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모기에게

권정선재 2009. 12. 4. 00:16
 

모기에게



권순재




네 모성에 놀란다.

사람에게 죽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날개가 가녀리게 흔들리면서도,

제 아이를 배불리기 위해,

제 알들을 배불리기 위해,

그 가녀린 다리로,

그 가녀린 날개로,

두꺼운 핏줄 위로,

그 가녀린 입술을 가져가는

너의 모습은 마치 성모와도 같다.


제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는 그녀의 모성애는,

세상의 그 어느 어미보다도 아름답고,

순수하고 빛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그 어떤 존재도,

귀함과 천함이 없을 진대,

너는 누구에게나 미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너는 그러한 미움은 신경쓰지 않고,

제 새끼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그 가녀린 다리로 힘든 세상을 붙잡는다.

떠밀려 날려가기 싫어,

그 가녀린 날개를 파르르 떨며,

힘든 세상에 버텨낸다.


세상에 안 대단한 어미 없건만.

너의 그 모성은 그 누구도 따를 일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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