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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7 - [열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3. 22:23

 

 

추억에 살다.

 

 

Season 7

 

열두 번째 이야기

 

 

 

나 내가 살아 생전에 이 음악의 나라에 오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

 

흐음.

 

신지의 말에 성현이 살짝 미간을 모았다.

 

솔직히 말을 하면 틀렸지.

 

?

 

이탈리아는 문학의 나라지.

 

성현이 싱긋 웃었다.

 

음악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고.

 

아무렴 어때?

 

신지가 크게 웃었다.

 

너무 좋잖아.

 

그래.

 

성현이 유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윤호 너는 감상이 좀 어떠냐?

 

너무 좋아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함께 있다는 게 안 믿겨요.

 

나도 그렇다.

 

성현이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탈리아에 우리가 오다니.

 

조용이 좀 해.

 

주위를 둘러보던 신지가 목소리를 낮췄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해적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해적은 무슨.

 

성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즘 해적은 비행기 타고 오냐?

 

.,

 

신지가 낮게 웃었다.

 

그나저나 우리 호텔은 어디야?

 

이름이 뭐더라?

 

성현이 지갑을 뒤적였다.

 

좋은 곳이야?

 

물론.

 

성현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오성급이래.

 

 

 

백성현.

 

신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오성급 모텔은 아니었던 거지?

 

, 그럼.

 

성현의 등 뒤로 식은 땀이 흘렀다.

 

,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런데 호텔이 왜 이 모양이야?

 

신지가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투덜거렸다.

 

완전 별로잖아.

 

.

 

손을 씻고 나오던 윤호도 고개를 저었다.

 

형 여기 물 내려가는 것도 이상해요.

 

, 즐겨.

 

성현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는 여행을 온 거라고.

 

 

 

여기가 우리가 살 집이에요?

 

내가 신경 좀 썼지.

 

성현이 유쾌하게 미소를 지었다.

 

완전 그림 같다.

 

그렇지?

 

.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성현 너 신경 좀 썼는 걸?

 

당연하지.

 

성현이 싱긋 웃었다.

 

누가 살 집인데 말이야.

 

어서 들어가 봐요.

 

좋지.

 

 

 

우와.

 

윤호가 입을 떡 하니 벌렸다.

 

완전 좋지?

 

.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집 어떻게 구하셨어요?

 

능력이지.

 

성현이 유쾌하게 웃었다.

 

안 그래?

 

그래.

 

신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이제 집을 좀 꾸며 볼까?

 

오케이.

 

!

 

 

 

후우.

 

신지가 숨을 내쉬면서 이마에 땀을 닦았다.

 

완전 힘드네.

 

그러게요.

 

윤호가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았다.

 

으아 죽겠다.

 

우리 나가서 뭐라도 먹을까?

 

아니요.

 

윤호가 등을 대고 바닥에 누워 버렸다.

 

저 힘들어서 완전 죽어 버릴 것 같아요.

 

그래?

 

신지가 낮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작은 엄마는 괜찮으세요?

 

?

 

순간 신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바라봤다.

 

윤호야.

 

?

 

윤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왜요?

 

이제 그 말 그만 해줬으면 해.

 

?

 

윤호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말이요?

 

작은 엄마란 말.

 

!

 

순간 윤호의 눈이 흔들렸다.

 

, 죄송해요.

 

아니야.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윤호에게 얼마나 잔인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너랑 나랑 작은 엄마랑 조카 사이로 안 지가 얼마나 되었지?

 

, 글쎄요?

 

윤호가 말을 더듬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작은 엄, , 아니. , 그러니까. 아무튼 저 꽤나 어릴 적은 아니었잖아요. 5년 되었나요?

 

5.

 

신지가 윤호의 말을 따라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짧다고는 이야기를 못 하겠다.

 

그렇네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지의 말에 대꾸를 했다.

 

그래도, 불편하면 호칭을 바꿀게요. 어떻게 바꾸어 줬으면 해요?

 

글쎄?

 

신지가 검지를 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줌마, 그 호칭은 너무 자신이 나이 들어 보인다. 또 신지 씨, 이것을 윤호에게 듣는다면 아마 온 몸에 닭살도 모자라서 닭털이 돋아날 것이다.

 

!

 

?

 

신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바라봤다.

 

누나 어때?

 

? 누나요?

 

윤호가 난처한 표정으로 신지의 낯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장난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 그러니까 정말로 이제 더 이상 작은 엄마라고 부르지 말고 누나라고 부르라는 거죠?

 

.

 

신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줄 수 있는 거지?

 

.

 

윤호가 호탕하게 대답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두 사람 관계도 새로운 관계니까요.

 

 

 

? 누나?

 

가장 먼저 그 광경을 본 성현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신지 너는 양심도 없냐? 윤호 나이가 올해 몇인데, 네가 윤호에게 누나 소리를 다 들으려고 그러는 거냐?

 

내가 뭐?

 

신지가 입 안에 잔뜩 고기를 집어 넣으며 우물거렸다.

 

백성현, 너도 형 소리 들으면서 나에게는 누나 소리 듣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는 거냐? 드럽게.

 

, 그런 건가?

 

신지의 말빨에 바로 막혀서 무너져 내리는 성현을 보며 윤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다들 뭐 하면서 지낼 거야?

 

저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그림이나 그리려고요.

 

그림?

 

.

 

성현과 신지가 서로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 왜 갑자기 그림을 그리게? 너 커피 공부 한다고 이탈리아까지 날아오겠다고 한 거였잖아?

 

그냥 공부였어요.

 

윤호가 성현의 말을 바로잡았다.

 

아무튼, 그림이 배우고 싶어졌어요.

 

.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지 너는?

 

나는 그냥 놀고 싶어.

 

무작정?

 

.

 

신지가 싱글벙글 웃었다.

 

나에게 그 정도 휴가는 줘도 될 것 같가든.

 

그럼 우리 모두 다 백수가 되는 거네?

 

형은 여기에서 사진 찍고 그러시는 것 아니에요?

 

, 사진 찍는 거,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복잡하고, 힘만 들어져. 그냥 즐기면서 편하게 하면 어떻게 작품이 나오고 하더라. 그러니까 나 그냥 편하게 놀고 먹을래.

 

우리 세 사람 백조 백수네?

 

그러게.

 

이탈리아까지 와서 좋구나.

 

세 사람이 유쾌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