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담배 연기

권정선재 2009. 11. 23. 22:02

담배 연기

 

 

권순재

 

 

 

굿 모닝. 하고 인사를 하는,

내 인생처럼 흐리게 앞을 뿌옇게 만들어 버리는,

담배 연기를 보면서 엷게 미소를 지었다.

 

하루라도 없으면 견딜 수 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이 연기 속에 나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단 한 순간도 이 연기를 놓을 수 없다.

 

중지만한 길이의 이 작은 것이 내뿜는

너무나도 새하얗게 빛이 나는 연기.

그 연기 속에 너의 얼굴도 어른어른 사라져 간다.

 

헤어지자는 그 이야기가 믿기지가 않았지만,

이렇게 너의 얼굴을 본 이후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른거려 보이는 네가,

담배 연기 뒤로 보이는 네가,

다행으로 보였으니까.

나보다는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니까.

 

오늘도 나는 나에게 독이 되는 것을 알면서 입에 담배를 문다.

그 짧은 것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나의 감정을 가려줄 것이니까,

아직도 뛰고 있는 나의 심장을 죽여줄 테니까.

더 이상 뛰고 싶지 않은 심장, 마지막 연기를 머금은 채.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멈춰 가-아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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