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한 여름의 함박눈

권정선재 2009. 11. 22. 00:10

한 여름의 함박눈

 

 

권순재

 

 

 

한 여름에 함박눈이 날린다.

굵은 눈발이 내리친다.

태양이 너무나도 뜨겁게 빛이 나고 있는데,

하늘에서는,

정말로 굵은 눈발이 내리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것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빈 틈이 하나도 없다.

저마다 너무나도 바빠서,

제 갈 길이 너무나도 바빠서,

 

하늘에서 굵은 싸리 눈이 내리는데,

그 누구도 그 눈이 내리는 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의 어깨에 소록소록 쌓이는 그 눈이,

사람들의 마음에 단 한 조각도 나리지 않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저 눈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

오직 그 소녀의 눈에만 그 눈이 보인다.

헤 하고 웃고 있는 그 소녀의 눈이 순간 한 소년과 부딪힌다.

그 소년도 그녀의 눈과 부딪혔다.

 

서로 눈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와 소년.

두 사람은 눈이 부딪히는 순간,

어른이 되었다.

마음이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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