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첫날 밤?
“하, 덥네.”
“그, 그러네요.”
민정이 겉옷을 벗고, 윤호가 웃통을 벗었다.
“하하, 에. 에어콘 좀 틀까요?”
“그, 그럴까요?”
두 사람이 에어컨을 튼다. 하지만 쉽사리 열기가 가라앉지는 않는다.
“우, 우리 노래라도 들을까?”
“그, 그래.”
윤호 쭈뼛거리며 콤포넌트를 튼다.
“두 사람 뭐하고 있을까?”
“모르지.”
해미가 자는 준이의 머리를 쓸어준다.
“얘, 참 예쁘지 않아.”
“그렇네?”
두 부부의 입에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그, 그러니까.”
윤호가 쭈뼛거린다.
“치, 침대는 하나니까. 미, 민정씨가 치, 침대에서 자요.”
“아, 아니에요.”
민정이 손사래친다.
“윤호씨가 침대에서 자요.”
“아, 아니에요. 민정씨가 자요.”
윤호도 손사레를 친다.
“나,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
“!”
두 사람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하하. 날이 덥네요.”
“그러게요.”
두 사람 모두 아까 민정의 발언 이후 패닉 상태이다.
“나, 나가서, 무 물좀 먹고 올게요.”
“그래요.”
“휴.”
이, 바보 서민정.
민정이 자신의 머리를 때린다.
“거기서 그런 말을 왜 하니?”
“초코파이 먹을래요?”
“아, 할아버지!”
찬성이 짜증을 낸다.
“왜? 이 멧돼지 똥따까리야.”
“아, 진짜!”
윤호 형님과 민정 누님의 오붓한 첫날밤을 위해서 당연히 본인이 순재 할아버지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생각 버렸다.
“할아버지 안 졸려요?”
“초코파이 드실래요?”
“아!”
찬성이 비명을 질렀다.
“하음.”
얼마나 지났을까? 윤호는 하품이 났다.
“졸려.”
윤호의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웅.”
“이제, 들어갈까?”
조금은 열기가 식은 민정이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코오’
윤호가 아기처럼 몸을 둥글게 만채 손가락을 빨면서 자고 있었다.
“킥.”
민정은 미소가 나왔다. 다 큰 남자가, 팬티만 입고 손가락을 빨고 자다니. ??
“꺄악!”
패, 팬티만 입고!
“휴.”
“죄송해요.”
민정의 비명에 온 집안 사람들이 다 일어났다. 정작 당사자인 윤호는 아직 자고 있다.
“당연히, 저러고 잘 수도 있지.”
“죄송합니다.”
“오호, 아니야. 민정아.”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윤호 저 자식 아직도 저렇게 자네.”
준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참 대단해.”
“네?”
민정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아픈 사람이랑 살 생각도 하고.”
“아픈 사람?”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윤호 아프잖아.”
“!”
민정의 눈이 멈칫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
해미와 준하 사이에 눈빛이 오갔다.
“엄마.”
“왜?”
“엄마는 여기서 얼마나 살았어?”
문희가 손가락을 헤아린다.
“한 50년?”
“엄마는 여기에 소중한 기억이 있어?”
“그럼.”
문희가 미소지었다.
“여기서 네가 나고 컸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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