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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스물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9:16



 #23화. 추억




 “치.” 

“괜찮으세요?” 


 준하의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그러기에. 할아버지 초코파이 만지시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때리실지는 몰랐지.”


 준하가 울상이다.


 “휴.” 


 “자기, 어떻게 할꺼야?”

 해미가 민정에게 물었다.


 “네?”

 “오늘 내려갈꺼지?”


 “네.” 

 민정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우리 윤호 하루에 한 번씩 산책시켜줘.”


 “?” 


 “그러면 몸이 덜 굳을거야.”


 해미의 눈이 반짝였다.


 “어미의 부탁이야.”


 “네.” 


 해미가 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


 “부탁할게.” 


 “...” 


 “민정이 너도 의사이니까. 부탁할게.”


 “네.” 




 “엄마, 있잖아요.”


 문희가 민용을 바라봤다.


 “나, 사실 회사의 명령받고 내려온거에요.”


 “...” 


 “이 하늘섬을 모두 사들이래요.”


 문희가 빤히 민용을 쳐다봤다.


 “그래서 땅을 샀어요. 그런데 미안해요.”

“...” 


 “그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것 같아서.”


 “그럼 돌려주면 되잖아.”


 “회사라는 게 그렇지 않잖아요.”


 민용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런데 이 추억들 부술 자신이 없어요.”


 “...” 


 “엄마 어쩌면 좋죠?”


 문희가 민용을 안아준다.


 “그냥, 네가 하고픈대로 해.”


 “...” 


 문희의 품은 따뜻했다.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준이가 예쁘게 인사를 했다.


 “준아 안녕!”


 “범이 삼촌도 안녕.”


 준이가 범이의 볼에 뽀뽀를 해줬다.


 “그럼, 저희 갈게요.”


 “잘 가라.”


 해미와 준하가 그들을 배웅했다.


 ‘쿵’ 


 “이게 마지막이겠죠?”


 “그래도 추억은 많았잖아.”


 네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었다.




 “준아, 어디 가고 싶어?”

 “음.” 


 준이가 검지를 물었다.


 “에버랜드!” 


 “에버랜드?” 




 “우와!” 


 에버랜드의 매표소의 수는 엄청났다. 준이에게는 너무나도 신기했다.


 “어린이 하나, 성인 둘. 노인 한 분이요.”


 “어린이는 몇 살인가요?”


 “5살이요.” 


 “노인분은요?” 


 민정이 순재를 바라보았다.


 “일흔이요.”

 “그러면 어른들 비용만 내시면 됩니다. 6만 6천원입니다.”




 “우와!” 


 들어가자 마자 버블건을 쏘는 아저씨 앞에서 준이가 버블을 터뜨렸다.


 “준아 사줄까?”

 “응.” 


 준이가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에요?” 


 “오천원입니다.” 


 민정이 돈을 꺼내려 하자 준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엄마, 그냥 가자.”


 “왜?” 


 “너무 비싸.”

 준이가 고개를 저었다.




 “우와!” 


 “야!” 


 “꺄악!” 


 “초코파이 줄게요. 살려주세요!”


 네 사람은 함께 청룡 열차를 탔다.




 “우웩.”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예.” 


 순재의 얼굴이 창백했다.


 “괜히 태웠나봐?”


 “그러니까. 내가 태우지 말자니까.”


 윤호가 투덜거렸다.


 “여기.” 


 ‘툭’ 


 윤호가 민정에게 물을 건네다 떨어뜨렸다.


 “!” 


 윤호의 창백이 하얘졌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 




 “제길.” 


 윤호가 유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