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끼이익’
작은 구멍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온다.
“휴.”
손바닥 만한 창, 처음에는 차라리 독방이라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그립다.
“다녀 올게요.”
“오늘 가게?”
“네.”
준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민정을 본다.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봐야죠.”
“...”
“민용씨 그렇게 만든 사람인데 얼굴이라도 봐야죠.”
“그래도, 힘들텐데.”
해미가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에요. 어머니.”
“휴.”
해미가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내가 같이 갈까?”
“아니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 힘드시잖아요.”
“...”
“괜찮아요. 어머니.”
민정이 해미의 손을 꼭 잡는다.
“다녀 올게요.”
“승현이랑 같이 가면 어떠냐?”
준하가 민정에게 말을 건넸다.
“승현이랑요.”
“그래, 승현이랑 가면 마음이 좀 편하겠다.”
“휴.”
민정이 고민한다.
“꼭 그래야만 겠어요?”
“응.”
해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럼 승현이랑 갈게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고맙다. 아가.”
“아니에요. 어머니.”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같이 가자고?”
“응.”
승현이 달력을 본다.
“오늘 좀 바쁜데.”
“그래?”
민정의 볼멘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흐른다.
“그럼 언제 시간 돼?”
“이번 주말은 어때?”
“주말?”
민정이 잠시 조용하다.
“그래.”
“오케이.”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내가 일요일 너를 데리러 갈게.”
“아니야, 안 그래도 돼.”
“괜찮아.”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승현아!”
“일요일에 보자.”
“스, 승현아!”
승현인 슬라이더를 닫았다.
“휴.”
일요일에 일이 많았는데, 계속 야근으로 무리를 하더라도, 다 끝마쳐야 할 것 같다. 일요일을 위해서.
“휴.”
그러나 일이 너무 많다.
“휴.”
민정이 볼을 부풀린다.
“하여간 승현이 이 녀석은 언제나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니까, 마음에 안 들어.”
민정이 가늘게 전화기를 노려본다.
“치.”
그러던 민정의 눈에 한 사진이 들어온다.
“!”
자신과 민용이 함께 찍은 사진.
“...”
이제 결혼만 하면 되는데, 약혼도 다 하고, 이제 결혼 날짜도 다 잡아 놓았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되다니.
민정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아.”
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여보, 뭐해?”
해미가 입에 검지를 가져다댄다.
“왜?”
“끄윽, 끄윽.”
민정의 방에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해미가 고개를 젓는다.
“그냥 두자고요.”
“휴.”
준하가 한숨을 쉰다.
“어서요.”
해미가 준하의 등을 떠민다.
“알았어.”
준하가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민정아!”
“어! 승현아!”
조금 이른 시간이다.
“승현이 왔니.”
“네, 아버지.”
승현이 준하에게 인사를 한다.
“들어와서 밥 먹어.”
“그럴까요?”
승현이 싱긋 웃는다.
“자식.”
준하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와!”
승현이 탄성을 내지른다.
“맛있겠어요!”
“어머니가 너 준다고 어제부터 준비하셨어.”
“진짜요?”
민정의 말에 승현이 바로 해미에게 물어본다.
“얘는.”
해미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그냥 평상시 먹던대로 했어.”
“우리 엄마, 이제 거짓말도 잘 하시네.”
민정이 싱긋 웃는다.
“민정이 너!”
해미가 작게 입술을 깨물어보인다.
“그냥 먹자구.”
준하는 이것 저것 잴 것 없이 바로 숟가락을 가져갔다.
“휴.”
“너무 많이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네.”
승현의 대답에 해미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역시 어머니, 음식 솜씨는 최고라니까요.”
승현이 엄지를 내민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하고.”
해미와 준하가 배웅을 한다.
“다녀 올게요.”
“그래.”
“휴.”
한 뼘 하늘 한 가운데로 해가 들어오는 삼십분 남짓, 윤호가 하루 중 유일하게 햇살을 가득 내려받는 시간이다.
“따뜻해.”
윤호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나온다.
“괜찮겠어?”
“응.”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너 쓰러지는 거 아니야?”
“쓰러지기는.”
민정이 창 밖을 내다본다.
“그 사람도 어리다며.”
“그러더라.”
“휴.”
민정이 한숨을 내쉰다.
“그 사람도 많이 힘들 꺼야.”
“그렇겠지.”
승현이 운전을 하며 여유롭게 대꾸한다.
“둘이 잘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도 그 생각했어.”
해미의 얼굴이 쓸쓸하다.
“이제 우리 민정이 보내야 하나봐.”
“당연하지. 우리 딸인데.”
준하가 창 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이제 우리 며느리 아니겠지.”
“그럼.”
준하가 해미의 손을 잡는다.
“이미 우리 딸이잖아.”
“준하씨.”
해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왜 하필 우리인 걸까?”
“...”
“왜 하필 우리 착한 민용이가.”
해미가 준하의 품에 무너져 내린다.
“대신 하늘은 우리에게 민정이 같이 예쁘고, 착하고, 참하고, 순수하고, 말 잘듣는 딸을 내려 주었잖아.”
준하가 미소를 짓는다.
“이제 된 거야.”
“흐윽.”
준하가 해미의 등을 토닥인다.
“다 왔어.”
“응.”
민저으이 표정이 다소 어두워진다.
“돌아갈까?”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만나보고 싶어.”
“그럼 가자.”
“응.”
민정이 차에서 내린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그럼.”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들어가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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