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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 1. 다섯

권정선재 2009. 3. 15. 09:52

 

 

 

만약에, 우리……

 

Episode 1.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섯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결국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옷을 고르고 있는 민정이다.

 

흐음.

 

어제 그 사람은 분명히 어려 보였다.

 

하아.

 

나이 먹은 게 이리도 서러워질 지는 몰랐다.

 

어떻게 옷들이 다 저 모양이냐?

 

어느 덧 자신도 나이가 들었던 걸까? 20대 초반에 즐겨 입었던 유니섹스 옷들은 단 한 벌도 보이지 않았다. , 하나 보이기는 했다. 색이 다 빠진 청바지, 요즘에 다시 스노우 진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스노우 진이 아니었다. 그냥 백바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색이 쫙쫙 빠져 있었다.

 

후우.

 

그렇다고 위에 걸칠 것도 마땅치 않았다.

 

인간 서민정 인생, 왜 이렇게 칙칙하냐? 집에 얼마나 있었다고, 이 모양으로까지 변하는 거야?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후우.

 

왜 이렇게 잘 보여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꿇리지 말자.

 

오늘 민정의 소심한 다짐이었다.

 

후우.

 

하지만 꿇리지 않을 옷이 몇 벌 없었다.

 

미치겠네.

 

민정은 울상을 지었다.

 

내가 그 동안 집에만 있기는 있었구나.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후우.

 

그렇다고 쇼핑할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았다.

 

?

 

순간 민정의 눈에 구석에 처박힌 옷이 보였다.

 

우와.

 

고등학교 시절에 입었던 귀여운 옷이었다.

 

다 정리한 줄 알았는데 안 버린 것도 있네?

 

흐뭇한 미소를 짓던 민정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이거라도 입을까?

 

민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치겠네.

 

윤호가 베스킨라빈스 앞 계단에 주저 앉았다.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핸드폰도 없으니 시간도 알 수 없었다.

 

후우.

 

다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건 느껴졌다.

 

이거 완전 쪽 팔리네.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민정이 심호흡을 하며 거울 앞에 섰다.

 

너무 과했나?

 

이왕 옷도 어린 거 딸기우유 컬러로 립스틱도 칠했다. , 귀엽기는 했다.

 

마지막이니까.

 

민정이 미소를 지으면서 애써 위안삼았다.

 

그러면 나가 볼까?

 

 

 

후우.

 

? 벌써 나와 있었네?

 

?

 

순간 들리는 목소리에 윤호가 고개를 돌렸다.

 

? .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왜 그래?

 

이 여자 지금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고 있다.

 

, 아니.

 

?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이야기를 해야 할 거 아니야?

 

, 그게.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 일단 들어가시죠.

 

, 그래.

 

민정이 싱긋 웃으며 가게로 들어섰다.

 

오래 기다린 거야?

 

아니요.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도 금방 왔는 걸요.

 

다행이다.

 

민정이 해맑게 웃었다.

 

괜히 너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고 그러잖아.

 

아니에요.

 

윤호도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뭐 드실래요?

 

, 나는 체리 쥬빌레.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잠시만요.

 

그래.

 

키도 크고, 어깨도 넓었다.

 

.

 

, 어린 아이 가지고 이러는 것 웃겼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까.

 

여기요.

 

, 고마워.

 

민정이 아이스크림을 받으며 싱긋 웃었다.

 

저기 그런데 이름이 뭐야?

 

이윤호.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쪽은요?

 

? ?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서민정.

 

서민정.

 

윤호가 작게 민정의 이름을 되뇌였다.

 

윤호는 나이가 몇 살이야?

 

16살이요.

 

,

 

순간 민정이 사례가 들렸다.

 

, 괜찮으세요?

 

.

 

민정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데 몇 살이라고?

 

16살이요.

 

윤호가 순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중학생인 거야?

 

아니요.

 

윤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 어째서?

 

제가 생일이 이르거든요.

 

윤호가 씩 웃었다.

 

그나저나 누나는 몇 살이에요?

 

?

 

민정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그게.

 

Rrrrr Rrrrr

 

순간 민정의 휴대 전화 벨이 울렸다.

 

, 잠시만, 전화 좀 받고 올게.

 

.

 

민정이 다급히 가게를 빠져 나왔다.

 

여보세요?

 

민정아.

 

, 신지야?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야?

 

나 이혼했어.

 

?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가 아니야.

 

신지의 목소리는 살짝 젖어 있었다.

 

우리 위태위태 했거든.

 

말도 안 돼.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너 지금 어디에 있어?

 

포장마차.

 

후우.

 

민정이 심호흡을 토해냈다.

 

그럼 내가 지금 갈게.

 

아니야.

 

됐어.

 

민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기를 바라고 그런 말 한 거 아니야?

 

.

 

신지가 작게 웃음 지었다.

 

알고 있었어?

 

그래.

 

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

 

.

 

후우.

 

민정은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했다.

 

 

 

뭐지?

 

윤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옷 입은 거 보면 내 또래 같기는 한대.

 

윤호가 유리창 밖의 민정을 바라봤다

 

나이가 왜 미스터리인 거야?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이스크림을 퍼 먹었다.

 

, 미안.

 

아니에요.

 

사과하는 민정의 말에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 친구에게 가 봐야 해서.

 

?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게 무슨?

 

친구가 지금 되게 힘들대.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그럼 먼저 갈게.

 

같이 가요.

 

순간 두 사람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