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실을 말하다.
아무런, 아무런 방법도 없다고? 결국 그렇게 죽고 마는 거야. 신지가? 신지가 그렇게 결국 죽어야만 하는 거야.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꼭 둘 중 한 명만 살아야 하는 거야? 왜, 왜! 왜 이렇게 하늘은 무심한 건데. 그렇게 착하고 외롭고 힘든 사람 편 좀 들어주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혼자서 아프고, 모든 것을 다 참아내려고 하는 착한 사람에게 굳이 그렇게 나쁜 벌을 내려야 하는 거야? 왜 하필 신지여야만 하는데! 왜 자꾸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아픈 건데! - by민정
무슨 일이지? 민정이가 그렇게 쉽게 찾아올 애가 아닌데, 게다가 얼굴에도 걱정이 한 가득이고,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닐까?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민정이, 내가 가장 아끼는 소중한 후배인데, 그런데, 암이라... 암을 가진 사람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걸까? 어디선가 암환자가 아이를 낳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 아이를 낳을 방법이 있을 거야. - by해미
“휴.”
역시나 암이었다.
“이미, 너무 늦었어.”
민정은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휴.”
이젠 도리가 없다. 모두 말해아만 한다.
“내가 말해줄까?”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할게.”
민정을 바라보던 선배가 한숨을 쉰다.
“네가, 말할 수 있겠어?”
“...”
민정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네가 못하면.”
민정이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나 때문이잖아.”
민정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 때문에 신지가 임신한 거잖아.”
선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내가 말해야 해.”
민정이 미소 짓는다.
“그래야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죄를 갚는 거야.”
민정이 밝게 웃는다.
“헤헤.”
눈물을 쓱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정.
“선배 나 가볼게.”
“그, 그래.”
민정이 밝게 손을 흔든다.
“안녕.”
“신지야.”
민정이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띄우며 신지를 부른다.
“어!”
신지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서 뛰쳐나온다.
“너, 뭐하고 있었어?”
민정이 걱정어린 눈으로 신지를 본다.
“어?”
신지가 머뭇거린다.
“요리...”
신지가 살짝 말을 흐린다.
“왜?”
민정이 부엌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민정의 코를 찌른다.
“우와.”
민정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맛있겠다.”
민정이 정말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신지 역시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
“응.”
민정의 미소가 보름달처럼 밝았다.
“아마, 암 때문일거야.”
“!”
선배의 말이 아귀가 들어맞았다.
“자꾸만 속이 답답하다고 했지.”
선배가 엑스레이를 가리켰다.
“흠, 지금 암 덩어리가 폐를 누르고 있어.”
“!”
민정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어떡하니?”
“당장 떼어내야 해.”
선배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기는..”
“포기해야지.”
‘안된다. 절대로 안 된다. 아이 지우면 안 된다.’
“민정아 왜 그래?”
“어, 아니야.”
민정이 생긋 웃는다.
“우리 밥 맛있게 먹자.”
“그럼 맛 없게 먹으려고 했냐?”
“하늘섬?”
위의 요금표에 하늘섬이라는 글자를 본 윤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늘섬이라.”
마치 신비로운 세상의 이름 같다.
“좋았어.”
“하늘섬으로 가는 표요.”
윤호가 돈을 내밀었지만, 직원이 받지 않았다.
“어디요?”
“하늘섬이요.”
윤호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진짜요?”
매표소 직원이 이상한 눈으로 윤호를 바라보았다.
“왜요?”
“거기, 일주일에 배 한 번 밖에 안 다녀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괜찮아요.”
“네.”
직원이 표를 끊어주었다.
“그럼, 들어가실 때 준비 잘 해두세요.”
“네. 고맙습니다.”
윤호가 싱긋 웃었다. 표에는 하늘섬으로 보이는 섬이 그려져 있었다.
“하아.”
바다는 시원하고 하늘은 맑았다.
‘끼룩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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