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테트리스

권정선재 2009. 12. 5. 15:40
 

테트리스



권순재




참으로 허무한 일이다.

참으로 허무한 일이다.


힘들게 모든 것을 쌓고,

다시 그것을 없애고,

마치 우리네 삶과도 닮아 있다.


색색의 그 조각들을 차곡차곡 맞추어놓으면,

마치 누군가가 일자 막대기라도 내려 주는 것처럼,

모두 한 순간 와르르 사라지고 말아버린다.


내가 그 동안 노력한 것,

내가 그 동안 지켜온 것.

그러한 것들은 모두 부질 없는 짓이 되어 버린다.

하루하루,

매일매일,

힘들게 내가 만들어 온 그 모든 기억,

그 모든 일들.

그 모든 것들이 한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일까?


과연 우리는 누구이기에,

이리도 매일 힘들게 층을 높이며 쌓고 있는 것일까?

나의 삶은,

과연 누군가에게 부여받은 것인가?


하루하루 숨겨진 공간을 채우며,

나를 채워나가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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