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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열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9:08



#13. 하늘섬에서...




이 아저씨, 너무 마음에 든다. 장난감도 사주고, 좋은 아저씨다. 나도 이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저씨, 우리 아빠하면 안 되요? 우리 엄마 예쁜데, 아저씨 결혼하면 저도 증정이에요. - by 준


 하늘섬이라는 곳, 이름처럼 너무나도 예쁘다. 깨끗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섬이 또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인 것 같다. 사람들도 착하고, 공기도 좋고, 물까지 맑은 이런 지상낙원이라니, 나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에는 정말로 좋은 곳인 것 같다. 마지막, 추억... - by 윤호


 간만에 신선한 충격이랄까? 외지 사람의 방문이 거의 없는 하늘섬에 외지 사람이라니... 너무나도 반갑다. 게다가 준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준이가 꺼려할까봐 손님들 받기가 좀 그랬는데, 다행히 준이는 구김살 없고 밝은 아이라서, 다 좋게 좋게 생각을 하나 보다. - by 민정


 하늘섬이라는 장소. 날 거부하는 걸까? 내가 자신에게로 다시 걸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내가 자신을 파괴할까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너 같은 섬보다는 나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 미안하다. 하늘섬 - by 민용


 민호와 범이를 보니 흐뭇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어려워하던 녀석들이 그렇게 멋진 사랑의 결실을 맺어가지고 올 줄이야. 결혼서약서를 보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내 아들이 너무나도 장하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 때마저도 민호보다 윤호 생각이 더 간절한걸까? 지금 내 옆에 있는 나의 큰 아들도 충분히 힘들고 많이 아팠을 텐데, 윤호가 더 불쌍하고, 안쓰러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일까? 도대체 왜.. 윤호가 더 안쓰러울까? - by 해미



 “아유.” 


 두 남자가 들어오자 민정이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이게 뭐에요?”


 “죄송합니다.” 


 “헤헷.” 


 두 남자의 웃음에 웃음이 나온 민정이다.


 “어서 씻어요. 내가 물 받아줄게요.”


 “준아 같이 목욕할래?”

 “응?” 


 윤호의 제안에 준이가 고개를 든다.


 “아저씨랑 같이 목욕하자.”


 “진짜요?” 


 “그럼.” 


 준이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 번진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민정이 윤호를 말린다.


 “아니에요. 제가 준이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걸요?”


 “헤헷.” 


 준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윤호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

 “알았어.” 


 민정이 준이의 볼을 꼬집는다.


 “잘 부탁해요.”


 “네.” 


 윤호가 싱긋 웃는다.




 “휴.” 


 어쩔 수 없이 뭍에서 하루를 묵어야 할 것 같다.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리로 갈 사람이 없다.


 “민정아...” 


 내가 나쁜 걸까?




 “만세!” 


 “만세!” 


 준이가 윤호의 말대로 만세를 한다. 윤호가 준이의 상의를 벗겨준다.


 “헤헷.” 


 “자, 바지도 벗고~”


 준이가 윤호의 말대로 따라한다.


 “이제 팬티도 벗자.”


 “네~!!” 


 준이가 윤호의 말을 따른다. 너무 예쁘다.


 “자, 이제 탕 속으로!”


 “야!” 


 윤호가 준이를 번쩍 들어, 탕 안에 넣어 주었다.


 “헤헷.” 


 “나도 들어가볼까?”


 윤호도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갔다.




 “헤헷!” 


 “까르륵.” 


 “킥.” 


 두 남자의 웃음 소리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민정이다.


 “헤헷.” 


 두 사람을 위해서 맛있는 요리라도 만들어야 겠다.


 “뭐가 좋을까?”


 민정이 싱글벙글하면서 욕실로 들어간다.




 “헤헷.” 


 준이의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 번져있다.


 “얏!” 


 준이가 윤호에게 물을 튕겼다.

“어쭈!” 


 윤호도 준이에게 물을 튕겼다.


 “헤헷.” 


 “하하하하하.” 


 두 사람의 웃음 소리가 팝콘처럼 튀어 올랐다.




 “누나!” 


 “어, 승현아.”


 민정이 승현을 반갑게 맞는다.


 “여기 무슨 일이야?”

 “준이랑 누나 건강 보려고 왔지.”


 “헤헤!” 


 “누구 왔나봐?”


 승현이가 욕실 쪽을 바라본다.


 “어, 손님.”


 “손님?” 


 승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게 뭐야!”


 제길, 또 실수했다.


 “죄송합니다.” 


 “됐어요. 그냥 환불해주세요.”


 “네.” 


 찬성이 눈물을 머금고 금고통을 연다. 사장님의 눈빛이 자꾸만 느껴진다.


 “야, 황찬성 너 자꾸 실수할래?”


 “죄, 죄송합니다.”


 찬성이 고개를 숙였다.


 “너, 자꾸 그러려면 그만 둬라.”




 “시원하다.” 


 윤호가 상의를 벗은 채 츄리닝 바지만 입고 욕실 서 나왔다. 준이는 역시 팬티 차림이었다.


 “시원하다.” 


 윤호가 머리를 터는데 어떤 시선이 느껴진다.


 “?” 


