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휴.”
민정인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하.”
쓸쓸하다.
‘딸깍’
민정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
고모였다.
“으이고.”
고모가 인상을 찌푸린다.
“쉬고 싶으면 성당 오라니까.”
“헤헤.”
이래서 고모가 좋다.
“그래 왜 그랬는지 물어도 말 안하겠지?”
“응.”
고모는 미소 짓는다.
“으이그.”
고모가 앙상한 손으로 내 손을 잡는다.
“우리 민정이 어쩔고.”
“...”
나는 차라리 고모랑 닮은 것 같다. 냉정하고 차가운 우리 가족 중 고모와 닮은 것 같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래, 목 마른데, 뭐 먹을 게 있니?”
어느새 고모는 냉장고를 열고 있다.
“글쎄요, 나는 모르겠는데?”
이거다. 당당함. 나는 고모가 좋다.
“쥬스 밖에 없네.”
고모가 인상을 찌푸린다.
“어떻게 너네 집 식구들은 잘 살면서 스타벅스 커피 한 병 사다 놓을 생각도 안 하니? 참 나.”
“그러게, 킥.”
민정이 미소 짓는다.
“사다줄까?”
“됐다.”
고모가 미닛메이드 쥬스를 꺼낸다.
“아쉬운대로 이거라도 마셔야지.”
고모가 쥬스 두 병을 들고 내 침대에 걸터 앉았다.
“마셔라.”
“응.”
쥬스는 달콤하고 시원했다.
“그래, 어쩔 거야?”
“응?”
민정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
“여기 있을 거니?”
“어?”
“아님 나랑 다닐래?”
“...”
민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민정아.”
고모가 민정을 바라본다.
“?”
고모의 눈이 깊다. 그런데 늙었다. 많이
“나랑 같이 교도소 다니자.”
“!”
민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런 데를 내가 왜 가?”
“그냥.”
고모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고모는 그랬으면 좋겠어.”
“...”
“응, 민정아.”
고모가 간절하다.
“무서워.”
“나랑 같이 다니자.”
“...”
고모가 호락호락 물러설 것 같진 않았다.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이게 또 내가 고모를 좋아하는 이유다. 우리 엄마처럼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고모는 나를 존중한다.
“할게.”
결국 고모를 보다 못해 내가 수긍한다.
“정말?”
고모의 표정이 밝아진다.
“응.”
고모 탓도 있지만 병원이 너무 갑갑했다.
“갈게.”
민정이 미소 짓는다.
“교도소.”
“그래.”
고모가 미소 짓는다.
“잘 생각했다.”
‘딸깍’
그 때 문이 열렸다.
“아, 사돈.”
“오셨군요.”
우리 아버지가 아주 어릴적 돌아가셨기에, 우리 두 집안은 딱히 연결될 고리도 없었지만, 아주 단단하게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아마, 우리 아버지 쪽이 엄청난 돈이 있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민정이 제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네?”
외삼촌이 살짝 놀란다.
“그게 무슨?”
“제가 아이를 데리고 있고 싶습니다.”
“그러시지요.”
외삼촌이 미소 짓는다.
“어련히 잘 해주시려고요.”
“고맙습니다.”
고모가 미소 짓는다.
“민정아, 내일 짐 싸 놓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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