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블로그 창고

고맙습니다.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9:01



#4. 하늘이 무너지면 솟아날 구멍은 없다.




거짓말이죠? 하느님, 거짓말이죠? 이런 일이 이렇게 한 번에 밀려올 수도 있나요? 행운은 하나씩 오고 불행은 한 번에 온다더니, 이렇게 불행에 불행이 겹칠 수가 있나요? 왜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어요? 나쁜 사람들 많잖아요. 사람들 죽이고, 괴롭히는 무서운 사람들도 많잖아요. 왜 도대체! 왜! 하느님은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예요? 신지, 그 동안 얼마나 착하게 살아왔는데, 얼마나 착하게 살아왔는데... 하느님만 보고, 착하게 살아온 신지를. 버리실 건가요? - by 민정




“다행히 아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합니다.”


 의사가 미소를 띄운다.


 “괜찮은거야?” 


 민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응, 아기도 잘 들어섰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신지를 의사가 살짝 붙잡는다.


 “저.” 


 “네?” 


 “종합검진 좀 받아보시겠습니까?”


 신지와 민정이 서로 바라본다.


 “왜요?” 


 의사가 신지를 바라본다.


 “산모들의 몸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그냥 예방 차원에서요.”


 신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민정을 본다.


 “어떻게 할까?”


 “돈 걱정은 마세요.”


 의사가 미소지었다.


 “민정이 친구니, 무료로 해드리죠.”




 “꺄악.” 


 민정은 마치 재밌는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민정아, 자제해라.”


 “응, 킥”


 민정도 졸라졸라 같이 검진을 받게 되었다.


 “시작합니다.” 


 “악!” 

 가느다란 팔로 커다란 바늘이 들어오자 민정이 비명을 지른다.


 “하여간 엄살은.”


 “치.” 


 신지의 구박에 민정이 볼을 부풀린다.




 “검사 결과 어때?”


 “한 분씩 들어오실래요?”

 의사가 미소를 짓는다.


 “왜?” 


 민정이 살짝 따진다.


 “너는 네 속 신지씨에게 보여주고 싶어?”


 민정이 신지를 본다. 신지가 웃는다.


 “알았어요, 나가 있을 게요.”


 ‘쾅’ 


 “왜 그래?”


 민정이 목소리를 낮추고 묻는다.


 “이상해.” 


 의사가 민정에게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준다.


 “왜?” 


 민정이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본다.


 “!” 


 이건 뭐지?


 “아이 아니야?”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암 같아.“


 “!” 


 민정의 눈이 커졌다.


 “사실이야?”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는 암 같아.”


 “!”

 민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방법이, 없어?”


 선배가 고개를 저었다.


 “미, 민정아!”


 민정이 무너지듯 바닥에 내려앉았다.


 “언제 확실한 결과가 나와?”


 민정이 선배를 바라봤다.


 “아마, 암이면, 바로 나올 거야.”


 “!” 


 “조직 검사는 해봐야 겠지만...”


 선배가 말 끝을 흐렸다.


 “몇 퍼센트야?”


 “암일 확률?”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90%” 


 “!” 




 “너, 왜 그래?”


 “여행 좀 다닐게요.”


 윤호가 가방을 싼다.


 “윤호야!” 


 해미가 윤호를 뜯어 말린다.


 “왜요?” 


 윤호가 슬픈 눈으로 해미를 바라본다.


 “...” 


 윤호의 슬픈 눈을 바라본 해미가 멈칫한다.


 “어차피... 엄마가 아무 것도 못 도와주시잖아요...”


 ‘짝’ 


 윤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하의 손이 윤호의 뺨으로 날아갔다.


 “너, 그게 엄마에게 할 소리야!”


 “여보!” 


 해미가 준하를 뜯어말린다.


 “가고 싶어요.”


 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윤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보내 줄게...”


 해미가 슬픈 눈으로 말했다.


 “여보!” 

 준하가 해미를 바라보았다.


 “보내 줘요.”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준하를 바라보았다.


 “여. 여보! 그런 게 어딨어?”


 “여보, 윤호 보내줘요.”


 해미의 눈이 서글프다.


 “이, 아이 놓아줘요.”


 “...” 


 준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죄송해요...” 


 윤호의 말에 준하의 눈에도 눈물이 차오른다.


 “가라.” 


 윤호가 준하의 말에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윤호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고맙습니다.” 


 해미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툭’ 


 문이 닫히는 소리에 해미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윤호야, 미안.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


 해미가 바닥에 주저 앉아서 눈물을 터뜨렸다.


 “윤호야, 미안해.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