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준이.
준이는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좋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저씨도, 엄마만큼 좋아요. 엄마만큼 아저씨도 사랑해요. 그런데 말이죠. 요즘 준이가 이상해요. 준이가 자꾸 아파요. 자꾸만 졸려요. 그런데 엄마가 힘들어 하고, 또 울까봐 말을 못하겠어요. 그런데 왜 이럴까요? 준이 자꾸만 잠을 잘 때, 가슴이 아프고 숨을 쉬기가 답답해요. 휴, 어떻게 하죠? - by 준이
도대체, 저 사람이 왜 다시 나타난 거지? 5년 전의 악연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아무런 인연도 맺고 싶지 않은데, 저 사람 왜 나타난 거야? 이렇게 힘들 때, 저 사람 도대체 무슨 의도지. 그런데 심장은 왜 다시 그 사람을 보고 조금은 설레는 걸까? 아니야. 설레면 안 돼.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서민정! 저 사람은 신지를 죽게 만들었다고! - by 민정
오랜만이다. 하늘섬. 그리고 민정이... 너무너무 오랜만이다. 5년 전 민정이에게 차이고 난 후, 처음이니까 너무너무 오랜만이다. 어떻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니? 어떻게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이니? - by 민용
누, 누나! 준이가 이상해요! 준이가 이상해요! 준아, 준아, 승현이 삼촌이 살려줄게! 승현이 삼촌이 지켜줄게! - by 승현
준아, 준아 아프면 안 돼! 삼촌이, 이렇게 서울 삼촌이 와 있잖아. 준아 아프지마, 삼촌이 기도해줄게. - by 찬성
“오랜만이다.”
“어.”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어떻게 지내?”
“잘.”
“그래?”
어색함. 그리고 침묵.
“나, 가 볼게.”
“어.”
민정이 후다닥 집을 향해 뛴다.
“서민정!”
그 때 민용이 뒤에서 부른다.
“아직도, 내가 밉니?”
“...”
민정은 묵묵히 집으로 뛰었다.
“빵야!”
“으윽!”
준이의 손총에 윤호가 맞아서 쓰러진다.
“용서치 않겠다.”
윤호가 왼쪽 가슴을 움켜쥐더니, 일어나서 총을 난사한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으악!”
민정은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빵야!”
“윽!”
윤호가 가슴을 움켜쥐고 죽는 시늉을 한다.
“야!”
민정이 신나서 뛴다.
“엄마, 나 부탁이 있어요.”
문희가 민용을 바라본다.
“뭐?”
“나, 고등학교 서울로 유학 보내줘.”
“!”
문희의 눈이 멈칫한다.
“안 돼.”
“왜?”
“우리 집 형편에 무슨 유학이야?”
문희가 타박을 준다.
“그래도, 나도 서울가서 공부하고 싶어.”
“안 돼!”
15살의 어린 민용이 문희의 기억 속에서 뛰논다.
“미안하다.”
문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내가 혼자인게 무서웠거든.”
문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아들도 없이 혼자인게 너무 힘들었거든.”
“엄마...”
민용이 모두 다 들었다.
“그랬군요.”
민용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우와!”
“와!”
윤호와 준이 모두 탄성을 터뜨린다.
“왜요?”
“맛있어 보여.”
윤호가 싱글벙글이다.
“드디어 오징어에서 벗어나는 거야?”
“네.”
민정이 싱긋 웃는다.
“맛있겠다.”
윤호가 고등어 구이를 발라서, 준이의 밥에 얹어준다.
“고맙습니다.”
준이가 맛있게 먹는다.
“여기요.”
“!”
민정의 얼굴이 붉어진다.
“전 안 주셔도 되요.”
“그냥 주면 드세요.”
윤호가 싱긋 웃는다.
“우와! 아빠가 엄마 좋아하나봐.”
준이의 말에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붉어진다
“너 그게 무슨 말 버릇이야!”
“아빠도 눈 있다.”
