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아메리카노

권정선재 2009. 11. 21. 23:08

아메리카노

 

 

권순재

 

 

 

아주 진한 커피를 내렸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마시냐고,

지인의 걱정 어린 투정을 들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썼다.

너무나도 썼다.

내가 물을 타자,

지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인생의 쓴 맛을 느껴본 적이 없는 네가,

그렇게 인생의 쓴 맛을 닮은 커피를 맛 볼 수 있겠냐고.

 

나는 수긍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입에 아메리카노를 가져갔다.

여전히 씁쓸하지만,

조금은 달콤한.

조금은 부드러운,

 

한 모금 목 뒤로 넘긴 순간,

아 에스프레소를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인생을 이리 요령껏 넘었기에,

나의 이생이 이렇게 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새까맣게 빛이 나던 그 커피가,

나의 삶이라는 것을,

나는 왜 잊고 너에게 휘둘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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