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가 찾아오다.
어쩌면, 행운이라는 것은,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해버리고 지나치는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 by 민정
“슈퍼맨!”
“준아!”
민정이 기겁을 한다. 준이가 또 장독대에 올라가서 뛰어 내렸기 때문이다.
“왜, 엄마?”
준이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민정을 바라본다.
“왜, 엄마?”
“다쳐!”
민정이 준이의 무릎을 털어준다.
“하여간, 엄마 걱정 좀 안 하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
민정이 준이의 볼을 꼬집는다.
“헤헷.”
준이가 미소를 짓자, 민정은 가슴이 철렁했다. 준이의 미소에서, 준이의 모습에서 신지와 민용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기에...
“엄마 왜 그래?”
준이가 이상한 듯 엄마를 본다.
“아니, 엄마 괜찮아.”
민정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여긴가?”
선장은 이 곳에서 숙박을 하는 곳은 한 곳이라고 하였다.
“계세요?”
문은 열려 있었다.
“누구세요?”
안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여기가 숙소인가요?”
여자가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뛰었다.
“예. 맞아요.”
“여기서, 좀 묵었으면 하는데?”
“아, 어서오세요.”
여자가 웃었다. 너무나도 해맑게.
“혼자세요?”
“아, 네.”
여자가 밝게 웃었다.
“이리 오세요.”
“네.”
윤호는 민정을 따라가면서, 대충 집을 훑어보았다. 깨끗하고, 정갈한 집이었다. 혼자 사는 걸까?
“으앗!”
그 때 그 여자가 넘어지려고 했다.
‘탁’
“고맙습니다.”
윤호가 민정의 허리를 붙잡았다.
“뭘요.”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는 민정이다.
“여기에요.”
날마다 청소를 하기에 다행히 방은 깨끗했다.
“숙박료는 얼마나 되나요?”
일단, 방은 마음에 들었다.
“주무시는 거랑, 아침 식사는 합쳐서 만 원이고요,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는 각 끼니당 이천원씩 주시면 되요.”
민정이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값이 헐했다.
“여기요.”
윤호가 지갑을 뒤적거리더니 하얀 종이를 몇 장 꺼낸다.
“!”
민정은 살짝 놀랐다.
‘이. 사람 도대체 뭐야? 범죄자 아니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윤호가 작게 투덜거린다.
“네?”
윤호가 싱긋 웃었다.
“여기서, 살고 싶은데 사내 혼자 살기는 어렵네요.”
“아...”
민정이 그제야 수긍한다.
“그냥, 전세 줬다고 생각해주세요.”
그제야 밝게 미소를 짓는 민정이다.
“네.”
“아!”
나가려는 민정을 윤호가 붙잡는다.
“저, 달걀 무지 좋아해요.”
“네.”
민정이 싱긋 웃는다.
“킥.”
저 여자 무지 예쁘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귀엽네.”
자신의 짐을 부리는 윤호다.
“우와.”
민정의 입이 헤벌래해진다.
“이게 얼마야?”
돈을 세던 민정의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겨우 몇 백만원 쯤이라 생각했던 돈이 생각보다 많다.
“5..5억?”
이건 아니다. 이렇게 많이 돈을 받을 수는 없다.
“저기요?”
“네?”
짐을 정리하던 윤호가 밖에서 민정의 목소리를 들었다.
“왜 그러세요?”
“이거 너무 많아요.”
민정이 돈을 도로 건넨다.
“네?”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 없어요.”
민정이 쭈뼛거린다.
“그냥, 한 오백만원만 주시면 되요.”
“아뇨, 그럼 안 되죠.”
윤호가 싱긋 웃는다.
“제가 신세를 지는 걸요.”
“그. 그래도.”
민정이 말을 흐린다.
“그러면, 세탁기 하나만 사주세요.”
“?”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 세탁기 사러 나갈 시간이 없네요.”
“여기 세탁기 아무도 안 써요."
민정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네?”
윤호가 놀라서 반문했다.
“그러면, 여기서는 빨래를 어떻게 해요?”
“손으로요.”
민정이 당연하다는 듯 답한다.
“손으로요?”
윤호가 놀라서 반문한다.
“저, 그런 거 할 줄 모르는 걸요.”
“정말요?”
하긴, 외지 사람이니까.
“그러면 제가 해드릴게요.”
민정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 쪽이요?”
“네.”
윤호가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거 너무 폐가 되는데.”
“괜찮아요. 돈도 많이 받는데요?”
민정이 밝게 미소 짓는다.
“그럼, 저 가볼게요.”
“저기요!”
윤호가 민정을 부른다.
“네?”
“치.”
민정이 입을 삐쭉거린다.
“이런 거 왜 나에게 시켜.”
“팬티?”
가게 아주머니가 예쁜 분홍 팬티를 건넨다.
“아뇨. 남자꺼.”
“아, 준이꺼.”
“아, 네.”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민정이다.
“장난해요?”
“그럼 어떡해요?”
누가봐도 아동용 팬티다.
“아.. 알았어요, 고마워요.”
“왜 그래요?”
잠시 후 나온 윤호가 불편한 표정이다.
“민정씨가 사준 거 입었거든요.”
“뭐라구요?”
민정의 입에 미소가 퍼진다.
“나는 심각해요. 이거 너무 조여.”
윤호가 팬티를 자꾸 잡아 당긴다.
“뭘 자꾸 봐요?”
윤호가 작게 구박하자 민정이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돌린다.
“변태아줌마.”
“누, 누가 변태에요~ 누가 변태에요!”
민정이 투덜거리며, 제 방으로 간다.
“킥.”
그런 민정을 보면서 미소가 번지는 윤호이다.
“하여간.”
민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다.
“그런 사람이 다 있어.”
자꾸만 윤호가 상상되는 민정이다.
“아악!”
“엄마, 미쳤어?”
그 때 준이가 민정을 쿡 찌른다.
“어?”
민정이 준이를 본다.
“왜 혼자서 발광이야.”
“...”
민정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아악!”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엄마한테 발광이 뭐야!”
“발광했잖아!”
“킥.”
정말 재밌는 식구들이다.
“휴.”
민용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온다.
“이번 발령지입니다.”
비서가 건네준 발령지에는 하늘섬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곳을 인수해야 하는 건가?”
“예.”
대규모 테마파크를 건설한다. 그래서 하늘섬을 모두 사들여야만 한다. 내가 다시 그 곳으로 갈 수 있을까?
“무슨 걱정 있으십니까?”
비서가 걱정 어린 눈으로 물었다.
“아니.”
민용이 작게 부정한다.
“걱정은 없어,”
민용이 달력을 넘긴다.
“언제 출발하면 되는 거지?”
“이르면 이르실 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민용이 손에 깍지를 꼈다.
“내일 출발하지.”
“비행기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민용이 비서를 붙잡았다.
“내가 알아서 배를 타고 가겠네.”
“사, 사장님!”
비서가 민용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가고 싶어서 그래.”
“알겠습니다.”
비서가 얼떨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방을 벗어났다.
“휴.”
그래, 다시 하늘섬으로 들어간다 이거지.
“뭐, 별 일있겠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저 미친개가 왜 저러지?”
“왜?”
바로 민비서가 다가 온다.
“무슨 일인데?”
“지가 직접 차를 몰고 하늘섬에 간다네.”
“뭐?”
비서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저, 초절정 싸가지에 걷는 거 싫어하는 왕자님이?”
“그러니까, 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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