윤호의 말에 민정이 작게 흘긴다.
“그래서요?”
“그래서.. 그렇다구요.”
윤호가 눈치를 살살 본다.
“치.”
민정이 또 볼을 부풀린다.
“누구는 머 멋있나?”
민정의 투덜거림에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엄마, 있잖아.”
“왜?”
준이가 인상을 쓴다.
“나 여기가 아파.”
“!”
민정의 얼굴이 굳는다.
“거기가?”
“응.”
민정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준아, 어디 아파?”
“응, 승현이 삼촌.”
승현이 준이에게 청진기를 가져다댄다. 딱히, 호흡에 문제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때?”
승현이 고개를 젓는다.
“감기나 폐렴은 아닌대?”
“그래?”
그런데, 왜 가슴을 가리킨거지?
“고마워, 승현아.”
“고맙긴요.”
승현이 민정의 미소에 화답의 미소를 보낸다.
“나 가볼게.”
“네.”
‘딸랑’
민정이 나가자 유미가 의자에 앉는다.
“선생님.”
“왜?”
“폐 암이나 그런 거 아닐까요?”
승현이 코웃음 쳤다.
“쟤, 겨우 다섯 살 짜리야.”
“그래도요.”
“됐습니다.”
“피.”
유미가 입을 삐쭉거린다.
“준아, 괜찮대지?”
“응.”
준이가 쭈뼛거리며 대답한다.
“꾀병은 아닌대.”
“알았습니다.”
민정이 해맑게 미소를 짓는다.
“엄마가 피자해줄게!”
“피자?”
준이의 표정이 밝아진다.
“아줌마, 이게 뭐에요?”
“진짜!”
준이와 윤호의 표정이 어둡기 그지 없다.
“왜?”
“왜요?”
윤호가 피자를 젓가락을 쿡 찌른다.
“이게 피자입니까?”
피자 위에 고등어 한 마리가 얌전히 누워있다.
“이, 이게 뭐 어때서요!”
“휴.”
윤호가 한숨을 쉬고, 피자를 한입 문다.
“!”
무지 비리다!
“퉤!”
윤호가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아줌마, 나 죽이려는 거에요?”
“뭐라고요?”
“아저씨.”
“아이고, 이기 누꼬? 민용이 아이가?”
아저씨가 반갑게 민용을 맞는다.
“아저씨 땅 파시면 안 될까요?”
“와?”
“안 된다!”
아저씨는 단호하다.
“놀이공원을 지을라꼬, 땅을 팔라는 기가? 절대로 안 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뿌도 안 된다.”
“부탁입니다.”
민용이 무릎을 꿇었다.
“마, 그래도 안된다. 이게 어떤 땅인데!”
“알겠습니다.”
민용이 목례를 하고 집을 나왔다.
“여보세요?”
민용이 나와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한남수씨 생선 사주지마.”
“!”
한남수는 당황했다.
“왜 그러는 기고? 우리 생선이 최고다 아이가?”
“안다.”
“알면 사뿌지, 와 그러나?”
상인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와 그카나 말이다!”
“아주머니 땅 파세요.”
“못 판다.”
아줌마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땅이 어떤 땅인데.”
“아...”
민용이 목례를 하고 나왔다.
“악!”
아주머니의 비명이 들렸다. 땅이 온통 연탄재 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어떤 모땐 놈이고!”
아줌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할아버지 땅 좀 파세요.”
“싫구만.”
할아버지는 단호했다.
“그럼, 저랑 고스톱 치실래요?”
“고스톱?”
“네. 점당 100원이요.”
“좋다.”
“!”
할아버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흐른다.
“사천 팔백만원입니다.”
“악!”
윤호와 총놀이를 하던 준이가 갑자기 쓰러졌다.
“준아 이제 장난 그만.”
윤호가 준이에게 다가왔다.
“!”
준이의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주, 준아!”
“왜요?”
마당에 나오던 민정도 상황을 파악했다.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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