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노래> 논평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음악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최신 유행곡 들을 틀어 놓는 가게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면, 알 수 없는 이상한 외래어를 중얼거리는 노래가 대다수입니다.
괜히 영어나 기타 나라의 단어를 쓰면 고급스러워 보이고, 특별해 보인다는 한국 사람들 특유의 생각이 바탕에 깔려서 그러한 것일 지도 모릅니다.
또한 요즘 유행을 하고 있는 노래들을 보면, 거의 외국에서 유래한 곡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국 흑인 문화에서 파생이 되어서 현재 한국에서도 크나큰 인기를 얻고 있는 힙합 음악이라 하든지, 흔히 후크송이라고 부르는 돌림 노래 역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길거리 그 어디를 돌아보다 한국적인 것, 전통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못 가지고 있는 생각, 바로 외국 것이 더 좋다. 라는 평가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악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닙니다. 조금 먼 과거의 일을 생각을 해 보면, ‘김세레나’라는 가수가 <새타령>이라는 곡을 불렀던 사례가 있었고, 최근의 일을 떠올려 보자면, 우리나라 대표 락 밴드 ‘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요소가 여전히 인기를 끄는 것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죽어가고 있죠.
사람들은 문화라는 것을 크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문화라는 것은 우리가 계속 지켜주지 않고 보듬어 주지 않는다고 해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문화라는 것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나 자국의 문화, 그리고 오래 묵은 문화일수록 더욱 더 하찮고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맥이 끊긴 것들을 찾아보고자 한다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가장 먼저 민요라든가, 판소리. 탈춤, 창극 등이 모두 국가적으로 커다란 단체가 아니라면 맥이 끊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야 사물놀이 반 등이 있어서 간간히 국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중학교
오카리나를 불 줄은 알아도, 태평소는 불지 못 하고. 기타는 칠 줄 알아도, 가야금은 뜯을 줄 모르는 게 바로 현 세대의 모습이니까 말입니다.
‘빅토르 하라’의 이야기가 담긴 <끝나지 않은 노래>를 보면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부럽다라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전혀 히트를 치지 못 할 것 같은 가수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만일, 옛 타령들을 부르는 가수가 나타난다면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원더걸스나 빅뱅이 민요를 부른다고 해서 사람들이 바라봐 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에게 전통이라는 것은 더욱 소중하게 내려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 중에서 민중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민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부 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하나라는 생각을 크게 가지지 못했던 민중들을 하나로 묶어 준 것은 어떠한 뛰어난 지도자도 아니었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책략가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민요. 그 민요라는 것들이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나라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월드컵 당시의 모습도 이와 다소 닮아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어깨를 두르고, [아리랑]이나 [꽃타령]을 부르는 모습은 확실히 이질적이면서도 가슴 속 무언가를 끈끈하게 자극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맥을 끊겼다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언제나 우리 가슴 속에서 살아 숨을 쉬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늘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막상 그것들에 대해서 보고 듣고 하다가 보면 저절로 우리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저절로 거기에 몸이 움직여 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민요가 가지고 있는 힘은 확실해 보입니다. 사람들을 한 군데에 모이게 할 수 있는 힘. 바로 그것들이 들어 있는 것이지요.
음악이나 유행이라는 것은 확실히 시대가 달라지면 변하기 마련입니다. 문학의 스타일 역시 변화하고, 드라마의 경향이라는 것도 변화합니다. 우리가 늘 똑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토크쇼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본질 속에서도 그 순수한 무언가는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본질입니다.
아무리 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가장 본연의 것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그 예로,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웃기기는 하지만, 정통 토크쇼의 형식을 지닌 [놀러와]를 넘어서지는 못 합니다. 최근 들어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다, 작은 재미를 가지고 있는 독립 영화가 히트를 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라고 생각이 됩니다.
겉으로 포장이 된 화려한 것보다 그 속에 담겨 있는 가치 그 자체에 사람들이 주목을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빅토르 하라’처럼 민요를 모으고 다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 누구도 그러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 방송에서 [국악 한 마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은 그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 방송이라는 국영 방송사가 해야 할 의무 중에 하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화 방송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조금 의미가 다른 프로그램이기는 합니다. 나라에서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PD 자체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 역시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그것의 유지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에 대한 일례로, 문화 방송에서 ‘
문화 방송에서는 민요를 여기서 포기하지는 않았는데, 이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민요를 가리키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나, 곧 시청자들의 외면에 따라서 방송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필요 하지 않으면 그 문화가 무엇이든지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고 맙니다.
흔히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곁에 없으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통이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에서 천 년을 내려오는 축제는 부러워 하고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왕릉은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에 대해서 완벽하게 잊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민요가 이 정도라도 맥을 잇고 있는 것은 정말 기적이 아닐까라고까지 생각이 됩니다.
태풍에 의해서 뿌리가 뽑힌 나무를 빠르게 심으면 그 나무는 다시 살아날 수가 있습니다. 허나, 그 나무가 뿌리가 뽑힌 채 한참이 지나고 만다면, 그 나무는 다시는 살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 민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민요가 입은 옷은 너무나도 낡고 남루한 것이기에,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곧 그 진가가 사람들에게 드러날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겉 모습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으나, 진정으로 그 속에 담겨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면 말이죠.
‘빅토르 하라’는 한 나라의 영웅이면서도,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었지만, 그가 스스로 그렇게 하려는 생각을 하고 그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가 가장 옳다고 생각을 하던 것, 그저 그가 가장 좋아하던 것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던 것들이 의외의 결과를 얻어서 한 나라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나 하나로 무언가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곤 합니다. 그러나 물 한 방울로 바다가 넘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직접 몸으로 행동하며 변화를 보여준 이 시대의 모델, ‘빅토르 하라’는 진정으로 박수 받아 마땅한 위인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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