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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9:00



#3 무너진 하늘




하느님, 제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건가요? 왜 하필 제가 루게릭에 걸린 건가요? 착한 일 많이 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하필 저에요? 왜 하필 저를 선택하신 거냐고요! - by 윤호




“루게릭이야.” 


 윤호의 눈이 멈칫한다.


 “윤호야.” 


 그래, 단순히 요 며칠 몸이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 하지만 루게릭은 아니다. 분명히 검사에 오류가 났을 것이다. 아니면, 엄마가 나를 놀래키려는 건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런 장난 잘 치니까, 그래 장난일 것이다.


 “진짜야?” 


 해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윤호의 눈이 공허해졌다.


 “얼마나... 남은 거야?”


 윤호가 해미를 보며 묻는다.


 “짧으면, 석달.”


 “...” 


 “길면.. 일년.”


 해미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하.” 


 윤호가 한숨을 터뜨린다.


 착하게, 정말 착하게 열심히 산 삶의 보람이 고작 이런 것인가? 그토록 노력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떻게 할래?”


 “응?” 


 해미의 말에 윤호가 고개를 든다.


 “뭐?” 


 “입원.. 할래?”


 해미의 눈이 슬프다.


 “뭐가, 달라져?”


 윤호가 해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해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입원하지 않을래.”


 윤호가 애써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싶어.”


 해미가 윤호의 눈을 보지 못한다.


 “꼭 연락해야해.”


 해미가 젖은 목소리로 돌아서는 윤호에게 말했다.


 “응.” 


 윤호가 다시 해미를 향해 싱긋 웃는다.


 “윤호야. 잘가.”


 “응.” 


 해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엄마...” 


 윤호가 싱긋 웃는다.


 “고맙습니다.” 


 윤호가 고개를 숙인다.


 “고맙습니다. 엄마.”


 윤호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쾅’ 


 윤호가 문을 닫고 나갔다.


 “억, 헉. 하아. 끄윽.”


 윤호가 나가자마자 해미가 오열을 시작했다.


 “하느님, 하느님, 왜 그러세요? 도대체 왜 이렇게 심술지게 행동하시는 거에요? 하느님. 왜 그러세요? 네? 왜요.”


 해미의 눈에서 끈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왜요? 왜요!”




 “휴.” 


 문을 닫자, 엄마의 오열소리가 들려왔다.


 “루게릭.” 


 윤호가 작게 읊조렸다. 윤호의 눈에도 이슬이 반짝였다.


 “헤헷.” 


 윤호가 살짝 오른 손을 쥐어보았다. 아직까지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립정도는 쥘 수 있을 듯 했다.


 “휴.” 


 윤호가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자리를 뜬다.




 “고마워.” 


 민정이 신지의 손을 꼭 잡는다.


 “고맙긴...” 


 신지의 말에 민정이 대꾸한다.


 산부인과 앞, 민정과 신지가 함께 와 있다.


 “들어가자.” 


 신지가 조금 머뭇거린다.


 “왜?” 


 민정이 다정스레 묻는다.


 “여기, 남자 선생님이니?”


 신지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응, 왜 그래?”


 민정의 말에 신지의 표정이 조금 굳는다.


 “나, 여자 선생님한테 진료 받으면 안 돼?”


 “괜찮아. 내가 아는 오빠야.”


 민정이 싱긋 웃는다.


 “진짜?” 


 신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남자면 뭐 어때?”


 민정이 신지를 이끌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어, 민정아.”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