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원치 않았던 재회.
나도 이제 아빠가 생겼다. 나 준이에게도 이제 아빠가 생겼다. 다행히 아빠의 성도 이씨이다. 헤헷, 이제 준이도 아빠가 생겼다. 준이는 이제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다. 준이는 행복하다. - by 준이
이 사람 너무 고맙다. 이렇게 순순히 아이에게 아빠가 되어주겠다고 말을 하다니, 진심이 아닌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미소를 주어서 이 사람 너무나도 고맙다. 잘 대해 주어야겠다. - by 민정
아빠라, 준이에게 아빠가 되어준 사람이라고? 그런데 준이는 왜 나에게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소리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한 거지? 나도 민정이 누나 좋아하고, 준이 많이 챙겨줬었는데. 조금은 서운하다. - by 승현
하늘섬에 오니 마음이 편안하다. 이렇게 하늘섬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따뜻함을 줄지 몰랐다. 서울에서의 힘든 일들 당분간은 잊고 새로운 힘을 얻어가야 겠다. 너무나도 따뜻한 하늘섬에서 - by 찬성
결국, 이렇게 돌아오게 되었다. 다행히 그 날 이 곳을 떠날 때의 이민용이 아닌, 최고의 이민용이 되어서. 부끄럽지 않은데 부끄럽다. 내가 이 곳을 다시 돌아올지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이렇게 쉽게 찾아오게 될 것이면서, 여지껏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 by 민용
나의 아들이 돌아왔다. 오랜 기간 연락도 없던 나의 아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아들의 얼굴이 쓸쓸해 보인다. 조금은 힘들어 보인다. 엄마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그게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나는 나의 아들 편을 들 것이다. 나는 엄마이니까, 이 아이게 든든한 나무가 되어줄 것이다. - by 문희
오늘 날씨도 좋은데 윤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을까? 이렇게 오랜 기간 보지 않은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겨우 이틀을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마치 이년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윤호야.. 잘 지내는 거지? 엄마는 우리 아들 건강히 잘 있을 거라고 믿어. - by 해미
"접니다. 어머니.“
민용이 작게 말했다.
“들어오거라.”
해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민용아.”
문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찰칵’
문이 열렸다.
“어머니.”
문희가 인자한 미소로 서계셨다. 예전의 그 미소로.
“ 저 왔어요.”
“그래, 잘 다녀왔니?”
“네.”
“씻어라.”
문희의 그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민용이다.
“네.”
민용이 애써 그 울음을 삼킨다.
“이게 뭐에요?”
윤호가 상을 보더니 투덜거린다.
“왜요?”
윤호가 투덜거릴만 했다. 오징어 국에 오징어 찌개, 오징어 튀김, 오징어 무침, 오징어 젓갈, 오징어 숙회.
“무슨 오징어 밭해요?”
민정의 얼굴이 붉어진다.
“요, 요즘 오징어 철이란 말이에요.”
“그래도 이거 너무하잖아요.”
윤호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나 안 먹어요.”
“치, 먹기 싫으면 마요.”
민정이 본 척도 하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는다.
“마, 맛있어요?”
윤호가 슬금슬금 다시 밥상으로 다가온다.
“그럼요.”
윤호가 슬그머니 수저를 들자 민정이 획 빼앗는다.
“안 드신다면서요.”
“죄, 죄송해요.”
윤호가 머리를 긁적인다.
“저도 밥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되요.”
민정이 단호하게 말한다. 역시 선생님 답다.
“엄마, 그냥 아빠한테 밥 줘.”
“아빠?”
민정이가 숟가락으로 준이의 머리를 때린다.
‘딱’
그 때, 그 수저를 윤호가 손으로 막아 냈다.
“!”
민정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유, 윤호씨.”
“아빠!”
준이의 입에 미소가 걸린다.
“아, 아파라. 무슨 엄마가 애를 이렇게 세게 때립니까?”
“괘, 괜찮아요?”
윤호의 손이 붉어졌다.
“괜찮습니다.”
윤호가 살짝 손을 매만진다.
“애 좀 떄리지 마세요.”
준이가 작게 혀를 내민다.
“너!”
민정이 다시 때리려고 하자, 준이가 윤호의 뒤로 숨는다.
“아빠.”
“치.”
민정이 작게 볼을 부풀린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찬성이가 승현이의 침대에 털썩 눕는다.
“또 여기서 지낼 거냐?”
“그러면, 내가 갈 곳이 있냐?”
찬성이가 싱긋 웃는다.
“휴.”
승현이 고개를 젓는다.
“그나저나 너는 아직도 민정이 누나 좋아하냐?”
“!”
승현의 눈이 멈칫한다.
“좋아하는 구나.”
“...”
승현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접어라.”
“!”
찬성이 잔잔하게 말을 이어간다.
“왜?”
“너는 어울리지 않아.”
“그래?”
