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블로그 창고

사랑은 죄다. - [4화]

권정선재 2009. 3. 13. 22:38




 4화




 “이윤호 나와!”


 무슨 일이지?


 “어서!”


 윤호가 미적 거리자 간수가 다소 거칠게 윤호를 끌어낸다.


 “면회다.”


 “면회요?”


 나에게 면회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라든가요?”


 “네가 죽인 사람 약혼녀래.”


 “!”


 윤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사람이 여길 왜.”


 “갈 꺼지?”


 윤호의 눈에 고민이 스친다.




 “올까요?”


 “모르겠습니다.”


 간수가 공손히 대꾸한다.


 “여지껏 그 친구에게 면회가 온 적이 없어서.”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여태껏요?”


 “네.”


 “!”


 “일가친척도 없습니까?”


 승현이 차분하게 되물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더군요,”

 “!”


 민정이 입에 손을 모은다.


 “여태 혼자 지냈다는 건가요?”


 “그렇겠죠.”


 민정의 마음이 싸해진다.


 “아팠겠다.”

 

 “그렇겠네.”


 승현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어쩔 거야?”


 “갈게요.”


 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그래.”


 간수가 미소를 짓는다.


 “첫 면회가 다소 껄끄럽기는 하다만, 시끄럽게 안 할 꺼지?”


 윤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라.”


 “네.”


 간수라는 사람 마치 윤호의 아버지 같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간수가 미소를 짓는다.




 “온다네요.”

 

 “네.”


 민정이 감정을 추스른다.




 “혜미야.”


 “응?”


 “네 남자친구 요즘 안 보인다.”


 “...”


 혜미의 얼굴이 굳는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혜미의 얼굴이 굳는다.


 “그래?”


 친구는 그냥 시큰둥하다.


 “매일 같이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니 이상하네.”

 “그 사람 군대갔어!”


 “군대?”


 친구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 말도 없었잖아.”


 “그냥 자원해서 혼자 도망치듯 갔어.”


 “진짜?”


 친구가 볼을 부풀린다.


 “그래도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너, 너에게 안부 전해달래.”


 “그래?”

 혜미의 등으로 식은 땀이 흐른다.


 “나 먼저 갈게.”


 “그래.”


 혜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사람 뭐라고 했지?”


 “뭐가요?”


 해미가 준하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


 “이름 말이야.”


 “이윤호라던가요?”




 “온다네요.”


 간수가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흐읍.”


 민정도 가늘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너무나도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들어오기가 무섭게 무릎을 꿇는다.


 “!”


 민정은 다리가 풀린다.


 “야!”


 승현이 재빨리 민정을 부축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윤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일부로, 일부로 그런 건 아니에요.”


 “알아요.”


 민정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


 윤호가 고개를 든다.


 “그 말 해주려고 왔어요.”


 “!”


 간수와 윤호의 얼굴이 굳는다.


 “다 안다고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민정아!”


 민정이 승현의 손을 잡는다.


 “그래서 용서했다는 말 하려고 왔어요.”


 “...”


 윤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물론 당신 나오면, 당신 머리 끄댕이 잡아챌지도 몰라요.”


 “...”

 “평생 당신 원망할지도 몰라요.”


 “...”


 “하지만.”


 윤호가 고개를 들었다.


 “당신만은 죄책감 안 느끼길 바라요.”


 “...”


 민정이 싱긋 웃는다.


 “당신은 행복하기 바라요.”


 “...”


 “내 남편 민용씨의 인생 하나만 아프면 족해요. 윤호씨는, 꼭 행복해야 해요. 반드시 그래야만 해요.”


 민정이 승현의 손을 가만히 놓는다.


 “그래서, 꼭 민용씨 몫만큼 행복해야 해요.”


 “네.”


 윤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행복할꺼죠?”


 윤호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이제 나는 다시 안 올꺼예요.”


 “...”


 “나도 사람이니까, 윤호씨 조금은 원망해도 되죠?”


 윤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잘 있어요.”


 “네.”


 민정이 천천히 돌아선다.




 “너 괜찮아?”


 “응.”


 민정의 안색이 안 좋다.


 “어디 앉자.”


 “아니.”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어서 집에 가고 싶어.”


 “그래도.”


 승현이 민정의 얼굴을 보고 단념한다.


 “그래 어서 가자.”


 “그래.”


 민정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윤호, 일어나.”


 “흐윽.”


 윤호가 바닥에 엎드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서.”


 “흐윽.”


 간수가 힘겹게 윤호를 일으킨다.


 “들었지?”


 윤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너는 네가 아닌 거야.”


 “...”


 간수가 윤호의 손을 잡는다.


 “이제 너는 그 사람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야.”


 “...”


 윤호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인다.




 “민정아.”


 “...”


 민정은 아무런 대꾸가 없다.


 “민정아.”


 승현이 다시 나지막히 불러본다.


 “서민정!”


 “어?”


 그제야 민정이 반응을 보인다.


 “왜?”

 “왜 그렇게 사람이 넋을 놓고 있어.”


 “아니.”


 민정이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그 사람 몇 살이라고 했지?”


 “스물 둘.”


 “하아.”


 민정이 한숨을 내쉰다.


 “우리보다 열 살이나 어린 아이네.”


 “그렇네.”


 승현의 말에 민정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너 왜 그래!”


 갑자기 승현이 악을 tMs다.


 “뭐가?”

 민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왜 네가 미안해 하는데!”


 승현이 악을 쓴다.


 “!”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죄책감은 네가 아니라 그 자식이 느껴야 한다고!”


 “...”


 민정은 다시 창밖을 내다본다.


 “제길.”

 

 승현이 작게 욕을 내뱉는다.


 “...”


 민정은 멍하니 창 밖만 내다본다.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죄다. - [6화]  (0) 2009.03.13
사랑은 죄다. - [5화]  (0) 2009.03.13
사랑은 죄다. - [3화]  (0) 2009.03.13
사랑은 죄다. - [2화]  (0) 2009.03.13
사랑은 죄다. - [1화]  (0) 200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