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귀 거북이
권순재
어릴 적 거북이를 죽인 적 있었다.
그러나 그 거북이를 죽을 때,
어떠한 악감정과 같은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선했다.
너무나도 선해서 거북이를 죽였다.
한 겨울.
거북이는 추워보였다.
차가운 물 속.
거북이는 시려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
그 거북이를 나의 손 위에 얹어 두었다.
꼬물꼬물한 그 작은 생명은,
마치 자신의 추위를 나에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에게는 내 방이 있었다.
나의 방은 길었고,
나의 방은 특별했다.
그 방에서 나는 어느 부분이 따뜻한 지 알고 있었고,
그 위에는 코트가 걸려 있었다.
나는 거북을 그곳에 내려놓고,
따뜻하게 코트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 거북은,
영원히 따뜻한 저 먼 곳으로,
엉금엉금 천천히 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