가 뒤집혔답니다.”
“!”
윤호의 눈이 멈칫했다.
“부상은요?”
“대다수가 경상인데, 몇몇 학생이 크게 다쳤습니다.”
“안내해요.”
“! 모르핀 더 많이 넣어요. 검사 결과 나왔어요?”
윤호가 호통을 친다.
"여기요.“
진찰표를 보는 윤호의 표정이 어둡다.
“제길, 당장 수혈팩 다섯 개만 확보할 수 있어요?”
“지금요?”
“네.”
수혈팩이 필요하다. 당장 급히 수술을 해야한다.
“유선생, 나랑 들어가자.”
“나 앰부 붙잡아야 하는데?”
“그거 레지 아무나 붙잡고 시켜!”
윤호가 소리 친다.
“어서.”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예.”
윤호가 메스를 잡는다.
‘쨍’
그리고, 메스를 놓친다.
“!”
“이선생 왜 그래?”
“유, 유선생 네가 해라.”
윤호가 멈칫하며 유선생에게 자리를 비키다.
“엄마, 나 몸이 이상해요.”
그 날 저녁, 윤호가 해미와의 식사에서 작게 넋두리를 했다.
“왜?”
“너무 피곤한가봐.”
윤호가 싱긋 웃는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 그럼 내일 와서 검사 좀 받아봐.”
해미가 윤호를 바라본다.
“레지던트가 제일 힘들지.”
해미가 기특하다는 얼굴로 윤호를 바라본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의사라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삐삐’
“또 호출이네?”
해미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아들, 엄마 먼저 갈게.”
“예. 가세요.”
해미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휴.”
윤호가 천천히 주먹을 쥐어본다.
“휴.”
“엄마.”
“아들, 검사 해보자.”
해미가 전화기의 단축 다이얼을 눌렀다.
“종합검사 준비해.”
“엄마, 나 오늘 오프 아니야.”
“괜찮아. 내가 다 오프해놨어.”
해미가 미소 짓는다.
“치, 그럼 아들 다른 사람들한테 미움 받는다.”
“괜찮아.”
“!”
해미의 눈동자가 멈칫한다.
“이거 맞아?”
“네.”
해미의 후배의 목소리가 흐리다.
“흐윽, 이거 맞니?”
“엄마, 결과 나왔어?”
윤호가 가운만 입고 해미의 방으로 들어온다.
“응, 근육이 느리대.”
“근육이 느리다고?”
윤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뭐야?”
윤호의 눈동자가 멈칫한다.
“!”
“루게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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