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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스물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19:17



#24화. 고백




 “제길!” 


 윤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휴.” 


 민정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나 할말있어,”


 “그래.” 


 윤호의 차분한 얼굴에 민정도 차분해졌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준이?”


 준이가 메뉴판을 한참 봤다.


 “나는 어린이 세트.”


 역시나 값이 가장 헐한 거였다.

 “오늘은 아빠 마음대로.”


 윤호가 준이를 밀더니 가장 비싼 메뉴들을 주문했다.


 “아빠?” 


 “준아, 이건 아빠 선물.”


 그리고 윤호가 버블건을 내밀었다.




 “우와!” 


 음식이 나오고 준이 가족은 식사를 했다.


 “맛있다.” 


 “응.”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윤호가 부드럽게 샴페인을 마셨다.


 “나 할 말있어.”


 “뭔데?” 


 민정이 스테이크를 한입 물면서 물었다.


 “나 루게릭이야.”


 윤호가 차분히 말했다.


 “나 죽어.”


 “알아.” 


 민정도 차분히 답했다.


 “!” 


 윤호가 고개를 들었다.

 “알아?”

 “어머니가 말해주셨어.”


 “아.”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그래서, 어쩌자고?”


 민정이 윤호에게 물었다.


 “우리 헤어지자고 말하려는 거야?”


 “응, 네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


 윤호가 고개를 숙였다.


 “나 아픈데.”


 “준이는?” 


 윤호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아빠 없는 애 만들꺼야?”


 민정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아니지?”

 “어?” 


 민정이 미소지었다.


 “나는 괜찮아.”


 윤호가 민정의 손을 잡았다.


 “정말?” 


 “응.” 


 민정이 싱긋 웃었다.


 “우리는 부부니까.”


 “누나.” 


 “윤호야.” 


 두 사람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아빠. 나 업어줘.”


 준이가 어울리지 않게 어리광을 부렸다.


 “다 큰게.”


 “헤헤.” 


 준이가 귀엽게 혀를 내밀었다.


 “아빠, 업어 줄꺼지?”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부바!” 


 준이가 윤호의 등에 업혔다.


 “우리 저거 먹어요.”


 순재가 츄러스를 가리켰다.

“알았어요. 사올게요.”


 민정이 밝게 웃으며 뛰어갔다.




 ‘쨍그랑’ 


 “괜찮니?” 


 “네.” 


 범이가 당혹스러워했다.


 “얘는 항상 잘하다가, 실수를 해?”


 “그. 그게, 죄송합니다.”

 해미는 바닥에 떨어진 유리파편을 보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어머니, 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문희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섬 포기하겠습니다.”


 민용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추억.”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의 추억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잘 생각했다.”


 문희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가 걸렸다.


 “고맙습니다.” 


 “돌아갈거냐?” 


 문희의 물음에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이 곳에 있을겁니다.”

“?” 


 문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느냐?”


 “어머니와 지내고 싶습니다.”


 민용이 문희의 손을 잡았다.


 “이 하늘섬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 


 문희의 눈이 감동으로 가득 찼다.


 “민용아.” 


 “엄마.” 


 민용이 문희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는 제가 지켜드릴게요.”


 문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