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저 녀석 참 좋았는데.”
“그러게.”
죄수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이윤호.”
“잊지 못할꺼야.”
무기수들의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
“하아.”
햇살이다. 따사로운 햇살.
“이게 뭐예요?”
“옷이지.”
내가 입으면 안 될 것 같이 너무 하얗다.
“이걸 어떻게 입어요?”
“입어, 죄수들이 영치금 모아서 사 준 선물이야.”
“!”
윤호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저씨들이요?”
간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저씨들도 돈이 없을 텐데.”
윤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저씨들.”
“어서 입어.”
한남수씨도 간수생활 몇 년 차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죄수들이 앞다퉈서 영치금을 기부하다니.
“너 참 대단한 녀석이다.”
“헤헤.”
윤호에게 딱 맞춘듯한 하얀 면바지와 하얀 셔츠와 하얀조끼, 하얀 모자에 하얀 구두가지. 벨트도 하얗다.
“이거.”
간수가 체인을 건네자, 윤호가 허리춤에 채운다.
“이런 옷도 오랜만이네요.”
“많이 변했을 꺼다.”
“네.”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저도 변했어요.”
“잘 살아라.”
“네.”
윤호가 다시 간수를 따뜻이 안아주었다.
“이제 못 만나겠죠.”
“그렇지.”
간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인다.
“고마웠어요.”
“그래.”
“아버지.”
“!”
늙은 간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 바보야?”
윤호가 간수의 눈물을 닦아준다.
“이렇게 든든한 아들이 생겼는데 왜 울어?”
“그러게 말이다.”
간수가 미소를 지었다.
“잘 가거라.”
“네.”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어디로 가지?”
너무 막막한 윤호다.
“아직 있으려나?”
윤호가 밖에서 기웃거린다.
‘똑똑’
“누구세요?”
찬성이의 목소리.
“나야 윤호.”
‘우당탕’
‘쨍그랑’
“으악!”
“...”
윤호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 녀석 뭐하는 거야?”
“윤호야!”
왜 그런지 온 몸에 각종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뒤집어 쓴 찬성이 반가운 표정으로 문을 열어준다.
“응, 찬성아.”
찬성이 윤호를 덥썩 안아버린다.
“그래서 감옥 간 거였어.”
“응.”
윤호가 따뜻한 탕에 몸을 풀며 말했다.
“힘들었겠다.”
찬성이 윤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아니.”
윤호가 싱긋 웃는다.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을 배웠어.”
“?”
찬성이 고개를 갸웃한다.
“소중한 것?”
윤호가 빙그레 웃었다.
“행복해야 한단 거.”
“?”
찬성이 볼을 부풀린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다. 임마.”
윤호가 싱긋 웃는다.
“너 이상해.”
찬성이 고개를 젓는다.
“그런가?”
윤호가 빙긋이 웃는다.
“너 진짜 감옥 다녀 온 거 맞냐?”
“킥.”
윤호가 몸에 비누칠을 한다.
“아닌 것 같아. 너 어디 도 닦고 왔니?”
“글쎄다.”
윤호가 빙긋이 웃기만 한다.
“나 참.”
찬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뉴욕은 어땠니?”
“그럭저럭요.”
승현이 스테이크를 먹으며 답했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더라구요.”
“그래?”
해미가 궁금한 듯 묻는다.
“나도 예전에 딱 한 번 뉴욕에 가본 적 있는데.”
“언제요?”
승현이 묻는다.
“신혼여행?”
해미가 빙긋이 웃는다.
“참 즐거웠어.”
“아.”
네 가족이 즐겁게 식사를 한다.
“이제 어쩔거야?”
“뭐가?”
“앞으로 말이야.”
윤호가 한숨을 쉰다.
“글쎄다.”
윤호가 상의를 입는다.
“나도 걱정이다.”
“오빠.”
혜미가 가만히 사진을 만지작 거린다.
“미안.”
혜미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혜미가 베개를 끌어 안는다.
“나 용서할꺼지?”
“혜미 만날래?”
찬성이 조심스레 물었다.
“뭐?”
“혜미 말이야.”
“...”
“그래도.”
“됐어.”
윤호가 너무나도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됐어.”
윤호의 눈빛이 서늘하다.
“휴.”
“나도 모르겠다.”
“...”
찬성이 머리를 턴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
“그러게 말이다.”
윤호가 대꾸한다.
“나도 모르겠다.”
“휴.”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본다.
“돌아올 것 같은데.”
혜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용서라도 빌까?”
“그런데 말야.”
“응?”
승현이 민정을 본다.
“뭐?”
“그 사람.”
“...”
승현이 입을 다문다.
“이제 출소했겠지?”
“그렇겠지.”
승현이 담담히 말한다.
“보고 싶다.”
“!”
승현의 눈이 동그래진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응?”
민정이 고개를 든다.
“그 사람 가엾지 않디?”
“...”
“난 가엾더라.”
민정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 사람이 많이 가엾더라.”
“...”
승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립더라.”
“...”
“민정아.”
“응?”
승현이 슬픈 눈으로 민정을 본다.
“나 너 잊고 싶었다.”
“...”
“그런데 자꾸만 더 또렷해져.”
“...”
“나는 어쩌냐?”
민정이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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