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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서민정 Season 2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23:07

 



 1화




 “하아.”


 “이형사님 없으니 많이 쓸쓸하군요.”


 순재가 죽은 이후 한 달, 그 동안 시트팀의 큰 변화는 없었다. 변화라면, 그동안 일이 없었다는 거?


 “심심해 죽겠지 말입니다.”


 찬성이 울상을 짓는다.


 “그래도 저희가 형사지 말입니다.”

 

 “에, 그렇네.”


 민정이 한숨을 내쉰다.


 “이건 마치, 팥 없는 단팥빵 같은 느낌?”


 민용이 중얼거린다.


 “에? 어떻게 그런 느낌이지?”


 민정이 민용을 본다.


 “글쎄요.”


 민용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인다.


 “저도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 지는 모르겠네요.”

 

 “에, 그게 뭐야?”


 민정이 다시 모니터에 코를 박는다.


 “그런데 저희는 언제쯤 일이 들어옵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민정이 울상을 짓는다.


 “나도 막 출동하고 싶다고.”


 “좋은 소식.”


 그 때 막 윤호가 들어온다.


 “아, 이검사님 오셨습니까?”

 “뭐가 좋은 소식이에요?”

 윤호가 싱글벙글이다.


 “오늘 회식!”


 “그게 뭐 좋은 소식입니까?”


 찬성이 털써 주저 앉는다.


 “왜?”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회식이, 안 좋아?”


 “우리 지금 회식 할 기분 아니야.”


 “그러면?”

  “저희는 지금 일이 하고 싶지 말입니다.”


 “일?”


 “예. 그렇습니다.”


 자는 줄만 알았던 범이가 앉으며 말한다.


 “일 하면 되잖아.”


 “일을 줘야 하지 말입니다.”


 “에, 그런 거 꼭 지금 생각해야 해?”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오늘은 우리 그냥 먹고 즐기면 안 될까?”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우리 시트팀 지난 달 이후로 너무 우울하잖아.”

 

“...”


 “...”


 “...”


 갑자기 팀원들이 침묵을 지킨다.


 “그래 이거.”


 윤호가 고개를 젓는다.


 “아마 이것도 일이 없는 이유일껄?”

 

 “예?”


 찬성이 반문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렇게 사람들이 축 쳐져 있으면 범인이나 잡겠어?”


 “...”


 민정이 멍하니, 창 밖만 본다.

 

“좋아.”


 “응?”


 “우리 오늘 회식해요.”


 민정이 싱긋 웃는다.




 “오랜만이네.”


 “응,”


 민호가 시트팀을 반갑게 맞는다.


 “그동안 왜 이렇게 뜸했어?”

 “알잖아.”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안 온다고 부르지도 않냐?”


 “그러지 말입니다.”


 찬성이 투덜거린다.


 “다 됐고, 소주나 가져와.”


 민용은 술부터 찾는다.


 “최형사님.”


 범이가 눈을 낮게 뜬다.


 “아, 왜?”


 민용은 술을 마신다.




 “참 멋있는 분이셨어.”


 “네.”


 윤호의 말에 갑자기 모두가 숙연해진다.


 “우리 큰 아버지, 대단하시지?”


 “...”


 이 중에 가장 큰 아픔은 윤호가 지녔을 것이라.


 “힘들지 않으십니까?”


 “힘 안 드냐고요?”

 윤호기 싱긋 웃는다.


 “글쎄요. 그렇다면 거짓이겠죠?”




 “야!”


 “2차, 윽, 2차”


 시트팀 모두가 인사불성이 되었다.


 “제가 모두 택시에 태울게요.”


 “아, 고마워요.”


 민호가 웃으며 모두를 밖으로 데리고 갔다.


 “서팀장 일어나봐요. 서팀장.”


 윤호가 흔들지만 민정은 반응이 없다.


 “나, 참.”


 그 때 갑자기 민정이 일어난다.


 “흐윽, 흑.”


 “!”


 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승현아. 승현아.”


 “!”


 윤호의 얼굴이 굳는다.


 “승현아.”


 “휴.”


 그 때 뒤에서 민호의 한숨이 들려온다.


 “왜 이래요?”


 민호가 민정을 슬픈 눈으로 본다.




 “너무 아름다운 연인이었죠.”


 민호의 눈이 슬프다.




 “야, 거기 서!”


 승현이 범인을 쫓아 달린다.


 “승현아, 위험해!”


 “괜찮아. 넌 여기 있어!”


 그렇게 승현이 모퉁이를 도는 순간.


 ‘탕’


 다시 그 범인이 민정의 쪽으로 왔다.


 “으.”


 그리고 그 뒤로 승현이의 손이 보이면서, 승현이 천천히 기어나왔다.


 “쏴!”


 민정은 총을 들었다.


 “멈춰! 멈추지 않으면 발포한다! 멈춰!”


 “꺼져!”


 사내가 민정을 밀치고 달린다.


 “아악.”


 민정이 넘어진다.


 “민정아!”


 승현이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쓰면서 민정을 부른다.


 “쫓아!”


 “어!”


 민정이 사내를 쫓는다.


 “거기서!”




 “놓쳤어요.”


 “...”


 민호의 표정이 슬프다.


 “그리고 승현이는 죽었어요.”




 “내가 죽인 거야. 내가.”


 “네가 왜 죽여! 그 자식이 죽인 거지!”


 “그 자식 안 쫓고, 승현이만 병원에 보냈어도, 그랬어도.”


 민정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내 탓이야. 내 탓.”


 “바보야!”


 민호가 악을 쓴다.


 “그게 왜 네 탓이냐고!”


 “흐윽.”


 민정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그 사람도 잡지 못하고, 승현이도 살리지 못했어. 다 내탓이야.”


 “...”


 민호는 가만히 민정이를 안아주었다.


 “바보, 바보.”


 “나 그 사람 쏠 수 있었어. 그런데 바보처럼, 손에 총을 들고서 그 사람을 잡지 못했어. 바보처럼 말이야.”




 “...”


 “민정이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


 “윤호씨가 풀어주세요.”


 민호가 싱긋 웃는다.


 “제 친구를 대신해서 말이죠.”


 민호가 윤호의 어깨를 잡는다.


 “부탁해요. 윤호씨.”


 윤호가 물끄러미 민정을 바라본다.


 “네.”


 윤호가 가만히 대꾸한다.


 “제가 지킬게요.”


 “고마워요.”


 두 남자의 눈빛이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