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5
여섯 번째 이야기
“두 사람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네. 괜찮은 걸까?”
“네.”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 일 없을 거예요?”
“정말?”
“선생님.”
“어?”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거예요?”
“!”
민정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선생님 지금 불안해 보이는 거 알아요?”
윤호가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내, 내가 뭐?”
“선생님.”
윤호가 미간을 모았다.
“저를 속이시려고요?”
“윤호야.”
“하아.”
윤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
“그저 제자죠?”
윤호가 슬픈 눈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저는 그저 제자죠?”
“그, 그건.”
‘맞네요.”
윤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요.”
“어쩔 수 없잖아.”
“네.”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어?”
민정이 눈을 깜빡였다.
“이, 인정하는 거야?”
“네.”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그렇다면.”
“아니요.”
윤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포기도 안 해요.”
“그, 그렇구나.”
“네.”
윤호는 민정을 바라봤다.
“선생님은 제가 포기하기를 바라세요?”
“어?”
“그런 거예요?”
“그, 그런 건 아니야.”
“그래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요.”
“윤호야.;”
“제발요.”
윤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러고 싶지 않아요.”
“어?”
“선생님과 말이에요.”
윤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선생님 겨우 단 둘이 이야기를 할 시간이 생긴 거라고요. 이 시간 억지로 엎고 싶지도 없게 만들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더 하지 마시고 그냥 있어주시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고마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
“어?”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 알죠?”
“응.”
민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 말 믿어요?”
“어?”
민정이 윤호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이요.”
윤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허튼 생각하는 거야?”
“허튼 생각이요?”
윤호가 씩 웃었다.
“그게 그런 건가?”
“윤호야.”
“알아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 정 마세요.”
“내, 내가 무슨 걱정을 했다고 그래.”
“쿡.”
윤호가 낮게 웃었다.
“그게 선생님이네요.”
“어?”
“그래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선생님이라고요.”
“나는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윤호야.”
“선생님이 우리 삼촌 좋아한다고 해서 욕할 사람 대한민국에 어디 한 사람 없어요. 결국에는 작은 엄마도 선생님 이해하게 될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
“싫어.”
민정은 고개를 저었다.
“너 어디 가려는 거지?”
“네?”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나를 속이려고?”
“!”
윤호의 얼굴이 굳었다.
“서, 선생님.”
“성현이에게 들었어.”
“아.”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현이 형 나쁜 사람이네.”
“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게 지금 말이 돼?”
“왜 안 되요?”
“왜 가려는 거야?”
“여기는 제 자리가 없으니까요.”
“!”
민정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네 자리가 없다고?”
“네.”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는 없어요.”
“그래서 떠난다고?”
“네.”
윤호가 민정을 바라봤다.
“선생님이 왜 그러세요?”
“아, 아니.”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내가 나쁜 것 같잖아?”
‘아니라니까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나쁜 거 없어요.”
“윤호야.”
민정이 윤호를 바라봤다.
“꼭 떠나야 겠어?”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거예요?”
“어?”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가지 않기를 원하세요?”
“…….”
‘그럼 그렇게 말을 하세요.”
“윤호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그건.”
“아니군요.”
윤호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조금 기대 했는데 실망이네요.”
“미안.”
“아니에요.”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제 잘못이죠.”
“어째서 네 잘못이야?”
“선생님을 사랑했으니까.”
“!”
“선생님을 마음에 담아뒀으니까.”
윤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정말 큰 죄예요.”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나 모르겠어.”
“그만 하셔도 돼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만 힘들잖아요.”
“윤호야.”
“그만.”
윤호가 살짝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여기서 그만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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