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민정아.”
“응?”
승현이 머뭇거린다.
“왜?”
민정이 재촉한다.
“다시 물을게.”
“뭘?”
“우리 사귀자.”
“!”
민정의 눈이 떨린다.
“안 돼.”
“왜?”
“우리는 사랑하면 안 되잖아.”
“그래도.”
“미안.”
여전했다.
“나 너 잊으러 갔는데, 잊혀지지 않더라.”
“3년이나 흘렀어.”
“...”
민정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그럴 꺼야?”
“글쎄다.”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 평생?”
“...”
승현의 표정이 슬퍼진다.
“정말 내 자리는 없는 거냐?”
“미안.”
민정이 다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래서 이제 뭐할꺼야?”
“글쎄다.”
윤호가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전과자에게 일을 줄 곳이 있으려나?”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구해보는 게 어때?”
“아르바이트?”
“바리스타?”
교도소 안에서 성실하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윤호였다.
“저, 여기서 바리스타를 구한다고 들었는데요.”
“아, 네.”
안에서 들어오는 목소리가 익숙하다.
“휴.”
혜미가 머리를 만진다.
“오빠.”
정말, 내 자리를 주지 않을까?
혜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연인이었는데.”
고작 그런 일로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다시 가질꺼야.”
혜미의 눈이 반짝인다.
“!”
돌아서는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윤호씨?”
“!”
윤호의 눈도 놀람으로 가득찬다.
‘딸랑.’
그러더니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린다.
“하아. 하아.”
그 사람이 이 가게에 있을 줄이야.
윤호가 머리를 젓는다.
“이봐요!”
뒤에서 민정의 소리가 들린다.
“일자리가 필요한 거잖아요!”
“...”
윤호가 대꾸를 하지 않는다.
“들어와요.”
민정이 문을 연다.
“면접은 봐야죠.”
“!”
윤호가 뒤를 돌아본다.
“어서요.”
저 여자 미소 짓고 있다.
“!”
윤호의 눈이 동그래진다.
“성함이요?”
“이윤호입니다.”
“바리스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아나요?”
“커피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정말 면접이다.
“해본 경험은?”
“교도소에서 배웠습니다.”
“...”
갑자기 민정이 말이 없어진다.
“요즘에는 그런 것도 알려주더군요.”
“아. 네.”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일단 실력을 보죠.”
“예.”
윤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가?”
민정이 등 뒤를 가리킨다.
“잠시만요.”
“!”
승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금 저 사람?”
자신이 잘못 본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휴.”
윤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된다. 너무 오랜만이다.
“휴.”
잘 해야 한다.
“...”
민정은 잠자코 윤호를 바라보았다.
“하아.”
자꾸만 승현과 저 사람이 겹친다. 그리고 안쓰럽다.
윤호는 조심스럽게 원두를 내렸다. 진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가 내려졌다. 풍부한 원두의 향이 온 카페에 퍼졌다. 윤호는 다시 한 번 원두를 내렸다. 그리고, 또 원두를 내려서 세 잔의 커피를 섞었다.
“휴.”
땀이 흘러내렸다.
“하아.”
그리고 생크림을 부어 손으로 저었다. 부드러운 거품이 금세 볼에 가득 찼다.
“휴.”
그리고 그 것을 조심스럽게 원두커피 위에 얹었다. 그리고 캬라멜 가루를 예쁘게 뿌렸다.
“하.”
윤호가 이마의 땀을 닦는다.
“!”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여태까지 저토록 열심히 커피를 만든 사람은 없었다.
“여기요.”
윤호가 커피를 들고왔다.
“잘 마실게요.”
“아!”
갑자기 윤호가 민정의 손을 잡는다.
“!”
“기다려요.”
“?”
윤호가 바로 가더니 무엇을 뒤적인다.
“시럽은 넣고 싶은 대로 드세요.”
“하!”
건방진 녀석이었다. 자신이 무슨 배짱으로 이 곳을 온단 말인가?
“!”
찬성의 얼굴이 굳었다.
“오빠 어딨어요?”
“네가 신고했다며.”
“...”
찬성의 말에 혜미가 입을 다문다.
“어쩔 수 없었어요.”
“하!”
찬성이 코웃음을 친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요!”
혜미가 악을 쓴다.
“그 상황에서, 내 집에 전과자가 있는데!”
“너랑 사귀는 사람이었잖아!”
찬성도 지지 않는다.
“그래도 무섭잖아!”
혜미의 목소리가 떨린다.
“나도 죽이면 어떡해!”
“...”
찬성이 갑자기 할 말을 잊는다.
“나도 죽으면!”
“너 윤호 못 믿니?”
혜미가 찬성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윤호가 초조하게 민정을 본다.
“음, 맛있어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잘 배웠나봐요.”
“하.”
민정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소라니.
“도대체 왜 사귄거야!”
찬성이 악을 쓴다.
“윤호가 만만했니?”
“...”
“건방진 계집애.”
“...”
혜미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놓게 뻔뻔하게 그 더러운 면성을 들이미는 거야?”
“...”
찬성은 경멸에 찬 눈으로 혜미를 바라보았다.
“역겹다.”
“...”
“합격이에요.”
“!”
윤호가 고개를 들었다.
“네?”
겨우 이걸로?
“전 이토록 열정적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훗.”
승현은 미소를 지었다. 더 재밌는 일이 생각났다.
“내가 널 무너뜨리지.”
승현이 차에 올라탔다.
“윤호씨는 커피를 알아요.”
“!”
민정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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