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탁’
민정이 책을 덮고 나간다.
“교수님!”
그 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뭐가?”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도 30분이나 늦게 들어오셨어요! 그런데 벌써 나가신다니요!”
“뭐가 문제지?”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 수업 겨우 한 시간 짜리입니다!”
“그래, 오늘 내가 가르칠 분량은 다 가르친 걸로 아는데.”
“그게 교수로써 할 말씀이세요?”
“그럼 내가 더 뭘 어떻게 하지?”
“!”
그 여학생의 눈이 동그래진다.
“어제도 자습했잖아요!”
“너네는 어차피 점수 따러 온 거잖아.”
“!”
“그러면 닥치고 수업이나 들어.”
민정이 사납게 쏘아본다.
“그렇게 수업이 하고 싶어?”
“...”
“그렇다면, 내일부터 수업이 뭔지 알려주지.”
민정이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그리고.”
“?”
“너희들은 학생이라고 할 수 있나?”
“!”
“단 한 번도 너희가 지각 안 하고, 결석 안 한 날을 본 적이 없어.”
“...”
여학생은 할 말이 없어진다.
“학생이 먼저 학생된 도리를 안 하는데, 선생이 어떻게 선생된 도리를 하라는 거야? 일단 기본이 되야 하지 않겠어?”
“...”
“내가 30분 늦게 들어오면 뭐해!”
민정이 악을 쓴다.
“40분 늦게 들어오는 녀석이 있는데.”
학생들이 수군거림을 멈췄다.
“학점 구멍 안 내려고 자습 주면 뭐해!”
민정이 악을 쓴다.
“다음 시간에 또 결석인데.”
민정의 눈이 사납게 여학생을 쏘아본다.
“네 친구 따위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하면, 내 방으로 찾아와. 수업해줄게.”
민정이 숨을 가쁘게 쉰다.
“네가 과대표지?”
민정이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말할 때 그렇게 말하지마.”
민정이 여학생의 뺨을 친다.
‘짝’
“!”
“누구나에게 다 뺨을 맞을 테니까.”
민정이 강의실을 빠져나온다.
“하아.”
민정이 담배를 문다.
“아주 골초구만.”
옆에 승현이 앉는다.
“어,”
“너 여자애 때렸다며?”
“킥.”
민정이 맛있게 담배를 빤다.
“그래도 너 인기 짱이더라.”
“왜?”
“너 멋있다던데.”
“킥.”
민정이 웃음을 짓는다.
“내가 좀 멋있지?”
“하여간.”
승현이 고개를 젓는다.
“어머니는?”
“괜찮으셔.”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나 교수 그만 두려고.”
“!”
승현이 민정을 바라본다.
“너 그게 무슨 소리야?”
“교수라는 직업 원래 나에게 안 어울리잖아.”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너무 많이 속박하는 것 같아.”
“그래, 네 생각이라면.”
승현이 미소를 짓는다.
“저 그만두겠습니다.”
“아니 왜?”
총장이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이다. 분명 나를 잡지 못하면 어머니께 한 소리를 들으리라, 그래서 저럴 것이다.
“어머니께는 제가 잘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그런가?”
재단장인 우리 어머니를 봐서, 나를 교수로 임용한 이후 계속 안절부절했을 것이다. 내가 좀 꼴통이니.
“그럼.”
민정이 고개를 숙이고 총장실을 빠져나온다.
“하.”
이제 좀 가벼워진 마음이다.
“휴.”
담배가 간절했다.
“킥.”
그래도 좋은 교수이고 싶었는데.
“잘 된 거야.”
민정은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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