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백화점 사람들 2

권정선재 2009. 12. 2. 09:06
 

백화점 사람들 2



권순재




백화점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매일매일 좁은 집은 터져나가며,

그 곳을 더욱 좁게 만들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항상 돈이 없다고 울상을 지으면서,

마법의 카드 한 장.

그 카드에 모든 것을 걸고 백화점을 향한다.

형형각색 불빛 아래,

빛나는 물건들에,

정신을 잃고, 백화점을 향한다.


새하얀 대리석,

친절한 직원들,

그 뒤의 모든 것들,

당신의 지갑을 노리는 모든 것들,

그 모든 것을 잊은 채,

당신은 오늘도 백화점으로 향한다.


특별한 손님인냥,

특별한 고객인냥,

살랑살랑 미소를 짓는 그들의 말에 진짜인 줄 속으면서,

당신은 마법의 카드를 내민다.


플라스틱으로 빛이 나는 그 카드에,

당신의 마음은 빚이 난다.


백화점으로 또각또각 걸음으로 나오는 그대의,

양 손은 무겁지만,

그대의 그늘은 더욱 짙어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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