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열 번째 페이지

권정선재 2009. 11. 18. 08:20

열 번째 페이지

 

 

권순재

 

 

 

열 번째 페이지.

커서가 깜빡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열 번째 페이지.

꼭 무언가가 가득 찬 것 같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의 손가락은 열 개인데,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것을 넘어가고,

사람의 발가락은 열 개인데,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그것을 넘어간다.

 

아무리 너를 향해 달려 가려고 해도,

아무리 너를 향해 달려 가려고 해도,

열 번째 페이지.

그것을 알리는 커서가 깜빡여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끝이 난 것처럼.

10이라는 숫자가 나의 마음을 두드려서,

10이라는 숫자가 나의 눈에 맴돌기만 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열 번째 페이지.

아직 끝이 아닌데,

꼭 너와 나는 끝이 난 것만 같다.

 

 

 

 

 

 

'★ 블로그 창고 > 시 읽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탕화면  (0) 2009.11.20
딸기 아이스크림  (0) 2009.11.19
로맨틱 피플 4  (0) 2009.11.17
너 왜 그래  (0) 2009.11.16
서재  (0) 200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