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딸기 아이스크림

권정선재 2009. 11. 19. 09:12

딸기 아이스크림

 

 

권순재

 

 

 

편의점 길거리 파라솔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컵에 담긴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조그맣고 파란 숟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각각 이유가 있다.

각각의 목적이 있고,

각각의 방향이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그저, 그저 바보처럼.

그냥 이렇게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멍하니 입에는 아이스크림 스푼을 물고 있고,

멍하니 시선은 사람들에게 가만히 꽂혀 있다.

 

입 안에 돌고 있는 이 아이스크림의 맛이,

정말 달콤하고 부드러운 딸기의 맛인지,

아니면, 새콤하고 달콤한 체리의 맛인지,

, 나 혀를 날카롭게 베고 있는 그대의 말에 의한 피 맛인지,

 

그저 붉게 물든 아이스크림을 보며,

아 딸기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딸기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문득 사라졌다고 느낄 때,

그 순간 깨달았다.

나 역시 모두 녹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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