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모기

권정선재 2009. 12. 3. 18:52
 

모기



권순재




추운 날.

모기 한 마리가 휑 하니 날아 오른다.

눈까지 내렸는데,

이리도 추운 날인데,

모기는 아직 춥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녀린 날개로,

제 새끼를 배불리기 위해서

눈치를 살피며,

파르르 날개를 떤다.


가녀린 몸으로,

작은 틈이라도 파고들며,

탁한 공기 속을 헤매인다.


제 새끼를 먹이기 위하여,

제 새끼를 키우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이 다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

그 한 순간이 두려울 것이라는 것도 알면서,


다시 한 번 그 파르르 떠는 날개로 누구를 찾아 해맨다.

가녀린 그녀의 날개는,

날기 위해 떨리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죽음 앞에,

자신의 죽음 같아 떨린다.


늘씬한 몸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렇게 그녀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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