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아주 진한 커피를 내렸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마시냐고,
지인의 걱정 어린 투정을 들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썼다.
너무나도 썼다.
내가 물을 타자,
지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인생의 쓴 맛을 느껴본 적이 없는 네가,
그렇게 인생의 쓴 맛을 닮은 커피를 맛 볼 수 있겠냐고.
나는 수긍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입에 아메리카노를 가져갔다.
여전히 씁쓸하지만,
조금은 달콤한.
조금은 부드러운,
한 모금 목 뒤로 넘긴 순간,
아 에스프레소를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인생을 이리 요령껏 넘었기에,
나의 이생이 이렇게 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새까맣게 빛이 나던 그 커피가,
나의 삶이라는 것을,
나는 왜 잊고 너에게 휘둘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