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5
다섯 번째 이야기
“왜 그렇게 확신을 하는 거지?”
“보이니까요”
성현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투로 가볍게 민용의 물음에 답했다.
“지금 그렇게 보이니까요.”
“이봐.”
“그렇게 부르지 마시죠.”
“뭐?’
민용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가 반말을 쓰는 게 기분이 나쁘다. 뭐, 그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그런 거야?”
“예.”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저보다 나이는 많기는 하지만, 저에게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되는 데요?”
“얼씨구.”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웃으라고 하는 말인가?”
“아닙니다.”
성현의 눈은 진지했다.
“그렇게 들리십니까?”
“아니.”
민용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네.”
“그렇죠?”
“응.”
민용이 성현을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 같습니까?’
“신지 포기해라, 그 비슷한 말을 하려는 건가?”
“예.”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빠르시군요.”
“나는 못 해.”
“네?”
성현이 민용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죠?”
“나는 안 그럴 거라고.”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신지는 그 쪽을 선택하지 않을 거니까요.”
“하.”
민용이 코웃음을 쳤다.
“몇 번을 말 해? 신지는 항상 나를 선택했어.”
“내가 없었으니까요.”
“!”
민용이 멈칫했다.
“뭐, 뭐라고?”
“지금만 봐도 모르겠습니까?’
성현이 고개를 저었다.
“보호자로 누구를 선택했는 지 말이죠.”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시, 시끄러워.”
“쿡.”
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보이죠?”
“닥치라고!”
‘퍽’
성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금 치신 겁니까?”
“미, 미안.”
“하.”
성현이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대충 훔쳤다.
“굉장히 더러우시군요.”
“뭐, 뭐라고?”
“왜 신지가 당신을 떠나려고 하는 지 알 것 같아요. 도대체 이민용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조금 더 빨리 알 것 같고 말이죠. 자신만 바라보는 그런 이기주의자가 바로 당신이네요.”
“당신이 나를 언제 봤다고 그 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신지와 나는 아이를 가지고 있어. 우리 두 사람은 아주 특별한 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거란 말이야. 그런데 거기에 당신이 끼어든다고?”
“아니요.”
성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거기에 끼어드는 게 아닙니다.”
“그럼?”
“둘은 이미 끝났다고요.”
성현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왜 인정 못 하죠?”
“아니니까.”
“뭐가요?”
“우리 안 끝났어.”
“하.”
성현이 코웃음을 쳤다.
“땅신만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어쩌라고!”
민용이 이를 악 물었다.
“그런 게 중요해?”
“그게 당신 문제예요.”
“뭐?”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다른 사람은 생각 안 하는 거.”
성현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 사람들 얼마나 힘든 지 알아요?”
“…….”
“땅신 그 이기주의.”
“알아.”
민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바꾸려고 하는 거 아니야?”
“바꾼다고요?”
성현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뭐?”
“당신은 못 바꿔요.”
“바꿔.”
“못 바꾼다고요.”
성현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당신 나 알아?”
“네.”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사진 작가예요.”
“그래서?”
“사람 보는 눈 하나는 타고 났죠.”
“…….”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금방 알 수가 있어요. 렌즈를 통해서 봐도 금방 알 수가 있고, 실제로 봐도 금방 알 수가 있죠. 사진 작가는 사람을 잘 알아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까요.”
“신지도 그렇게 본 건가?”
“아니요.”
성현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는 원래 알아요.”
“후우.”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신지 결국 나에게 올 거야.”
“모를 일이죠.”
“확실해.”
“네?”
성현이 민용을 바라봤다.
“무슨 말이예요?”
“확실하다고.
민용이 시선을 피했다.
“그게 당연하지 않아?”
“어째서죠?”
성현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신지는 안 그렇다니까요.”
“그래.”
“!”
민용의 말에 성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다니요?”
“당신은 모르겠지.”
민용이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하지만 나는 안다고.”
“그게 문제라고요.”
“또 무슨 문제!”
“다 아는 척.”
성현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 그런 행동이 당신의 주위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하는 건지 아는 겁니까?”
“네가 왜 나에게 설교를 해!”
“적어도 저의 상대가 되려면, 신지를 가운데에 두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후우.”
민용이 앞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말로 이기면 신지 가진다고 생각해?”
“아니요.”
성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신지 못 가져요.”
“뭐?”
“그 아이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젠장.”
말이 안 통했다.
“지금 말꼬리 잡고 늘어지자는 거야?”
“이민용 씨.”
“왜?”
“신지를 정말 원하잖아요.”
“…….”
민용이 입을 다물었다.
“그럼 뭐가 더 좋은 건지 알 거 아니예요?”
“당신도 그렇겠군.”
“네.”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있으려는 거예요.”
“하.”
민용이 코웃음을 쳤다.
“그게 방법이라고?”
“네. 방법이예요.”
“웃기는 군.”
두 남자가 서로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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