 “누구십니까?” 


 ‘탁탁탁탁’ 


 승현이 윤호에게로 걸어왔다.


 “당신 누구십니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대꾸했다.


 “당신, 누구시길래, 준이랑 같이 목욕을 하시고 거기서 나오시는 거죠?”


 윤호가 준이를 바라봤다.


 “아빠요.” 


 “!” 


 승현의 눈빛이 떨렸다.


 “제가 준이 아빠입니다.”




 “아저씨, 있잖아요.”


 “응.” 


 준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침착해졌다.


 “아저씨가 제 아빠 해주면 안 되요?”


 “...” 


 윤호가 빤히 준이를 바라봤다.


 “나도 아빠가 갖고 싶어요.”


 “...” 


 준이가 물만 쭈뼛쭈뼛 바라보고 있다.


 “준이 친구들은 다 아빠가 있거든요...”


 “...” 


 “그런데 준이는 아빠가 없어요.”


 “준아.” 


 윤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준이를 꼭 안아주었다.


 “준아.” 


 “아, 아저씨.”


 준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가 아빠 해줄게.”


 “진짜요?” 


 준이의 입에 맑은 미소가 걸렸다.


 “응, 진짜.”


 “헤헤.” 


 윤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준아, 이제 내가 아빠해줄게.”


 “네!” 


 어린 천사, 너무 따뜻하다.




 “뭐라구요?” 


 승현의 표정이 굳었다.


 “제가 준이 아빠입니다.”


 윤호가 준이의 손을 꼭 잡았다.


 “!” 


 “어, 승현아 여기.”


 그 때 민정이 나왔다.


 “누나, 이 사람이랑 어떤 사이에요?”


 “어?” 


 승현의 말에 민정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손님이라니까.” 


 “준이 아빠라잖아요!”


 “어?” 




 “황찬성씨! 당장 나가세요!”


 “저, 저기요!”


 하지만 매정하게도 사장은 찬성을 내쫓았다.


 “치,” 


 겨우 13만원어치 손해를 입혔다고 하루만에 내쫓는 가게가 어디있나? 뭐, 사람이 다 익숙해지는 거지.


 “휴.” 


 찬성이 한숨을 쉬었다.


 “하늘섬에나 다시 가볼까?”



 “아저씨, 성도에 가시죠?”


 “찬성이 오랜만이네.”


 선주가 반갑게 맞는다.


 “가는 길에, 하늘섬에 데려다 주실래요?”



 “하늘섬?” 


 한 청년이 선주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지 뭐.”


 “고맙습니다!” 


 찬성이 고개를 숙인다.


 “저기요!” 


 민용이 갑자기 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늘섬에 간다고요?”


 “예.” 


 민용의 눈이 반짝였다.


 “저도 가도 되겠습니까?”




 “아저씨는 뭐하는 분이세요?”


 찬성이 민용에게 물었다.


 “나?” 

“네.”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글쎄?” 


 “하늘섬에 들어가는 사람 거의 없는데.”


 찬성이 열심히 밥을 먹는다.


 “그래?” 




 “다행히 날이 좋군요.”


 “아이고, 여기서만 날이 좋으면 뭐해요?”


 찬성이 훌쩍 배에 올라탄다.


 “섬 근처에 하루에 한 번쯤 비가 오거든요. 그거 조심해야 해요.”


 “...” 


 그랬다. 


 “출발합니다!” 


 “네!” 




 “아니야, 준이 아빠 아니야.”


 “그러면,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뭐에요?”


 승현이 따지듯 물었다.


 “응?” 


 “이 사람이 자기가 준이 아버지라잖아요!”


 “윤호씨 그러셨어요?”


 민정이 윤호에게 물었다.


 “제가 민정씨 곤경스러운 상황에 빠뜨린건가요?”


 윤호가 신사적으로 민정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네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민정씨랑은 아무 사이도 아닌데 준이 아버지입니다,”


 “?”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준이가 제게 아버지를 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그래서 아버지 하기로 했습니다.”




 “도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찬성이 선주에게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저씨는 묵을 때 있으세요?”


 “아마도.” 


 민용이 미소지었다.


 “그러면 저는 가볼게요.”


 “그래.” 


 찬성이 뛰어갔다.


 “어머니가 잘 계실까?”




 “헤헷.” 


 그 어색한 상황을 깨뜨린 것은 준이의 미소였다.


 “부럽죠? 승현이 삼촌.”


 “킥.” 


 민정이 잇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파하하.” 


 그리고 윤호 역시 미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승현 역시 밝게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다들 미친거야?”


 찬성이 올라오면서 민정과 승현을 향해 밝게 말을 건넸다.


 “어, 찬성아!”


 “찬성이 삼촌!”


 준이가 찬성을 향해 달려갔다.


 “준이 잘 지냈니?”

“네!” 


 찬성이 한 아름에 준이를 안아올린다.


 “누나, 이 분 누구셔?”

 “손님.” 


 민정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민용이 한 집 앞에서 머뭇 거린다.


 ‘딩동’ 


 민용이 지긋이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어머니의 목소리. 너무 오랜만이다.


 “접니다.” 



 “!” 


 문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민용이니?”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