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함박눈
한 여름에 함박눈이 날린다.
굵은 눈발이 내리친다.
태양이 너무나도 뜨겁게 빛이 나고 있는데,
하늘에서는,
정말로 굵은 눈발이 내리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것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빈 틈이 하나도 없다.
저마다 너무나도 바빠서,
제 갈 길이 너무나도 바빠서,
하늘에서 굵은 싸리 눈이 내리는데,
그 누구도 그 눈이 내리는 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의 어깨에 소록소록 쌓이는 그 눈이,
사람들의 마음에 단 한 조각도 나리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저 눈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
오직 그 소녀의 눈에만 그 눈이 보인다.
헤 하고 웃고 있는 그 소녀의 눈이 순간 한 소년과 부딪힌다.
그 소년도 그녀의 눈과 부딪혔다.
서로 눈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와 소년.
두 사람은 눈이 부딪히는 순간,
어른이 되었다.
마음이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