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둘 다 알고 있는 비밀
이, 아이 지울 수가 없어. 내 아이니까, 내 뱃속에서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니까. 이 아이가 나에게 힘을 주었으니까. 고마워. 준아, 이준. - by 신지
“신지야, 너 뭐해?”
방에 들어오려던 민정이 멈칫한다.
“응?”
신지가 고개를 든다. 신지의 손에는 걸레가 들려있다.
“야!”
민정이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와서 신지의 손에 들려있던 걸레를 빼앗는다.
“왜?”
신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너 홑몸도 아니면서, 뭐하는 거야?”
민정이 화가 난 듯 하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안 돼!”
민정은 단호하다.
“우리 예쁜 준이 힘들단 말이야.”
민정이가 말을 했다.
“준이?”
민정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신지의 배를 가만히 만진다.
“내가 얘 이모는 되지 않겠냐?”
민정이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킥.”
신지도 웃음을 터뜨린다.
“이준...”
민정이 말을 흐린다.
“!”
신지의 눈이 멈칫한다.
“뭐라고?”
“이 준.”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
신지의 손이 멈칫한다.
“그 사람... 맞지?”
민정이 안쓰런 눈으로 신지를 바라본다.
“...”
신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 맞구나.”
민정의 눈이 쓸쓸해진다.
“신지야, 미안.”
민정이 신지의 손을 꼭 잡는다.
“내가, 꼭 좋은 이모 될게.”
민정이 싱긋 웃는다.
“민정아.”
신지가 민정을 바라본다.
“신지야.”
두 여자가 마음으로 안아서, 서로를 보듬는다.
“고마워.”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야 말로, 고마워.”
민정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휴.”
요 며칠 새 이상하다.
“왜 그래요? 이선생?”
“잘 모르겠네요.”
윤호가 싱긋 웃는다. 요즘들이 몸이 안 좋다.
“병원 가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병원요? 여기가 병원이잖아요.”
윤호가 싱긋 웃는다.
“어서 신경외과 가봐요.”
“바쁘잖아요.”
윤호가 싱긋 웃으며 차트를 넘긴다.
“오늘 내가 대신 해줄테니까, 오프하고 다녀와요.”
“오늘 치프 온단 말예요. 유선생님.”
윤호가 싱긋 웃는다. 치프가 오면, 골치가 아프다.
“안녕하세요.”
치프가 손을 들고 알았다는 시늉을 한다.
“자, 오늘 차트 좀 줘봐.”
윤호가 차트를 넘기다가 놓친다.
“!”
“이런 칠칠 맞기는.”
“죄송합니다.”
윤호가 재빨리 그 차트를 다시 건넨다.
“자, 오늘 202호 환자. 어떻게 되었나?”
“자꾸만 진통을 호소합니다. 피부가 자꾸만 괴사를 합니다.”
“흠. 가보지.”
치프가 앞장을 선다.
“괜찮아?”
유선생이 윤호를 바라본다.
“그럼.”
윤호가 싱긋 웃는다.
“너 이상한데?”
윤호는 싱긋 웃는다.
“이상하긴, 아무렇지 않아요.”
“뭐해?”
“아, 갑니다!”
윤호가 싱긋 웃으며 치프를 향해 달린다.
“이상한데.”
그 뒤에서 유선생이 고개를 갸웃한다.
“괴사성근막염?”
“예.”
환자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면 살을 잘라야 하는 겁니까?”
치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휴우.”
환자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떡해요?”
“어쩌겠소.”
부인인 모양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 사람. 마라토너에요.”
“!”
윤호의 눈이 멈칫하고, 치프의 손도 멈춘다.
“그런데, 다리를 잘라야 하다니.”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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