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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죄다. - [5화]

권정선재 2009. 3. 13. 22:38



 5화




 “서민정.”


 “응?”


 승현이 작게 내뱉는다.


 “사실은 말이야.”


 “?”

 민정이 살짝 승현을 바라본다.


 “나 너 좋아해.”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러는 내가 미친 놈인 거 알지만.”


 승현이 주먹을 쥔다.


 “너 오랫동안 좋아했어.”


 “...”


 민정은 아무런 말도 없다.


 “처음, 민용이가 너를 소개시켜준 그 시간부터.”


 “...”


 “지금까지.”


 “널 좋아했어.”


 “...”


 민정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저씨.”


 “왜?”


 간수는 적잖히 놀랐다. 윤호 녀석이 입을 열다니.


 “저 용서 받았어요.”


 “용서?”


 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그는 이미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후였다.


 “그 사람이, 저를 용서해준대요.”


 “거 참 잘 되었구나.”


 간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어렵네요.”


 윤호가 귀엽게 혀를 내민다.


 “뭐가?”


 “행복하다는 거 모르거든요.”


 “...”


 간수가 갑자기 입을 다문다.


 “그런데 행복하라고 하네요.”

 

 윤호가 씨익 웃는다.


 “행복한 게 뭘까요?”


 “...”


 윤호의 얼굴에 쓸쓸함이 스쳐간다.




 “미안.”


 민정이 입을 열었다.


 “...”


 승현은 당연히 예측한 반응이라 조금은 무덤덤 했다.


 “이럴 줄은 알았지만,”


 “...”

 “조금 아프네.”


 승현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바로 노라고 답할 줄이야.”


 “...”


 민정이 다시 창 밖을 내다본다.


 “그래도 조금은 생각 할 줄 알았거든.”


 “미안해.”


 민정이 다시 말한다.


 “괜찮아.”


 승현이 애써 미소를 짓는다.


 “예스를 원했던 거였지만.”


 승현의 미소가 다소 쓸쓸해 보인다.


 “노라는 대답을 들을 것 같았거든.”


 “...”


 민정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다시 출발하자.”


 “그래.”


 찬성이 부드럽게 엑셀을 밟았다.




 “그래, 다녀왔니?”

 “네.”


 민정이 조금은 힘없이 걸어들어온다.


 “왜 그래?”


 준하가 걱정어린 표정을 짓는다.


 “아무 일 아니에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아무 일 아니긴!”


 해미가 살짝 민정을 나무란다.


 “사람이 이렇게 지쳐 있는데.”


 “헤에.”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웃기는.”


 “저 그 사람 용서했어요.”


 “!”


 “!”


 해미와 준하가 멈칫한다.


 “너 뭐라고 했니?”


 “그 사람 용서했다고요.”


 “!”


 해미의 눈이 공허해진다.


 “지금 민정아, 무슨 말 하는 거야?”


 “그 이윤호라는 사람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원해요.”


 “...”


 “그래서 용서해주고 왔어요.”

 “잘했다.”


 준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했어.”


 준하가 민정의 손을 잡는다.


 “우리 딸 최고야.”


 “고마워요. 아버지.”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너 그 소식 들었어?”


 “뭐?”


 민정의 친구 신지가 민정 옆에 다가온다.


 “염팀장님 말이야.”


 “승현이가 왜?”

 “이번에 미국으로 발령났대.”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에 발령났을 때, 막 가기 싫다 그러더니, 어제 갑자기 가겠다고 우기더래. 자기가 간다고.”


 “!”


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 왜그래?”


 “나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민정아!”


 민정이 사무실을 뛰쳐나간다.


 “쟤가 왜 저러지?”


 신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승현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야, 염승현!”


 “어, 민정아.”


 승현이 미소를 지으며 민정을 반긴다.


 “어쩐 일이야.”


 “너 미국으로 발령났다며.”


 “아.”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벌써 들었네.”

 

“어떻게 된 거야?”


 “그냥 그렇게 됐어.”


 승현이 민정에게 자리를 가리킨다.


 “나 때문이니?”


 “아니.”


 승현이 고개를 젓는다.


 “...”


 민정이 계속 승현을 바라본다.


 “그래 네 탓 도 조금은 있어.”


 “하아.”


 민정이 무너지듯 자리에 앉는다.


 “왜 그래?”

 “너 왜 그래?”

 “...”


 승현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뭘?”


 “우리 좋은 친구가 되면 안 되는 거니?”


 “...”


 승현의 표정에 싸한 기색이 역력하다.


 “승현아.”


 “미안.”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제 나 친구하기 싫어.”

 

“...”


 승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너에게 조금은 남자이고 싶어.”


 “...”


 민정은 가만히 승현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는 내가 남자로 안 보이잖아.”

 

“...”


 민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야.”


 “!”


 승현이 미소를 지었다.


 “너 힘들게 하기 싫으니까.”


 “...”


 “나 힘든 것도 싫으니까.”


 “...”


 민정은 괜시리 가슴이 답답해왔다.

 

“하아.”


 “필래?”


 승현이 담배를 한 대 권한다.


 “고마워.”


 민정이 담배를 입에 물고, 능숙하게 불을 붙인다.


 “언제 가니?”


 민정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내일.”


 “!”


 민정의 눈이 굳었다.


 “장난해?”


 “아니.”


 승현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비밀로 가고 싶었는데.”


 “하아.”

  

 민정인 묵묵히 담배만 빨아들였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네가 말씀 좀 해줘.”


 “하아.”


 민정이 다시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너도 되게 못 됐구나.”


 “그런가?”


 승현이 멋쩍게 웃는다.


 “병신.”


 민정이 작게 욕을 내뱉는다.


 “욕 좀 그만해라.”


 승현이 인상을 찌푸린다.


 “너 없는 동안 욕만 늘어 있을 거야.”


 “치.”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건강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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