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권정선재 2009. 12. 9. 11:40

 

 

순재

 

 

 

새벽 다섯 시의 달은 유난히 슬프다.

처량하고 애처롭다.

곧 그 자리를 태양에게 내주어야 하기에,

처량하고 애처롭다.

 

달은 많은 이들에게 등대이다.

태양처럼,

밝은 순간 제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날.

제 빛을 숨기며 빛이 난다.

 

누군가는 그저 달은 거울이라고,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그렇게 달을 놀린다.

 

그러나 당신은 떠올린 적 있는가?

달이 없는 밤 하늘을.

 

달이 없는 밤 하늘은,

검고, 검고, 또 검다.

아무 것도 빛이 나지 아니하고

아무 것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달이 없으면,

달이 없으면,

 

너는 누군가에게 그리 소중한 적이 있었는가?

너는 누군가에게 그리 필요한 적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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