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내가 누구지?”
언니가 가고 나서, 민정은 혼란스러웠다.
“휴.”
벌써 담배 한 갑을 태우고 있었다.
‘딸깍’
“?”
외삼촌이었다.
“켁켁.”
외삼촌이 들어오자마자, 연신 재채기를 해댄다.
“여기가 병실이니, 아니면 무슨 가스실이니? 쿨럭.”
외삼촌은 담배를 하지 못한다.
“그냥 머리가 답답해서 좀 피웠어.”
민정이 그제야 담배를 끈다.
“으유.”
외삼촌 앞에서는 담배를 피고 싶지 않다.
“엄마는?”
아까는 괜찮았지만, 엄마의 변덕은 정말 죽 끓듯이 한다.
“다시 또 아프다네.”
외삼촌이 고개를 젓는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가 좀 또라이야.”
“너!”
외삼촌이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이니?”
“맞잖아.”
민정이 미닛메이드를 마신다.
“삼촌도 마실래?”
“아니, 됐다.”
“싫으면 말고.”
민정이 쥬스를 한 병 다 헤치운다.
“우리 엄마 또라인 거 알잖아.”
“...”
“그게 제정신 박힌 사람이 할 짓이야?”
외삼촌은 말이 없었다.
“그래 우리 엄마 다들 알아주는 교수님이야.”
“...”
“그럼 뭐해?”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인간이 썩었는데.”
“그만 하거라.”
“!”
외삼촌의 목소리가 늙었다.
“네 엄마 그만 좀 욕하거라.”
“휴.”
민정이 다시 담배를 꺼냈다.
“삼촌 앞에서는 안 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민정이 익숙하게 불을 붙인다.
“휴.”
“...”
그런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오늘까지구나.”
“그래요?”
윤호도 슬슬 갑갑해지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편지가 왔구나.”
“?”
윤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사람은 없었다.
“레베카 수녀님이라는 구나.”
“?”
그 사람이 누구지?
“읽어 보겠느냐?”
“예.”
윤호는 편지를 건네받는다. 꽤 두툼했다.
“누구지?”
‘부욱’
윤호는 편지를 뜯었다.
안녕, 윤호야? 나는 레베카라고 하는 수녀다. 처음 들어보지?
교도소에는 여러번 다녀봤지만, 네 이야기는 처음 들었구나.
네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를 만나고 싶구나.
왠지 여리고 아린 가슴을 가진 아이 같아서, 내가 마음이 편치 않아.
내 나이 이제 70살이 넘어가거든?
그러니까, 내가 못 마땅하더라도, 좀 만나주지 않겠니?
그냥 네가 보고 싶구나.
어떻게 생각하니?
나를 만나고 싶다면, 매주 목요일 11시부터 2시까지 만나게 될 꺼야.
만나고 싶다면, 답장을 주렴.
아니다.
만나고 싶지 않더라도, 답장을 좀 주지 않으련?
이 늙은 노인네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럼, 이만 줄이마.
편지가 두꺼웠던 것은 편지의 내용이 많아서는 아닌 듯 하였다.
“?”
돈이었다.
“하.”
이 아줌마 되게 웃기다.
“휴.”
만나서 돌려줘야 겠다.
“귀찮게.”
이런 일 너무 싫다.
“갈게.”
“...”
엄마는 대답이 없다.
“삼촌, 나 갈게.”
“그래.”
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잘 가거라.”
“응.”
다시 돌아봤지만 엄마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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