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안녕, 나의 소중한 친구야. 잘 가.
이제, 정말 가야 하는 걸까? 자꾸만 의식이 가물가물 하다. 내 주위에서 누군가가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눈을 뜰 수가 없다.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어디서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나의 아이 준이일 것이다. 하지만 준이를 안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제 다시 나는 가망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하지만 잠시나마 눈을 떠야 할텐데. 그래서 죽기 전에 나의 아이 얼굴 딱 한 번은 봐야 할텐데. 그래야지, 저 세상 여정 떠날 때, 조금이나마 덜 외롭고, 그나마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 있을텐데. 그럴 텐데. 제발, 잠시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하늘아. 나에게 시간을 줘. 오래 바라지 않을 게. 다만 내 아이. 내 예쁜 아이 한 번만 보고, 그 아이의 고운 모습을 나의 기억 속에 잠시만 남길 시간을 줘. 저승으로 가는 기 나 홀로 외롭지 않토록, 부탁해 하늘아. 제발. 오랜 시간도 아닌 겨우 5분 남짓한 시간만 내게 전해주기를 바라, 내게 딱 그만큼의 시간만 남겨주기를 바라. 제발 하늘아 부탁해. 부탁할게 하늘아, 나에게 기회를 줘. 딱 그 아이의 얼굴만 보고 갈게. 하늘아, 이 불쌍한 어미의 마음을 조금만 헤어려주면 안 되겠니? - by 신지
하느님, 하느님이 있다면, 제발 도와주세요. 제 친구 신지 죽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하느님 제발 신지를 살려주세요. 차라리, 저를 죽이고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일 평생 혼자서 아프면서도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안하며 힘들게 살아온 이 아이 죽일 수 없잖아요. 하늘이시여. 어찌 이리도 매정하십니까? 제발 여리디 여린 이 아이 딱 한 번만 살렺쉽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 아이 부디 제 아이 한 번 만 보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아이, 제발 도와주십시오. 하느님, 하느님이 계시다면 제발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제 친구, 잠시만 다시 살아나도록 도와주세요. 하느님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하느님 부탁드립니다. - by 민정
이토록, 독한 어머니는 처음 보았다. 장애인이 아이를 낳는 것도 보았지만, 이렇게 암 환자가 본인의 목숨까지 내걸면서 아이를 낳다니, 이 아이는 분명 평생동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을 것이다. 영원히 어머니의 사랑을 온 몸에 감싸며, 평생 미소지으며 행복하게 살 이아이가 어쩌면 너무나도 부럽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 그렇게 완전한 사랑ㅇ르 줄 줄 아는 이 여자도 조금은 부럽다. 하지만, 이 여자처럼 나의 아이를 다시는 보지 못한 다면 나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여자에게 하느님이 조금의 시간이라도 부여해주시기를 바란다. 하늘이시여, 당신도 감정이 있다면, 부디 이 여인에게 잠시나마의 유예을 주시옵소서. 이 여인네가 잠시나마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마음 속에 남기도록 기회를 주시옵소서. 부디, 부디 이 여인네에게 기회를 주시옵시고, 한 번만 여 여인네가 진심으로 울 수 있도록, 진심으로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느님 부탁드립니다. 고마운 하느님, 제발 이 여자에게 딱 한 번만의 시간이라도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하느님. 정말 고맙습니다 하느님. 이 여자가 아이를 낳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by 해미
“어떻게 되었어요?”
간호사가 수술실에서 나오자 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는다.
“...”
간호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젓는다.
“하.”
민정은 무너졌다.
“아이는요?”
“건강해요.”
민정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간호사가 민정을 이끌었다.
“배를 갈랐는데... 너무 진행이 되었더라.”
해미의 말에 민정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고마워요. 선배.”
“고맙긴.”
해미가 슬픈 미소를 짓는다.
“어쩔 거야?”
민정이 가만히 신지를 본다.
“올 사람도 없어요.”
“휴.”
해미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온다.
“그러면, 그냥. 화장 하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돈은 내가 내 줄게.”
“아니에요. 선배.”
해미의 말에 민정이 당황한다.
“아니,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해미가 미소를 짓는다.
“나에게 엄마란 어때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거든.”
“...”
민정의 눈 앞이 흐려졌다.
“신지야.”
화장터로 가는 내내 하늘은 우중충했다.
‘쏴아.’
“신지야.”
하늘에서는 마치 신지의 눈물 같은 비가 흘러내렸다.
“신지.”
저기 신지의 관이 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신지야.”
이윽고 불이 올라간다.
“뜨겁겠다.”
신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응?”
“저기 들어가면 뜨겁겠다.”
“그렇겠지?”
신지가, 동료의 시신이 태워지는 것을 보고, 쓸쓸히 답했다.
“나도 화장하면 뜨겁겠지?”
“그. 그렇겠지?”
민정이 당황하며 대답한다.
“그래도 화장하고 싶어.”
“?”
민저잉 고개를 갸웃했다.
“왜?”
“어차피, 내 무덤에 와 줄 사람이 없잖아.”
신지가 씩 웃었다.
“없기는 왜 없냐?”
“그럼?”
신지가 민정에게 반문했다.
“나.”
“치.”
신지가 코웃음을 쳤다.
“퍽이나, 너같은 덜렁이, 내 제삿날도 잊어버릴 거다,”
“피.”
“신지야.”
뜨겁지? 거기 뜨겁지?
민정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린다.
“민정아.”
“선배.”
해미가 민정을 꼭 껴안아준다.
“아파하지마.”
해미가 미소짓는다.
“신지씨,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야."
"..."
"어머니였으니까.“
해미가 미소를 짓는다.
“세상에서, 어머니가 되어 본 사람은 모두 행복한 사람이야.”
“...”
민정은 대꾸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신지씨는 행복한 사람이야.”
‘뿌우’
뱃고동 소리에 배가 천천히 움직였다.
“휴우.”
민정이 한 숨을 쉬었다.
“가네.”
등에는 준이가 업혀 있었다. 하늘섬으로 드디어 돌아간다. 준이가, 이제 인큐베이터가 없어도 되기에...
“신지야.”
바다를 보며 신지가 작게 읊조린다.
“안녕.”
바다의 수면 위로 신지의 미소처럼 밝은 미소가 반짝였다.
“신지야, 준이 내가 잘 키울게.”
민정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맙습니다. - [열두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
고맙습니다. - [열한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고맙습니다. - [아홉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고맙습니다. - [여덟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
고맙습니다. - [일곱 번째 이야기] (0) | 2009.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