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 1.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섯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결국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옷을 고르고 있는 민정이다.
“흐음.”
어제 그 사람은 분명히 어려 보였다.
“하아.”
나이 먹은 게 이리도 서러워질 지는 몰랐다.
“어떻게 옷들이 다 저 모양이냐?”
어느 덧 자신도 나이가 들었던 걸까? 20대 초반에 즐겨 입었던 유니섹스 옷들은 단 한 벌도 보이지 않았다. 아, 하나 보이기는 했다. 색이 다 빠진 청바지, 요즘에 다시 스노우 진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스노우 진이 아니었다. 그냥 백바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색이 쫙쫙 빠져 있었다.
“후우.”
그렇다고 위에 걸칠 것도 마땅치 않았다.”
“인간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후우.”
왜 이렇게 잘 보여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꿇리지 말자.”
오늘 민정의 소심한 다짐이었다.
“후우.”
하지만 꿇리지 않을 옷이 몇 벌 없었다.
“미치겠네.”
민정은 울상을 지었다.
“내가 그 동안 집에만 있기는 있었구나.”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후우.”
그렇다고 쇼핑할 시간이 충분하지도 않았다.
“어?”
순간 민정의 눈에 구석에 처박힌 옷이 보였다.
“우와.”
고등학교 시절에 입었던 귀여운 옷이었다.
“다 정리한 줄 알았는데 안 버린 것도 있네?”
흐뭇한 미소를 짓던 민정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이거라도 입을까?”
민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치겠네.”
윤호가 베스킨라빈스 앞 계단에 주저 앉았다.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핸드폰도 없으니 시간도 알 수 없었다.
“후우.”
다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건 느껴졌다.
“이거 완전 쪽 팔리네.”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
민정이 심호흡을 하며 거울 앞에 섰다.
“너무 과했나?”
이왕 옷도 어린 거 딸기우유 컬러로 립스틱도 칠했다. 뭐, 귀엽기는 했다.
“마지막이니까.”
민정이 미소를 지으면서 애써 위안삼았다.
“그러면 나가 볼까?”
“후우.”
“어? 벌써 나와 있었네?”
“?”
순간 들리는 목소리에 윤호가 고개를 돌렸다.
“에? 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왜 그래?”
이 여자 지금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고 있다.
“아, 아니.”
“응?”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이야기를 해야 할 거 아니야?”
“그, 그게.”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 일단 들어가시죠.”
“뭐, 그래.”
민정이 싱긋 웃으며 가게로 들어섰다.
“오래 기다린 거야?”
“아니요.”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도 금방 왔는 걸요.”
“다행이다.”
민정이 해맑게 웃었다.
“괜히 너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고 그러잖아.”
“아니에요.”
윤호도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뭐 드실래요?”
“아, 나는 체리 쥬빌레.”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잠시만요.”
“그래.”
키도 크고, 어깨도 넓었다.
“쿡.”
뭐, 어린 아이 가지고 이러는 것 웃겼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까.”
“여기요.”
“아, 고마워.”
민정이 아이스크림을 받으며 싱긋 웃었다.
“저기 그런데 이름이 뭐야?”
“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쪽은요?”
“어? 나?”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
“
윤호가 작게 민정의 이름을 되뇌였다.
“윤호는 나이가 몇 살이야?”
“16살이요.”
“켁,”
순간 민정이 사례가 들렸다.
“괘, 괜찮으세요?”
“응.”
민정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런데 몇 살이라고?”
“16살이요.”
윤호가 순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중학생인 거야?”
“아니요.”
윤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어, 어째서?”
“제가 생일이 이르거든요.”
윤호가 씩 웃었다.
“그나저나 누나는 몇 살이에요?”
“어?”
민정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Rrrrr Rrrrr’
순간 민정의 휴대 전화 벨이 울렸다.
“자, 잠시만, 전화 좀 받고 올게.”
“네.”
민정이 다급히 가게를 빠져 나왔다.
“여보세요?”
“민정아.”
“시, 신지야?”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야?”
“나 이혼했어.”
“뭐?”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가 아니야.”
신지의 목소리는 살짝 젖어 있었다.
“우리 위태위태 했거든.”
“말도 안 돼.”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너 지금 어디에 있어?”
“포장마차.”
“후우.”
민정이 심호흡을 토해냈다.
“그럼 내가 지금 갈게.”
“아니야.”
“됐어.”
민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기를 바라고 그런 말 한 거 아니야?”
“킥.”
신지가 작게 웃음 지었다.
“알고 있었어?”
“그래.”
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
“응.”
“후우.”
민정은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했다.
“뭐지?”
윤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옷 입은 거 보면 내 또래 같기는 한대.”
윤호가 유리창 밖의 민정을 바라봤다
“나이가 왜 미스터리인 거야?”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이스크림을 퍼 먹었다.
“아, 미안.”
“아니에요.”
사과하는 민정의 말에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아, 친구에게 가 봐야 해서.”
“네?”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친구가 지금 되게 힘들대.”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그럼 먼저 갈게.”
“같이 가요.”
순간 두 사람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강인막말.... 아제발 (0) | 2009.03.16 |
---|---|
만약에, 우리 Episode 1. 여섯 (0) | 2009.03.16 |
만약에, 우리 Episode 1. 넷 (0) | 2009.03.14 |
기적이랄까 Season 5 - [마지막 화] (0) | 2009.03.13 |
기적이랄까 Season 5 - [4화] (0) | 2009.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