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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 - [일곱]

권정선재 2009. 3. 13. 23:32
 




 7화




 “그래, 더 먹어.”


 고모는 마냥 기쁜 빛이었다.


 “응, 우유도 마시고.”

 고모는 마치 제자식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빵 좀 더 사왔어.”


 그리고 고모가 빵을 더 꺼낸다.


 “가지고 가서 먹어.”


 “...”


 윤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괜찮지?”


 간수 아저씨도 묵인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간 다 됐다.”


 “벌써?”


 고모는 너무나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왜? 조금이라도 더 있게 하지.”


 “죄송합니다.”


 간수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인다.


 “가자.”


 윤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거 가지고 가.”


 고모가 윤호의 품에 빵을 안긴다.

 

“응, 제발.”


그러더니, 고모가 품을 뒤진다.


 “이거 얼마 안 돼.”


 몇 장의 만원짜리를 간수의 손에 쥐어준다.


 “이걸로, 윤호 얘, 사식 좀 넣어줘. 거기 밥 맛 없는 거 내가 더 잘 알잖아. 응, 부탁해. 김주임, 해줄꺼지?”


 간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탁’


 그때 윤호가 빵을 던진다.


 “누구를 거지로 아십니까!”

 “아니, 거지가 아니라.”


 고모가 황급히 빵을 줍는다.


 “이게 얼마나 맛있는 빵인데.”


 “도대체 왜 이러세요!”


 “그냥 안쓰러워서. 안쓰러워서.”


 고모가 다시 품에 빵을 안겨준다.


 “이 노인네 정성, 이렇게 버러지 말고, 가서 나눠 먹어.”


 “...”


 “그 사람들도 바깥 음식 그리울텐데. 응?”

 “...”


 간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


 그 때 민정이 코웃음 친다.


 “고모 제발 그만해!”

 “...”

 윤호가 민정을 바라본다.


 “도대체 왜 이래!”

 “너 왜 그러니? 진정해.”


 “저 사람이 싫다잖아! 고모가 무슨 죄졌어!”

 “그만해, 그만해.”


 고모가 민정이를 안아준다.


 “!”

 그 때 윤호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린다.


 “!”

 고모의 눈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갑시다.”


 그제야, 윤호라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경상도 억양이 조금 섞인 서울말이었다.


 “그, 그래.”


 간수 아저씨가 황급히 윤호를 데리고 나갔다.




 “미안.”


 “아니다.”


 고모는 차분했다.


 “그럴만도 해.”


 “...”


 “휴.”


 “도대체 고모는 어떻게 해?”


 “뭐가?”

 “고모는 진짜 예수다.”


 “무슨.”


 고모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자식이 없잖니.”


 “...”


 “그리고 내 나이면 거기있는 사람들 다 내 자식이야.”


 “...”


 “그러니까, 자식보듯 하는 거지.”


 “대단하네.”


 민정이 바나나 우유는 원래 하얗다에 빨대를 꽂는다.


 “고모도 먹을래?”

 “나 그거 하얘서 이상하더라.”

 

“이상하긴.”


 민정은 열심히 우유를 빨았다.


 “정말 대단하네.”


 “그래.”




 “오늘 강의는 여기서 끝.”


‘탁’


 민정이 책을 덮고 나간다.


 “교수님!”


 그 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뭐가?”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도 30분이나 늦게 들어오셨어요! 그런데 벌써 나가신다니요!”


 “뭐가 문제지?”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 수업 겨우 한 시간 짜리입니다!”


 “그래, 오늘 내가 가르칠 분량은 다 가르친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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