승현이 찬찬히 창 밖을 살핀다.
“나도 안다.”
“밥 먹어라.”
“네.”
민용이 식탁에 앉았다. 민용이 좋아하는 반찬이 가득하다.
“먹어, 아들.”
“고맙습니다.”
“...”
민용이 목까지 올라온 말을 내뱉는다.
“정말 고맙습니다.”
“우와!”
한 번 오징어 요리들을 먹어보던 윤호의 입에 미소가 걸린다.
“이 것들 되게 맛있네요?”
“그럼요. 누가 한 건데.”
민정의 입에도 미소가 걸린다.
“어때요?”
“진짜 최고에요. 밥 더주세요!”
“학학.”
그날 윤호는 8공기의 밥을 비웠다.
“괜찮으세요?”
“네, 간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네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민정씨 정말 요리 잘 하시네요.”
“헤헤.”
민정이 쑥스럽게 웃는다.
‘따르릉’
그 때 전화기가 울렸다.
“아악!”
굴을 캐던 아낙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이고, 재필 엄마.”
다른 아낙들이 달려왔다. 한 아낙이 굴을 따던 낫에 허벅지를 찔렀다. 상처가 벌어져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아이고, 의사 선상님.”
“예.”
승현이 환자를 살폈다. 피가 너무 많다.
‘제길, 피가, 피가 무섭다.’
“강간호사.. 피 좀 닦아줄래요?”
“네.”
유미가 울먹이며 거즈로 피를 닦는다.
“뭐라고요?”
“왜요?”
민정이 전화를 끊자 윤호가 물어본다.
“제가 친한 언니가 낫에 허벅지가 찔렸대요.”
“!”
“그런데 피가 멈추지 않는대요.”
민정이 눈물을 흘렸다.
‘쏴아’
“비온다!”
그 때 비마저 내렸다.
“갑시다.”
“네?”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를 가요?”
“그리로 가자고요.”
윤호가 민정을 일으켜 세웠다.
“당장 저 보건소로 데려다 주십시오.”
“야! 돌팔이 뭐하는 거야!”
한 아낙이 승현의 등을 후려쳤다.
“어떻게 피를 안 나게 막아야 할 것 아니야!”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피 비린내의 역겨움을 참으면서, 겨우겨우 상처를 살피고 있지만 도저히 혈관이 보이지 않는다. 어서 묶어야 하는데...
“비키세요!”
그 때 윤호가 들어왔다.
“무. 무슨?”
승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호가 거칠게 승현을 밀어내더니 손에 수술용 하얀 장갑을 낀다.
“간호사님. 메스 좀 주세요.”
“네?”
유미가 얼떨떨한 상황에 윤호를 바라본다.
“사람 죽일 꺼에요!”
“아. 예.”
유미가 메스를 집어준다.
“!”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이고! 민정아 저 사람 좀 말려봐!”
“저, 저 미친놈! 사람이 피가나는데 더 자르면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윤호는 머뭇거리지 않고 다리를 더 깊이 절단해냈다.
“어떻게 하지?”
겨우 레지 2년차인 윤호로써는 피가 멈추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혈관을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
‘치잉’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마가 들어왔다.
“비켜.”
해미는 윤호를 비켜나게 하더니 메스를 집었다.
“!”
해미는 거침없이 환자의 상처를 찢었다.
“엄마!”
그러더니 한 번에 그 혈관을 잡아냈다.
“!”
윤호의 눈 앞에서 해미는 그 혈관을 간단히 묶어 버렸다.
“이 바보 이윤호야. 사람이 출혈을 하면 혈관이 수축된다는 간단한 사실도 잊은거야?”
해미가 미소를 짓는다.
“이 이봐요!”
사람들의 아우성.
“흣.”
윤호가 매스로 살을 더 깊게 자르더니 살 속에 손을 집어 넣어서 한 바퀴 돌린다. 그러더니 피가 멎는다.
“!”
사람들의 표정이 놀라움에 굳는다.
“됐습니다.”
윤호가 손에서 장갑을 풀었다.
“꼬매는 것은 할 수 있죠?”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정체가 뭐에요!”
보건소를 나가는 윤호에게 민정이 소리쳤다.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에요?”
“천사요.”
윤호가 싱긋 웃으며 대답을 했다.
“치.”
그 사람이 먼저 훌쩍 가버린 이후 민정이 홀로 집으로 걸어간다. 다행히 언니는 무사하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다쳐서 너무 놀랐다.
“!”
민용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민정이었다. 과거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그녀는 분명 민정이었다.
“민정아.”
민용이 작게 불렀다.
“민정아.”
어디서 날 부른 것 같은데?
“민정아.”
확실하다. 민정은 고개를 돌렸다.
“!”
민정의 눈이 커졌다.
“민용씨?”
민용이 이 곳을 보고 있다.
“!”
“...”
길 한 복판 두 사람이 서로를 미끄지듯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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